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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149화 - 동아리 교류행사 피날레(5)

시어하트어택, 2023-12-20 07:24:35

조회 수
116

불길한 일이라도 일어난 건지, 만화부 부스 앞에 모인 사람들은 다들 불안한 표정으로 무언가가 일어난 방향을 보고 있다. 루카스도 덩달아 그쪽을 보니, 행사장 부스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에이, 또야?”
당연히 아까 부스 정리를 도왔던 윤진의 입에서는 그런 허탈한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껏 정리를 해 놨는데, 또 누군가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골치 아픈 건 아까 정리를 힘써 도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그 움직이는 부스 옆에는 무언가가 빙빙 돌며 춤추는 것 같다.
“어어, 저것들은 또 왜 저래?”
“그러게. 저 의자에 기계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가만히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상황을 좀 알 것 같다. 아까 게임장에서 앉을 의자가 없었는데, 그 의자가 아마도 저기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이 상황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그때, 누군가가 구경꾼들 사이에서 소리를 지른다. 나디아와 루카스를 포함한 거기 있는 사람들이 돌아보니, 아론이다. 아론은 점점 가까워지는 춤추는 의자들, 그리고 부스 텐트를 보고는 더욱 확신이 들었는지, 어조가 더 분명해진다.
“그래, 분명히 그 녀석이라고! 나를 그렇게 놀라게 했던 바로 그 녀석 말이야! 잡히기만 해 봐라!”
어지간히도 분했던 건지, 아론은 주먹까지 불끈 쥐고는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그리고 그쪽으로 달려갈 자세를 취한다.
“어, 아론? 잠깐, 가지 말아 봐.”
“왜? 그 녀석, 저기 있을 거라고!”
아론의 친구 중 한 명이 말려도, 아론은 기어코 그쪽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치히로도 역시, 전화를 받고는 급히 그쪽으로 달려간다.
“어... 라일라? 그랬단 말이지? 알겠어. 내가 금방 그쪽으로 간다.”
치히로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뛰어가자, 루카스는 급히 치히로를 불러세우려 한다.
“아니, 선배님! 내기를 한다고 했으면 끝까지 해야죠!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나 원 참!”
치히로를 불러세우는 게 실패하자, 루카스 역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치히로를 따라잡으러 간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러는 건지...”
윤진은 치히로가 갑자기 가 버리자 고개를 흔들다가, 잠시 무언가 고민하다가, 옆에 서 있는 지온을 돌아보며 말한다.
“저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보고 올래?”
“아니, 선배님이 한번 보고 오시지...”
“누가 여기 부스 지켜야 하잖아!”
“아, 그렇죠, 참.”
지온은 그렇게 말하며 부스에서 나선다.

한편 부스와 의자들이 만드는 이상한 움직임은 취미로 요리하는 모임의 야외 행사장에서도 보인다. 아니, 만화부 부스보다 훨씬 더 가까운 위치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도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 움직이는 거지...”
민이 그렇게 중얼거리자마자, 의자 몇 개가 민과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갑자기 휙 다가오려는 게 보인다. 동화책이나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본 장면이기는 한데, 이렇게 실물이 확 다가오니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깜짝 놀랄 만한 것이다.
“이 자식! 빨리 안 나와?”
갑자기 의자들이 모두 이쪽에서 멀어지더니, 아론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론이 여기에는 도대체 왜 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니 민과 친구들은 그쪽을 돌아본다.
“어, 아론 형은 여기 웬일이야?”
“그러게. 만화부 부스에 있는 줄 알았더니...”
“무슨 일인가 해서 금방 왔어. 너희들, 상황파악이 안 되지? 지금 너희들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건, 설마 아니겠지?”
아론이 그렇게 말하자, 친구들은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민의 등을 떠민다. 민은 당황했는지 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야, 저런 건 내가 나설 만한 건 아니다, 솔직히! 저렇게 몇 번 장난치다 말겠지!”
“그러니까...”
리카가 민의 등뒤에서 말한다.
“싸우라는 게 아니라고! 네가 정리를...”
“너나 해!”
민이 리카에게 도리어 화를 낸다.
“나는 그냥 맛있는 걸 먹으러 온 건데, 또 저기 가라고?”
그런데 옆에 있는 토마가 또 불안한지, 안개가 조금씩 생겨나는 것 같다. 거기에다가 또다시 습해지는 행사장이, 가만히 놔두기는 힘든 지경이다.
“에이... 토마! 또냐!”
예상대로 토마는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 분명히, 저쪽에서 벌어지는 상황 때문에 불안했을 것이다. 민은 급히 토마를 돌아보며 말한다.
“야! 토마! 가만히 못 있어? 너한테 직접 피해가 갈 것도 아니면서 왜 그래?”
“그러니까 그건...”
토마가 머뭇거리며 대답하기를 피하자, 민의 옆에 있던 유와 료가 한마디씩 한다.
“맞아, 토마는 아직도 좀 그런 게 있다니까!”
“나하고 성격이 맞바꿔진 건 아닌지 몰라.”
토마는 둘의 능력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별말은 하지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있다. 지금 여기서 토마 자신이 뭐라고 한마디 했다가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때...
“얘들아! 여기서 뭐 하냐!”
지온이 민과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게 보인다. 지온 나름대로는 꽤 급했던 건지 숨도 거칠게 쉬고 앞에 벌어지는 일을 어떻게든 수습해 보려는 것도 보이지만, 지온의 예상과는 달리 민과 친구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에이, 지온이 형, 불안하게 왜 그래?”
“그러니까. 형도 여기 토마처럼...”
토마는 자신의 이름이 지목되니 또 그게 신경이 쓰였던 건지, 표정이 일그러진다.
“나 그렇게 불안하지 않다고!”
민은 토마의 말에는 별다른 반응을 않고서, 지온을 보며 말한다.
“걱정되어서 온 거 같은데, 그렇게 걱정할 것 없다니까?”
“야, 저게 그러면 안 걱정되냐? 또 나하고 윤진이 형하고, 다른 동아리 사람들까지 달려들어서 뒤치다꺼리해야 할 판인데?”
민이 다시 한번 보니, 아까 경품추첨을 하던 곳의 무대와 의자들이 제멋대로 춤추고 있다. 그것도 그냥 춤추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학생들과 교사들이 우왕좌왕하는 걸 쫓아가고 있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 이런 장난을 하는 건지!”
“나는 안다니까!”
지온의 말을 듣던 아론이 고개를 휙 돌려 돌아보며 말한다.
“그리고 잡히기만 해 봐!”

한편 그 시간, 미린중학교 창고 앞에는 어느새 몇 명의 학생, 그리고 교사도 있다.
“아니, 그러니까, 선생님, 저기에 그 소란을 일으키는 녀석이 있다니까요?”
“아멜리, 네가 어떻게 아는데?”
“제가 분명히 봤어요. 그리고 저 창고로 갔고요!”
“창고 안에 있는 게 맞지?”
“네, 맞아요!”
교사가 아멜리의 말에 곧바로 창고 안에 플래시라이트를 비춘다. 창고 안에는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바닥에 미세하게 발자국 같은 게 보일 뿐이다.
“분명히 들어간 것 같기는 한데,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니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교사는 의아하게 여기고는 아멜리와 다른 학생들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한다. 곧바로 아멜 리가 뒤에 있는 후배들과 같이 들어온다. 아멜리는 ‘이때다’라고 말하는 듯, 눈에 불을 켜고서창고 안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로니는 어디로 간 건지 보이지 않는다.
“뭐야, 어디 갔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멜리는 벌써 손을 쓰고 있던 상태다. 창고 안을 스캔하는 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안에 숨어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금방 알 수 있다. 몇 초 걸리지 않는다.
“어...?”
하지만 결과는 아멜리의 예상과는 상반된 걸 보여준다. 안에는 지금 로니를 찾아 들어간 사람들 말고는 아무도 없다고 나온다.
“이상하다. 다시!”
다시 스캔해 봐도 안에는 특별히 의심될 만한 사람은 없다.
“이상하네, 정말...”
아멜리는 창고 안을 잠시 둘러보다가, 곧바로 무언가를 발견한다. 창고의 창문이 열려 있다. 거기로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걸 보자, 아멜리는 낌새를 눈치챘는지 창밖을 가리킨다.
“응? 왜?”
“선생님, 저기요, 봐봐요.”
교사가 아멜리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 본다. 그리고 창밖을 내려다본 교사와 다른 학생들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한편 그 시간.
“아으...”
로니는 화단 밑을 기어가고 있다.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건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밑에 있던 관상목 덕분에 최악은 피했다고 자평하며, 욱신거리는 온몸을 부여잡고 몸을 낮춰 간다. 다행히 뼈가 부러진다든가 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의 행사장에 벌어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로니는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얼른 지금의 이 상황을 최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몸을 움직이려는데...
“어... 거기!”
누군가가 로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게, 그리고 이곳의 분위기에 맞지 않게 그 목소리는 들떠 있다.
“거기 교복 입은 친구, 혹시 내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이렇게 와 준 걸까?”
“네...?”
로니는 그 말이 황당했는지, 자신의 몸 여기저기가 쑤시는 것도 잊어버린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한다.
“제가 언제 선배님의 방송에 출연한다고 했나요?”
“지금 이 화단에서 나온 건 뭔가 특별한 게 있어서일 거야. 그리고 여기 의자하고 부스가 막 돌아다니지? 그 사이에서 침착하게 있는 너는 그 자체로 토픽감이라고!”
로니는 앞에서 알짱대는 셰릴이 어지간히도 보기 싫었는지, 그 의자와 부스를 전부 셰릴에게끌어올 생각을 한다. 조금 맛을 보여준다면 이렇게 알짱대기 힘들 거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로니의 의도와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사건은 흘러간다. 셰릴은 자신에게 오는 의자가 그저 신기하기만 했던 건지, 로니를 일으키며 들뜬 표정을 하고 말한다.
“봐봐! 여기, 여기! 저 의자들이 너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고! 자, 자!”
“......”
로니는 셰릴의 그런 모습이 어지간히도 싫었던 건지, 대놓고 찡그린 얼굴을 하고서, 시선도 셰릴에게서 돌렸다. 반면 셰릴은 그런 걸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그러는 건지, 계속 로니에게 들이대고 있다.
“자, SRTV는 이제 어제의 흑역사는 떨쳐버릴 거고, 다시...”
셰릴은 이제 로니에게 카메라까지 들이대고, 자기 방송에만 완전히 빠져서 로니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지금의 이 순간을, 너도 함께해 주는 거지?”
“아니, 그러니까요...”
셰릴이 계속 자신이 하려던 것을 방해하니, 로니로서는 이 ‘방해물’을 치워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머릿속을 채워 간다. 그리고 로니가 속으로 감추어 왔던 본심을 막 드러내려는 그때...
“어, 여기 있었네!”
누군가가 셰릴과 로니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말한다. 일순간 셰릴과 로니가 동시에 그쪽을 돌아본다. 그리고 둘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진다. 마치 둘이 사전에 그렇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4-01-08 09:48:34

저렇게 비품들이 괴상하게 움직이니 사람들의 이목은 저것에 집중될 수밖에 없겠네요.

역시 루카스 따위는 신경쓸 상황이 아니네요. 게임의 승률이 100%면 뭐해요, 그 게임이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으면 0을 곱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의미없는 것이죠.


각각 자신의 욕구에 충실했던 로니와 셰릴의 오월동주인가요.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네요.

시어하트어택

2024-01-14 21:07:55

로니와 셰릴의 뜻이 잘 맞은 것 같지만 실은 아닙니다. 둘은 각자의 세계에 빠져 있고, 그 세계는 서로 충돌할 일은... 없죠. 셰릴은 셰릴대로, 로니는 로니대로 서로를 발판으로 삼으려 할 뿐이죠.

SiteOwner

2024-02-03 19:57:38

말도 안되는 상황이 현실에 벌어지면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그 상황이 어떻게든 수습이 안되면 다음은 없습니다.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면, 문제의 혼란을 일으킨 자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위치를 특정할 수만 있다면 해결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사실 하나가 되겠습니다만...


현상황을 모면하려고 무리한 행동을 하는 자는 살아오면서 꽤 많이 봐 왔습니다만 그 끝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로니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4-02-03 23:49:31

아마도 로니는 걸리지 않을 자신만 있으면 계속 장난을 치려고 할 겁니다. 학교 행사가 어찌 되든 로니에게는 알 바가 아닙니다. 셰릴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어찌 보면 더 악질인 부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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