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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 15. 치하탄 학원의 라바양

SiteOwner, 2022-01-08 15:08:28

조회 수
163


걸즈 & 판처 최종장을 보면서 귀에 익은 반가운 멜로디의, 그러나 가사는 크게 달라진 노래를 한 곡 들었습니다.
그 노래는 바로 치하탄의 라바양(知波単のラバさん).


가사를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들은 치하탄 목숨 귀한줄 모르네

용맹하고 과감하지만 정분은 두텁다네

총원 타라 타라 전차에 타고

세상 저 끝에 라바양은 정말로 있는 걸까

우리들은 치하탄 무서운 것을 모르네

질풍노도지만 눈물에는 약하다네

총원 타라 타라 쇠로 만든 소에 타고

사랑스런 라바양은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들은 치하탄 공포를 모르네

전광석화라도 낭군님에는 느린

총원 타라 타라 쇠사자에 타고

아직 못 본 라바양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이 곡은 사실 1930년에 발표된 추장의 딸(酋長の娘)이라는 기묘한 제목의 일본의 가요곡.

당대에 발매되었던 SP 음반의 음원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것이 1930년 발표된 원곡으로 이시다 이치마츠(石田一松, 1902-1956)가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고 오사카난치-토미타야키쿠지(大阪南地・富田屋喜久治)가 불렀습니다. 이것은 이국적인 소재를 다루기는 했지만 일본의 전통기예의 스타일을 거의 답습하고 있습니다. 이 곡은 1929년 창업한 폴리도르(Polydor)의 첫 히트작으로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가사를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저의 라바양은 추장의 딸

피부색은 검어도 남양에선 미인

적도 바로 아래 마샬군도

야자수 그늘 아래 터벅터벅 춤추네

춤춰라 춤춰라 탁주를 마셔라

내일은 기쁜 인신공양의 축제

어제 해변에서 본 추장의 딸

오늘은 바나나 나무 그늘 아래 춤추네

춤춰라 춤춰라 춤안추는 자에게

누가 시집이나 가겠느냐


이 노래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령 뉴기니(German New Guinea)가 34년의 역사를 마치고 해체되자 일본이 해당 영토의 일부를 할양받아 1922년에 남양청(南洋庁)을 설립하면서 일어난 남양붐에 편성한 것입니다. 그렇게 남양청의 관할하에 편입된 곳은 현재의 마셜제도(Marshall Islands), 팔라우(Palau), 미크로네시아(Micronesia)는 물론 미국령의 사이판(Saipan) 등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사에 등장하는 "라바양" 은 일단은 실존인물에서 유래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라바양" 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일단 추장의 딸은 맞지만 노래에서 묘사되는 것과는 정반대로 서양식 교육을 받았던 인텔리 여성으로 이자벨이라는 서양식 이름을 쓰고 있었는데다 출신도 미크로네시아. 시대 또한 훨씬 앞서서 이미 1892년에 미크로네시아의 트럭 섬으로 이주한 사업가인 일본인 남성 모리 코벤(森小弁, 1869-1945)과 결혼했고 그 이후 자녀도 꽤 많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노래에 나온 라바양은 실존인물인 이자벨에서 모티브를 딴 것일 뿐 실상은 완전히 다른 것.


이 곡에는 여러 커버곡이 존재하지만 대표적인 것은 이하의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1956년에 결성되어 현재도 신멤버가 가담하여 활동을 지속중인 일본의 밴드 더 드리프터즈(ザ・ドリフターズ)의 1971년 발표곡. 이것은 가사가 크게 달라져 있습니다.



1979년에는 치프틴즈 도터 79(Chieftain's Daughter '79)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일본의 뮤지션 모죠(MOJO)가 원곡의 가사 그대로 캡틴 모죠 그룹(キャプテンモジョグループ) 명의로 발표했습니다.



이 곡을 처음 알았던 게 2008년.

그리고 이렇게 걸즈&판처에서 다시 쓰이다니, 음악의 쓰임새란 역시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다음 시리즈의 키워드는 플로리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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