저에게는 아주 큰 성취는 없어요.
학생 때 공부를 아주 잘했던 것도 아니고 세계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도 없는, 그저 매일의 생활을 열심히 살아가려 하고 간혹 있는 조그마한 사치에 기뻐하는, 세계의 도회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런 소시민 중의 한 사람이죠. 그리고 큰 성취도 없지만, 사법처리될만한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어요.
"당신은 세상을 위해 뭘 했나?"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솔직히 제가 큰 성취를 해낸 건 없다 보니 세상을 위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건 없어요. 그러해요.
하지만, 저의 각종 활동이 있기에 지역사회의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고 문제를 안 일으키고 있는 상태. 그것으로 발생되는 온갖 비용은 추가로 발생시키고 있지 않아요. 직접적으로는 영향을 준 건 없더라도 이렇게 간접적으로는 생활권역에서의 선순환에는 기여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니라고 느낄 수 있어요.
제가 세계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지는 아직은 모르지만, 최소한 자신의 신념이 정의라고 관철시키려다 세상을 나락으로 밀어넣고 수많은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한 건 아니니까 이것만큼은 긍지로 여겨야겠어요. 그리고, 세상에는 저같은 소시민이 자칭 정의의 사도보다는 압도적으로 많아서 세상의 기반을 이루고 있으니까요.
돈을 쓰면서 늘 명심하는 게 있어요.
"10원 동전을 무시하는 사람, 언젠가 그 모자란 10원에 울게 될 것이다."
또한, 정치의 여러 단면을 보면서 떠올리는 게 있어요.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
복잡한 철학까지는 논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두 문장의 의미를 명심하며 살고 있는 소시민인 저는 최소한 잘못 살아온 건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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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대왕고래
2022-05-26 23:22:00
자기가 옳다고 믿으면서 책임지지 못할 일을 벌이다가 큰 일을 저질러버리는 사람들도 있죠.
자기가 옳은지 의심하면서 매사에 조심하고, 큰 힘이 없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들도 있고요.
후자가 더 나은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드리갈
2022-05-27 00:18:05
맞아요. 후자 쪽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것은 재론이 필요없겠죠.
책임지지 못할 일을 벌이게 되면, 그가 사회를 바꾸는 게 아니라 사회가 그를 바꾸게 되어요. 그것도 매우 끔찍한 방법으로. 물론 이건 개인 레벨에만 한정된 이야기인 것만도 아니고, 가장 좋은 예로 2월 24일에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에의 침략전쟁이 있어요. 이제 러시아는 이 전쟁을 그만둘 수도 없고 계속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매일매일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중인데 과연 그 끝이 어떨지 걱정되기도 해요.
시어하트어택
2022-05-26 23:25:41
여기서 다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요즘 정치 관련 뉴스를 보면 몇 달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죠. 마드리갈님이 언급한 말이 그 상황에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드리갈
2022-05-27 00:34:47
예측불허의 상황이 연속하는 이런 시기에 조심해야 할 것은 독선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죠.
국내차원이든 국내차원이든 정치상황은 무섭게 변하고 있고, 또한 정치가는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속속 드러나고 있죠. 게다가 사람들이 학습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게 되면 기존의 정치공학은 상당부분 용도폐기될 운명에 직면하게 될 것도 멀지 않겠죠.
같은 강물은 두 번 흐르지 않아요. 누군가는 부정하겠지만.
Lester
2022-05-27 14:30:29
한때는 게임번역으로 국내 게임계에 큰 도움을 주거나 엄청나게 유명해져 보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그 열기인지 거품인지가 빠졌다고 해야 하나... '내가 늘 그렇지 뭐' 같은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네요. 이게 제 분수일 수도 있지만요. 오버워치 같은 데에서는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말 그대로 병법입니다. 적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뻔히 보이는데 무작정 달려드는 졸장들이 너무 많아요) 잘 알고 있지만 거기서 잘한다고 한들 실생활에 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약주 한 잔이랑 버금가게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 정도?
특히나 게임번역이 아닌 다른 건으로 다소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 보니, 제대로 살아오긴 한 건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그나마 다행히도 지금 맡은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개발진도 국내 유저층도 '기다려 줄 수 있다, 기대하겠다' 비슷한 반응을 보여서 대충 상쇄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심란하긴 마찬가지네요. 누구한테 잘 보이거나 자랑하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절실할 때 인정받을 수 없는 일이다보니...
마드리갈
2022-05-29 21:44:47
역시 살다 보면 이 길이 정말 옳은 것인가를 의심해 볼 때가 있죠.
레스터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고, 특히 자신의 종사분야가 인물 자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분야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 거예요. 이해되어요. 그래도 그렇게 걱정이 되면서도 최소한 계속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계시는데다 꾸준히 힘을 발휘하실 수 있으니 바로 그게 제대로 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최소한 저는 그렇게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