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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확실해진 게 있습니다. 침략자는 국제사회의 여론 따위는 간단하게 무시하고 얼마든지 침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실체있는 힘뿐이라는 것.
침략자 러시아는 아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를 수일안에 장악하지도 못했음은 물론이고, 수준미달의 모습만 잔뜩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잘 하는 것은 약탈, 강간, 살인 등의 온갖 전쟁범죄와 육해공 군장비를 골고루 잃어버리는 것일까요. 이번주에는 결국 흑해함대의 기함으로 있던 미사일순양함 모스크바도 잃게 되면서 러시아군의 무능은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러시아군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속속 배제되는 등 러시아의 선택은 자충수 그 자체인데다 정상화될 여지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러시아를 무해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게, 러시아군의 전투원들이 여전히 살상능력을 갖고 있어서입니다.
그런 러시아군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2가지가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스스로 러시아로 철수하든가, 러시아군이 더 이상 행동하지 못하게 물리력으로 격퇴하든가. 그런데 전자의 방법은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후자의 방법입니다. 후자의 방법이 가능해지려면 방법은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이 군비를 증강하여 상비군을 강하게 육성하는 것만 남아 있습니다.
당장, 독일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군비투자비율을 2%로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심각하게 망가져 있던 독일군을 신속히 리빌딩할 것을 천명하고 미국으로부터 F-35 스텔스전투기를 도입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시행중인 미국의 핵전력 공유의 플랫폼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독일은 21세기의 시작부터 친러 경향을 노골화하였고 푸틴 정권의 사실상의 생명선으로 활동해 온 죄과가 있기에 범자유진영 국가들 중 이 사안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또한 GDP 대비 군비투자비율을 2%로 상향하기로 했습니다.
이탈리아는 냉전기 남유럽의 대공최전선으로 유고슬라비아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북동부의 트리에스테(Trieste)와는 육상국경을 공유하는데다 동부의 아드리아해 연안을 건너면 유고슬라비아의 긴 해안선 대부분을 마주보고 있다 보니 유사시에는 신속대응 없이는 긴 국토의 일부분이 기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약점이 많았습니다. 유고슬라비아의 해체로 그런 위험은 없어졌긴 하지만 그래도 유고내전 당시 미국의 항공전력 거점으로서 이탈리아의 항공기지가 큰 역할을 하기도 했고 그래서 이탈리아의 전략적 가치는 결코 낮지는 않습니다.
이탈리아와 미국의 협력은 꽤 역사가 깊은데다 이제는 더욱 깊은 차원으로도 발전할 예정입니다. 보잉 767 여객기의 개발이 원래는 미국-일본-이탈리아의 3자공동개발로 추진된 역사도 있는데다 이탈리아에는 F-35 스텔스전투기의 생산라인도 있고 미 공군이 레오나르도의 AW139 헬리콥터를 특수작전용으로 도입한다든지 미 해군이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공동개발한 프리깃함인 FREMM을 컨스텔레이션급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등 어떻게 보면 영국보다도 협력수준이 높은 분야가 있기도 합니다.
중립국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이제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특유의 발달된 기계산업, 항공산업 및 전자산업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무기체계를 개발하여 운용중인 국가입니다. 물론 사용 기자재를 100% 자국에서 조달할 수는 없고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캐나다 등과 협력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협력에 머물러 있었고 정치적으로는 철저히 독자성을 유지해 왔습니다.
핀란드는 겨울전쟁에서 소련에 패배한 이후 소련이 망하는 날까지 명목상은 중립국이면서 사실상 소련의 영향하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로 있었지만 소련이 해체되면서는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장 군사분야에서 소련제 장비를 대거 퇴역시키고 미국제로 갈아탄 것만 하더라도 핀란드의 스탠스를 엿볼 수 있습니다만, 러시아와 긴 육상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다 넓은 국토에 비해 인구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상비군을 크게 유지하기도 힘들다 보니 일단은 중립국으로 있는 게 러시아와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외교적 안전장치로서 유효했습니다. 적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기 전까지는.
이제는 러시아가 얼마나 막나가는 국가인지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명백해졌고, 중립국 지위는 언제든지 훼손될 위험에 처해져 있습니다. 이제 더욱 확실한 안전보장은 나토 체제에 편입되는 것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주요 회원국에는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있는 터라 나토 회원국을 침략한다는 것은 예의 강국들을 모두 적으로 돌린다는 의미라서 하루라도 빨리 명을 재촉하고 싶지 않은 한 선택할 수 없다 보니 그렇습니다.
그리고 일본 또한 5년 내에 GDP 대비 군비투자비율을 2%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의 군비규모가 GDP 대비 1% 내외이다 보니 이것은 사실상 배증. 이렇게 되면 일본은 군비투자액 세계 3위로 바로 도약하게 됩니다.
또한 국제협력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협력파트너인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및 이탈리아도 일본과의 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세계 3대 엔진제작사인 롤스로이스는 일본과 이미 수십년 전부터 다방면에서 협력해 왔고 롤스로이스의 항공기엔진 부품의 20% 가량이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F-3으로 불리는 일본의 차기전투기 프로젝트와 영국-이탈리아-스웨덴 합동의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Tempest)에 적용될 엔진에 대해서도 협력이 다방면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영국의 종합방위산업체인 BAE 시스템즈가 작년에 일본에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이탈리아 또한 일본의 차기전투기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항공산업 기업인 레오나르도(구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헬리콥터는 일본에서 많이 운용될뿐만 아니라 AW101 멀린 수송헬리콥터의 경우 카와사키중공업에서 라이센스 생산용의 생산라인을 갖추기도 했다 보니 이미 협력관계도 상당부분 진전된 상태입니다. 또한 일본은 국토가 길고 도로망이 해안선을 따라 조밀하게 형성된 것도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보니 유사시 대응 또한 이탈리아의 것과 비슷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이번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우크라이나와 여러모로 동병상련의 입장이기에 그런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군축이 평화를 만든다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적어도 군비증강이 선택가능한 유일한 해답인 시대가 개막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지난 2020년에 공작창에 작성해 두고 계속 증보중인 1992년 이후의 폴리포닉 월드의 항공전력 관련 추이를 같이 읽어 보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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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2022-04-16 16:13:27
바로 엊그제인 14일에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의 기함인 슬라바급 순양함 1번함 모스크바 호가 우크라이나 군의 P-160 넵튠 대함미사일에 피격되어 무장 등의 화재와 유폭으로 대파되었고 이를 무리하게 세바스토폴까지 예인하던 도중에 폭풍우를 만나 15일 최종적으로 침몰했다는 소식을 들었네요.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넵튠 대함미사일의 피격에 의한 격침이라는 입장, 러시아는 원인은 사유 불명의 선내 화재, 최종적으로 대미지 컨트롤 실패와 악천후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하지만 모스크바 호의 침몰을 공표 하자마자 바로 넵튠을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폭격하는 등 우크라이나에 격침되었다고 사실상 인정하는 분위기 였죠.
"단 하나만 제조되어 유일하게 실전투입된 병기가 첫 실전에서 적의 기함을 격파한다"는 무슨 건담 같은 애니메이션에나 나올법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명색이 흑해함대의 기함이자 유일한 함대방공 기능을 갖춘 순양함이 홀몸으로 적진에 얼굴을 들이미는가 하면, 아무리 건조된지 오래된 배(1982년 취역)라곤 해도 드론 몇대의 공작전술에만 신경쓰다 격침된걸 보면 어쩌다 러시아군의 위상이 이다지도 땅에 떨어졌는지 참......
군사학 논고에서는?"Si vis pacem, para bellum(평화를 위해 전쟁을 준비하라)"고 기술되어 있죠.?
SiteOwner
2022-04-16 20:03:39
어느 경우가 되었더라도 결과는 러시아의 중요 전략자산이 허무하게 박살나 버렸다는 것인데, 러시아는 그나마 자존심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해서인지 "자국의 무능" 탓으로 하는 게 "적에게 격파" 된 것보다는 그나마 낫다고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심히 의문이군요.
사실 러시아군이 세르게이 쇼이구(Сергей Шойгу, 1955년생)가 국방장관에 취임하면서부터 대규모의 개혁을 실행해 왔다는데 개혁한 그 러시아군이 이 지경이면 그 이전의 러시아군은 얼마나 오합지졸이었을지...그러나 그 오합지졸이라도 세계를 혼란시키고도 남으니까 그들을 능가할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렇게 증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