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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대규모의 압사사고가 발생하여 159명이 희생되었어요.
그리고 1년. 과연 이 사회는 그 사태가 남긴 것들을 제대로 읽고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별로 그렇지 않아 보이네요.
대략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어요.
첫째, 사건의 본질은 좁은 공간에서 생긴 사고이지 할로윈이 아니다.
둘째, 사고를 여전히 정쟁의 도구로 쓰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셋째, 사회의 안전의식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할로윈 악마화.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대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은 국내외의 많은 사례가 증명하고 있어요. 국내의 사고로는 교통시설에서는 1960년 설날을 앞둔 서울역 압사사고나 1974년 추석을 앞둔 용산역 압사사고가 있고 체육관에서는 1959년 부산공설운동장 압사사고가 있었어요. 그리고 국외의 사고로는 경기장이나 공연장 등에서의 압사사고 또한 여러 사례가 있어요. 그러나 할로윈이 악마화되어야 한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되는 상황 자체를 악마화하는 것이 많은데 그건 또 아니거든요.
이미 2017년 11월 1일에 썼던 글인 할로윈 탓만 하면 미풍양속이 잘 지켜지겠군요에서 지적한 것처럼 사안에 대한 본질은 절대로 읽지 않고 할로윈이라서 문제가 생겼다는 식으로만 말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쳤어요. 정말 그렇게 사고방식 자체가 고정된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본질을 말하면 생명이나 명예에 치명상을 입을 일이 있어서인지.
그리고 그 다음은 정쟁화.
사건 당시에는 "마약 단속을 과도히 한 탓에 경찰을 배치하지 않았다" 라는 주장이 횡행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오늘 열린 추모집회는 추모의 형식을 띠었지만 과거의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기류가 감지되었어요. 정부의 대응이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만일 정책입안자들이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비판이 없지는 않을 거예요. 경찰국가의 본색을 드러낸다는 비판도 얼마든지 하려면 할 수 있고, 결국 마약단속 운운하는 그 논리구조에서도 충분히 그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정권퇴진 운운하는 것은 글쎄요.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에서 정권의 퇴진은 곧 국민의 퇴진만이 답이라는 소리로 연결되는데 이렇게까지 말하면 비약일까요?
상당히 뼈아픈 것은 아직도 사회의 안전의식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은 매일 일본의 공영방송 NHK 뉴스를 시청하다 보니 일본의 사정은 매일 접하고 있어요. 게다가 일본에 있는 지인으로부터도 종종 연락받는 것도 있고. 지난 주말에 도쿄의 시부야(渋谷) 교차로 주변을 통제하고 특히 충견하치공(忠犬ハチ公) 동상 주변은 아예 차단막을 쳐서 접근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군중에 의한 압사사고를 가리키는 일본어 "잣토지코(雑踏事故)" 의 사례로서 2022년 10월 29일의 서울의 사태를 재조명하는 것이 나오고 희생된 일본인 2명의 유가족에 대한 것도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여러가지를 느꼈어요.
참조할 만한 기사 하나를 소개할께요.
(안전의식향상, 지금도 과제 한국에서 "인재" 계속 - 서울 압사사고 1년, 2023년 10월 28일 지지통신 기사, 일본어)
이 기사에서 특히 뼈아픈 것은 세번째의 소제목인 "살리지 않는 교훈(生かせぬ教訓)."
일본에서 하는 것처럼 차량 위에서 경찰관이 인파의 흐름을 유도하는 통칭 "DJ폴리스" 가 등장하는가 하면 번화가의 인구집중을 분석하여 경고하는 시스템도 가동중이고 각종 안전안내 문자메시지도 발송된다든지 하는 조치가 취해지고 있어요. 그러나 이미 국내 보도에 나왔다시피 이태원으로 몰렸던 인파는 홍익대학교 근처의 번화가인 이른바 홍대거리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이미 국내에서 이태원 이후에 벌어진 여러 사건이 번번이 인재(人災)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어요. 2022년 12월의 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라든지 2023년 7월의 지하차도 침수 같은 것들. 하지만 이런 것들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누구를 처벌할까의 문제와 정권퇴진운동으로만 모이고 있어요. 그러면 정권이 바뀌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그렇게 단언하기에는 2021년 6월 광주 학동의 철거건물의 갑작스러운 붕괴사고라든지 2022년 1월의 광주 화정동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 같은 반례가 있어요.
만일 할로윈만 아니라면, 특정 정파만 아니라면, 압사사고만 아니라면 괜찮다는 이 집단난독증같은 사고방식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2018년에 쓴 글인 스파이칩이라는 중국발 IT 공포의 끝부분을 재인용해볼께요.
우리의 일상은 언제든지 박살날 수 있는 정도로 타협된 것인가?
영역해서 다시 써 볼께요. Are our everyday lives compromised on the verge of fragility?
그리고 그 대답은...그렇다(Yes)일 수밖에 없어요. 지금 시점에서는.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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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3-10-29 23:17:59
소속이 다를 뿐이지 똑같은 조문객인 인요한(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일부 참석자들'이 욕설을 퍼붓거나(링크), 이태원 사고 특별법을 만들자고 야당이 총집결(링크)하는 등 이미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태가 엿보이네요. 정작 이태원 특별법은 그 구성상 '총선용 여론몰이 카드, 심의위 멋대로 피해자로 인정하고 예산 남발(링크)'이라는 문제점이 지적되는데 말이죠. 생각해보면 당장 사고 발생으로부터 몇 달 후에 '피해자 명단 공개에 동참해 달라'면서 무턱대고 유족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멋대로 까발리기도 했고.
세월호 때도 그랬지만 상징이다 뭐다 만들어다가 주구장창 팔아먹을 듯합니다.
마드리갈
2023-10-30 14:20:38
우려했던 패턴은 전혀 바뀔 줄을 모르네요.
정말 꼭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 집단난독증에 이어 이제는 레밍의 무리처럼 한 방향으로 가는 것만 남은 건가 보네요. 진짜 언제까지나 이럴 것인지. 혹시 다른 곳에서 일어날 개연성이 높은 희생이 앞으로도 더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요.
누군가의 불행은 이렇게 또 도구화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