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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 14. 고려속요에 붙여진 이스라엘 멜로디


음악의 어머니라는 별칭으로도 기억되는 독일 출신의 영국 작곡가 조지 프레드릭 헨델(George Frederic Handel, 1685-1759), 독일명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ederich Händel)의 음악은 산뜻하고 귀에 착 붙는 멜로디가 많아서 방송에서 인용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1711년작 오페라 리날도(Rinaldo)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 유튜브 바로가기), 1742년작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의 할렐루야(Hallelujah, 유튜브 바로가기), 1749년작 오라토리오 솔로몬의 시바 여왕의 도착(Arrival of the Queen of Sheba, 유튜브 바로가기)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음악 또한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멜로디의 것.
그러나 원곡은 의외로 소박한 건반악기 소품곡입니다. 1706년에 완성된 이 모음곡 d단조 HWV 437의 세번째 곡인 사라방드(Sarabande, 스페인풍). 아래에 소개하는 바로 이것입니다.


여기서 바로크 기악곡에서 정립된 춤곡 및 모음곡 이야기를 간단히 하겠습니다.

조곡(組曲)이라는 한자어 표현으로도 통하는 모음곡(Suite)는 14세기 후반부터 형태가 잡혀가면서 17세기에 들어서 그 형태가 잡힌, 대략 5곡 정도의 같은 조성의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모아서 만든 음악곡집입니다. 포함된 곡의 순서는 17세기 프랑스에서 정립된 고전적인 순서로서 알르망드(Allemande, 독일풍)-쿠랑트(Courante, 프랑스풍)-사라방드(Sarabande, 스페인풍)-지그(Gigue, 영국풍). 물론 각종 변종이 있기도 하여 전주곡(Prelude), 앙트레(Entrée), 샤콘느(Chaconne), 인터메조(Intermezzo), 미뉴엣(Minute), 파사칼리아(Passacaglia), 폴로네즈(Polonaise), 시칠리아나(Sicilliana) 등의 악곡이 포함되기도 하고, 영국에서는 혼파이프(Hornpipe) 같은 독자적인 스타일의 음악이 추가되기도 하는 등 개별 모음곡마다 구성이 천차만별입니다. 이러한 양식은 프랑스에서 정립되었다 보니 프랑스에서 유행한 3박자의 춤곡은 프랑세즈(Française)가 아니라 달린다는 의미의 쿠랑트로 명명된 것입니다.


사라방드는 음울하고 침잠하는 듯한 스페인풍의 애수를 불러일으키는 스타일의 음악.

이것이 쳄발로 연주에서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편곡되니 시대의 비극을 말해주는 것같은 대서사시가 되었습니다. 1844년에 영국의 소설가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William Makepeace Thackeray, 1811-1863)가 발표한 소설 배리 린든의 행운(The Luck of Barry Lyndon)을 원작으로 한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1928-1999) 감독의 1975년작 영화 배리 린든(Barry Lyndon)에 바로 이 곡이 관현악곡으로 편곡되어 등장합니다.



아일랜드의 평범한 농가에서 태어난 레이몬드 배리는 아버지를 결투에서 여읜 후 편모슬하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런 배리는 친척 노라와 사랑에 빠지지만 정작 그녀는 부유한 영국군 장교 집안으로 시집가기로 하자 좌절합니다.

그런 배리는 노라가 선택한 그 장교인 퀸 대령과 결투를 하고 퀸 대령은 배리의 총탄에 쓰러집니다. 결투의 입회인들이 퀸 대령이 죽었다고 경찰에 알리자 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마을을 도망쳐 나옵니다. 이후 그는 영국군에 입대하여 1756년에서 1763년에 걸쳐 유럽대륙에서 일어난 7년전쟁에 종사하고 군대 내에서 이전의 결투의 입회인 중의 한 사람이었던 그로건 대위를 만나 그의 부하가 되지만 그로건 대위는 도중에 전사하고 그는 전쟁에 염증에 느껴 군대를 탈주하기로 합니다. 장교의 옷과 신분증과 말을 훔쳐 당시의 동맹국이었던 프로이센으로 건너가서 영국군 장교로서 행세하게 되지만 조우한 프로이센군 장교인 포츠도르프 대위의 의심을 사게 됩니다. 그 위기에서 배리는 포츠도르프의 부하가 되기로 하고 아주 혹독한 세월을 보내지만 그 포츠도르프 대위를 전장에서 구출한 이력 덕분에 프로이센 경찰을 위해 스파이가 됩니다. 그가 조사해야 할 대상은 도박사로 활동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스파이 의혹이 끊이지 않는 슈발리에 드 발리바리. 그런데 사실 그 슈발리에는 배리와 같은 고향 사람이었습니다. 배리와 슈발리에는 의기투합하고, 배리는 프로이센 경찰을 배신하고 이중간첩이 됩니다. 그들은 프로이센을 탈출한 뒤에 유럽 각지의 사교계를 전전하면서 사기도박으로 떼돈을 벌고 특히 배리는 병약한 귀족 찰스 린든 경의 젊은 부인의 환심을 사서 그녀를 농락합니다. 이렇게 배리의 행운은 끊이지 않는 듯했습니다.


찰스 린든 경이 세상을 떠나자 그 배리는 신분까지 위조에 성공하지요. 린든 경의 젊은 부인인 린든 여사와 결혼한 그는 드디어 1773년부터는 배리 린든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자신의 아들 브라이언까지 얻게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찰스 린든 경의 아들인 벌링던 경을 학대하고, 부인에게 충실한 생활 대신 방탕하고 무절제한 생활을 지속하게 됩니다. 당연히 부인과의 마음도 멀어집니다.

배리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 앞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만일 린든 여사가 죽게 된다면 재산은 벌링던 경이 모두 상속받게 될 것이고 귀족 작위가 없으면 버려져 무일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배리는 작위를 얻는다면서 귀족들을 초청하여 파티를 열고 고가의 미술품을 팔아치우는 등 또 재산을 탕진해 버립니다.

어른이 된 벌링던 경의 도발에 놀아난 배리는 사교계의 자리에서 벌링던 경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것으로 평판이 땅에 떨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아들 브라이언이 말을 타다가 추락사고를 당해 즉사해 버립니다. 그 충격으로 배리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린든 여사는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끝에 음독자살을 기도하지만 치사량에 모자라서 죽지는 않지만 폐인이 되고 말아 버립니다. 이제 다시 배리의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린든 여사가 고용했던 목사이자 벌링던 경과 브라이언의 가정교사이기도 했던 런트 목사는 배리의 어머니가 해고했습니다. 분개한 런트 목사는 그 상황을 벌링던 경에게 알립니다. 그리고 벌링던 경은 배리와의 결투로 모든 것을 끝내려 합니다.

결투에서 배리는 다리에 총을 맞고 발을 잘라내야 했습니다. 벌링던 경이 린든 가의 저택을 되찾았습니다. 벌링던 경은 그에게 연금을 지급해 줄테니 영국을 떠나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요구를 듣지 않을 경우 체포될 것이 확정사항이었던 배리는 그 요구를 받아들입니다.

이후 배리는 유럽대륙 어디서에서 도박사로 살고 있고, 1789년 12월의 어느 날, 린든 여사는 아들 벌링던 경의 입회하에 전남편 배리에게 보낼 연금증서에 서명을 하고 있습니다.


잔잔한 애수의 건반악기 독주곡이 관현악곡으로의 편곡을 통해 대서사시가 된 헨델의 모음곡 d단조 HWV 437 사라방드.

이 곡이 실제 헨델의 활동시기 후반을 배경으로 한 소설의 캐릭터 배리 린든의 테마곡으로 쓰인 것은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다음 시리즈의 키워드는 폭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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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2-04-22 00:15:16

저 음악은 방송에서 많이 들은 거 같아요. 뭔가 비장한 느낌이 좋은 곡이었죠.

소개해주신 배리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들으니, 파란만장한 배리의 인생에 맞는 곡이구나 하는 느낌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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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3 14:15:09

같은 멜로디의 다른 노래 시리즈의 글에 한동안 코멘트가 없다 보니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그래도 용기를 내어 이렇게 17번째 글을 쓴 게 천만다행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코멘트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바로크 예술에서 간간이 보이는 것이 유한함에 대한 애수와 찬미가 있습니다.

음악에서는 춤곡의 사라방드나 폴로네즈같이 연회장에서 남녀가 같이 춤추면서 즐길 것을 전제하여 만든 음악인데도 애수가 느껴지는 곡조가 있다든지, 미술에서는 여러 화려한 물품들 사이에 해골이 배치되어 죽음이 삶과 늘 공존하고 있고 만물은 이렇게 유한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면서 그 유한함의 아름다움이 존속하는 동안 즐기라는 메시지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이 그 자체로는 잔잔하게, 또한 낭만주의적인 색채가 입혀지면 아주 격정적으로 바뀐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배리 린든의 도망자, 군인, 간첩, 사기도박단, 무뢰한 등을 전전한 파란만장한 인생이 낭만주의적으로 재해석된 바로크 음악으로 대표되는 것도 분명 깊게 의도한 것 같습니다.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 본인이 이미 오래전에 고인이 되어 이제는 그 의도를 지난 기록에 의존하는 것만 가능하지만...

저 관현악판을 처음 접한 게 1994년 쯤입니다. 당시 Greatest Hits of 1720이라는 소니뮤직 레이블의 CD가 발매되어 인기리에 판매중이었고 저 또한 그때 그 음반을 사서 들으며 저 곡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방송에서 뭔가 비장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 저 음악을 많이 쓰는 것을 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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