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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런 문장을 접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알못이라고 역대급으로 존나 까였어."
일단 이런 문장을 이해관계인에게 말하거나 공적인 각종 문서에 썼다면 그 결과가 좋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거된 상황이 아니라면 저런 문장은 너무도 쉽게 쓰입니다. 그것도 일말의 문제의식도 없이.
예의 문장이 함유한 문제는 4가지.
첫째 문제는 "알못" 이라는 무리한 축약.
둘째 문제는 "역대급" 이라는 잘못된 조어.
셋째 문제는 "존나" 라는 비속어.
넷째 문제는 "까이다" 라는, 사안이 정당한 비판인지 부당한 비난인지 어떤지는 상관없이 그저 자기본위로 단정짓는 태도.
이렇게 4개의 문제가 하나에 축약된 문장은 언어환경에 대한 통시적인 존중은 없이 철저히 자기본위로 편의주의적으로 만들어진 오늘날의 언어오염의 소산입니다. 기존의 언어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사실상 새로 만드는 언어는 모두가 다 알고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말하고 그걸 알아듣지 못하면 구세대니 어쩌니 하면서 매도하는 것이 가소롭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 이런 사고방식 덕분에 만들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자신의 주변의 여러 사안에 대해서 철저히 진영논리에만 의존하는 것.
언어가 그렇게 이기주의적이니 세계관도 이기주의적이고, 진영논리에 허우적대서 과거발언과 현재발언이 끝없이 충돌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무슨 지적질이냐고 화내는 것에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을 비판해서는 안됩니다.
이런 사고방식에는 배움도 향상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0개국어 구사자" 가 되지 않는 게 이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폐(自閉)는 다른 약도 없습니다.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3 댓글
대왕고래
2021-12-12 00:05:20
개인적으로는 뭐 저렇게 사적으로 써도 상관없다고 봐요. 사적으로는 편하게 말하고 싶어하는 게 있거든요.
그런데 공적으로 저렇게 말한다거나 하면 좀 그렇죠. 사적으로 말하는 경우에도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면 "왜 못알아듣냐?"할 게 아니라, 좀 더 풀어서 - 그냥 일반적인 어휘로 - 말하는 게 맞는 거고요.
Lester
2021-12-13 03:58:58
문제는 그런 '사적 허용'이 알게 모르게 '공적 영역'으로 서서히 침투하고 있다는 거죠. 포럼에 종종 올라오는 '공적' 언론들의 말실수(?)들이 그 증거입니다. 그런 방송사고(?)들이 특별한 징계가 없고 유야무야 넘어가면서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는 "공중파도 저런 말을 쓰는데 우리라고 못쓸게 뭐야? 오히려 사람들한테 쓰라고 권장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게 정상이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혹은 저렇게 괴악한 언어표현을 사용하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나중에 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어른이 되어 '그런 문화'를 정착시킬지도 모르는 일이죠. 어느 쪽이든 끔찍한 미래라고 봅니다.
물론 그렇게 놔두지 않을 사람들이 존재하겠지만요.
SiteOwner
2021-12-15 22:22:44
물론 대왕고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만, 그것도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고 봅니다. 언어의 기준이 느슨한 것과 용법이 잘못된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보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적인 영역에서라도 어느 정도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언어가 오염되어 돌이킬 수 없는 레벨로 떨어져 버립니다. 현재 각종 미디어의 언어오염 또한 중심잡기에 대한 실패로 양자가 혼동되어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