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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근황 + 이것저것

Lester, 2022-02-23 13:09:36

조회 수
127

1. 오늘은 동네 보건소에서 예약했던 정신상담을 짧게 1시간 정도 받고 왔는데, 무료인 것도 있지만 누군가와 마음에 있는 얘기를 터놓고 한다는 게 이렇게 좋네요. 잠을 못 잔 거는 커피로 해결하긴 했지만 그래도 1주일간 쌓였던 피로가 한 번에 가셨습니다. 덕분에 몇몇 사이트에 올라오는 재밌는 사진이나 이야기도 별 것 아닌데 빵 터질 정도로 기분이 업됐고요. 이 기회를 틈타서 얼른 어려운 작업을 끝내고 오후를 느긋하게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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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지만 게임번역가로서의 장래가 이래저래 염려되는 건 변함이 없고, 사실 대부분의 근심도 여기서 나오는 것이긴 합니다. 일단 흔히 말하는 '번역 인공지능의 등장에 의한 직업군 자체의 소멸'은 크게 염려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번역 인공지능이 등장해서 직업을 소멸시킬 정도면, 인공지능이 이미 대다수의 단순노동이나 몇몇 간단한 생활상에 침투해서 여러가지로 기존 사회가 (인공지능에 의한 조절형 대량생산 혹은 디스토피아 중 하나로) 끝장났다고 보거든요. 그런 사회가 저 살아 있을 때 이루어질지도 의문이고...


그것보다는 인디게임계에서 한국어의 비중이 낮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니면 단가 문제 때문에 개인이 아닌 업체 위주로 맡기기 때문에, (Roboto를 제외하면) 특정 에이전시에 아직 소속되지 않은 저에게는 일이 별로 안 들어오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위에서 썼듯이 이미 많이 지쳐 있는데 일을 무작정 받아서 어쩌겠다는 건지 저도 모르겠지만요.


그나마 제 넋두리를 들어준 동료들 중 한 명이 한국어를 찾는 외국 업체 목록을 보내줘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개인이 아닌 업체를 끼고 있으니만큼 단가는 싸질 수밖에 없겠지만, 백날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겠죠. 마침 영영 연락을 끊은 것 같던 Roboto에서 딱 일감을 보내주는 것도 다행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미 맡은 일도 있고 당분간은 쉬고 싶어서 이 일은 거절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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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찌저찌해서 해외에서 오는 옷을 시켰는데 유감스럽게도 한 치수가 작네요. 그렇다고 환불하자니 환불비가 옷값의 2배나 나와버려서... 새로 산 옷을 버릴 수도 없으니 계속 입는 수밖에 없겠네요. 이래서 홈쇼핑이 무서운 건가 봅니다. 하나 사면 다른 것도 사게 되고, 그렇다고 잘못 사면 돌려보내기도 무섭고...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4 댓글

마드리갈

2022-02-24 14:08:24

먼저, 근황을 전해 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려요.


역시 대화는 소중한 것이죠. 특정목적을 위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잘 하셨어요. 마음이 좋아지면 마음 주변의 모든 것이 달라질 거예요.

다변화라는 건 역시 좋아요. 그만큼 리스크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이미 그렇게 다변화를 진행하시는 것만으로도 장래에 대비하고 계시는 것이니까요.

사실 인공지능이 각종 교통수단의 자율주행까지 실현시키지만 그게 완전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사람이 해야 하는 일도 더욱 늘어날 거니까 현재는 현재의 현안에 집중하는 게 최선이겠죠.


통판이란 양날의 칼이죠. 오래전에 즐겨봤던 영상 하나에 나오는 노래의 가사가 같이 생각나고 있어요.

Your everyday low prices have a price. They aren't free.


Lester

2022-03-04 01:40:05

그래서 기분 좋아진 김에 그 날 그저께(목요일) 자잘한 보드게임 모임에 들러봤는데, 어쩌다보니 협력게임이 제대로 망가져서 다시 침울해졌네요. 뭐 사실 그거 하나로 모든 게 엉망이 됐다는 건 과장이고, 그래도 보건소에서 상담해주신 분이 "정신과 치료 같은 건 자잘하게 1~2주가 아니라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서 약도 맞춰가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게 좋다"고 하셨으니 좀 멀리 볼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아무튼 목요일 모임이 심야에 끝나서 집에 오자마자 피곤한지 도합 16~18시간을 잤는데, 덕분에 머리가 맑아졌습니다.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으면 건강을 해치니 물이라도 많이 마셔야겠네요.


다변화가 좋기는 하지만, 이것도 단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이런 에이전시들과 거래를 튼다고 해서 일감이 꼬박꼬박 나오는 것은 아니고, 번역가 개인의 몫도 줄어드는데다, 번역가의 이름이 제작진 목록에 올라가거나 밝혀지는 일도 (NDA 때문에) 드물거든요. 수입을 위해서 어느 정도 타협할 필요는 있겠지만 다소 혼란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총판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원래 옷도 잘 안 사입는 편이라서 큰 마음 먹고 산 옷이 그렇게 되니 그 타격이 더욱 크기도 해요. 차라리 평소대로 입던 옷 계속 입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SiteOwner

2022-03-03 20:59:35

대화의 힘, 정말 크지요.

여러모로 상황이 개선된 점에 축하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사실 미래사회에 어떤 직업들이 없어진다 하는 말은 198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러한 예측들이 적중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멀어집니다. 사무자동화가 페이퍼리스 오피스를 만들지 못했고 우주항공산업이 더욱 발달했지만 여객기의 속도는 오히려 더욱 느려지는 등 역설적인 상황이 일어납니다. 그러니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시기보다 업계 온리원으로서의 입지를 키워나가시는 게 더욱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외구매가 참 그게 문제이지요. 사실상 도박이나 다름없으니...

게다가 품질검수가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높을만한 국가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없다 보니 그것도 문제입니다. 사실 일본조차도 사전에 뭐 안된다 하는 게 많다 보니 그건 그것대로 장벽이지만 말이지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Lester

2022-03-04 01:48:26

막상 그 때는 기분이 좀 풀렸는데 지금은 다시 침울해졌네요. 뭘 해도 재미가 없고 걸핏하면 피곤하고 머리가 무거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겠고... 건강 문제인건가 싶기도 합니다.


업계 온리원인지는 모르겠어요. 가만 보면 실생활에서는 분명히 어색하지만 맞춤법이나 기타 의미에선 어긋나지 않은 오역이 종종 있어도 괜찮겠거니 하고 정발되는 작품들이 종종 있거든요. 그런 걸 생각하면 저 혼자서 골머리 썩혀가며 작업하는 게 좋은 일인가 싶기도 하고, 허망하긴 합니다.


이만큼 해외구매로 불편을 겪었으면 더 하지 않는 게 맞겠죠. 게다가 사실상 충동구매이니만큼 음식 살 거 아니면 쇼핑 자체를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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