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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고전 삼국지 관련으로 기묘한 트렌드가 있어서 소개해 볼까 싶네요.
일단 첫번째는 파티피플 공명(パリピ孔明)이라는 애니.
제목 및 공식사이트(바로가기, 일본어)의 키비쥬얼에서도 바로 드러나듯 삼국지 최강의 책사로 손꼽히는 제갈량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흔히 이름보다는 자가 더욱 많이 불려서 "제갈공명" 이라는 게 더 익숙하지만요. 서기 234년에 오장원에서 병사한 공명이 난데없이 현대의 일본 도쿄의 시부야에 젊었을 때의 상태로 환생해서는 당시에 열리던 할로윈 축제에 휩쓸려 간 클럽 BB라운지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인 츠키미 에이코에 매료되고 나서부터 그의 두번째 삶이 극적으로 바뀌죠. 게다가 그 BB라운지의 오너인 코바야시가 삼국지 매니아라서 기묘하게 의기투합하게 되고 공명은 자신의 지력으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현대사회에 적응하고 에이코의 지명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엄청난 성과를 내게 되어요.
두번째는 중국의 어느 소녀가 말한 현재 진행중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의 양상.
이것에 대해서는 아래의 기사를 참조해 보세요.
“나토는 조조, 러시아는 손권” 삼국지에 우크라戰 빗댄 中소녀, 2022년 5월 13일 조선일보 기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형주를 탐내는 조조의 진영이고, 러시아는 강동에 근거한 손권의 진영.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형주라는데...
저 소녀의 혜안에 정말 감탄했어요.
그렇죠. 지금의 상황과 삼국지의 시대 상황은 다를 바가 없어요. 이것까지 더하면.
손권이 조조를 토벌한답시고 직접 전장에 나서지만 번번이 장료에게 깨지고 있죠. 게다가 손권은 젊은 시절에는 유능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지기는커녕 포악해져 버렸는데, 현재의 러시아의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도 군사력을 잃기에만 급급하고 전쟁은 졸전을 거듭하지만 전쟁범죄는 매우 포악하게 저지르고 있어요.
결정적으로 다른 것도 감안해야죠.
손권군이 적벽에서 조조군에 맞서 싸우는 상황이 현대에 벌어지더라도 동남풍을 쓸 공명은 없어요. 지금, 공명은 현대의 일본 애니에 전생해서 시부야의 한 클럽을 회생시키는 데에 아주 바쁘거든요. 게다가, 삼국지에서 있었던 일도 약간 달라져 있어요. 삼국지에서는 공명이 조조군으로부터 화살 10만개를 얻어 오지만, 현재의 조조군인 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화살은 불화살이라는 것. 그 불화살들이 현재의 손권군인 러시아군을 매일 격파하고 있어요.
역시 러시아식 유머는 대단해요.
삼국지에서는 손권이 화공으로 조조를 쳐부수지만, 현대에는 조조가 화공으로 손권을 쳐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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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2-05-15 01:38:46
첫 번째는 모티브만 삼국지와 제갈량에서 가져왔다 뿐이지 완전히 별개의 물건인 것 같으니 넘어가고...
두 번째는 기사를 직접 읽어보니 명문이네요. 말씀하신 합비대전도 잘 어울립니다. 특히나 손권이 조조군의 격장지계(열받게 만들어서 실수를 유도하는 전략)에 넘어가 송겸을 죽게 만든 것도, (스테로이드 중독으로 인해) 판단력을 상실한 푸틴과 정말 흡사한 면이 있어요. 게다가 공명까지 갈 것 없이 적벽대전 당시 동오의 무장들은 문신들과 달리 주유 아래 항전으로 일치단결하여 조조군을 철저하게 박살냈건만, 현실 러시아의 장군들은 똥별 소리를 들어도 모자랄 만큼의 졸전을 보여주고 있네요.
그래서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알려면 역사를 배워라'라고 하는 건가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중국 소녀가 삼국지를 제대로 안 읽었나 싶네요. 오히려 러시아는 조조, 우크라이나는 유비, NATO 및 기타 국가들이 손권이라고 봐야겠죠. 특히나 NATO와 다른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돕되 생색만 낼 것이냐(장소-장굉 등 주화파)'와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서 러시아를 물리칠 것이냐(황개 등 주전파)'로 의견이 나뉘는 걸 감안하면 이 쪽이 더 정확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런 그들을 상대로 열렬히 설득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목숨 걸고 동오로 건너가서 여러 문신들과 설전을 벌여 이긴 제갈량에 비교되어야, 아니 그렇게 행동해야 마땅하다고 하겠죠. 게다가 조조군이 막상 동오로 쳐들어가며 백만대군이니 쇠사슬로 엮어서 풍랑에 끄떡없는 완벽한 수군이니 하고 운운했지만, 전투기부터 장갑차 및 화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비를 활용하지 못하고 졸전을 치르는 것까지 들어맞아요. 아는 것과 대조해 볼수록 중국 소녀가 좀 섣부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드리갈
2022-05-16 22:09:25
아예 멎어 있는 시계조차도 하루에 두 번은 정확하게 맞는다죠. 예의 중국 소녀가 바로 그런 사례가 아닐까 싶어요. 손권이 번번이 합비에 대군을 동원했다가 장료가 담당하는 소수의 군대에 매번 깨지는 것은 참 정확해요.
확실히, 레스터님이 보시는 것처럼 예의 중국 소녀가 삼국지 자체는 알긴 아는데 정확하게 아는 게 아니라서 성급한 결론을 내는 것이죠. 게다가, 레스터님께서 보시는 것처럼 지역적으로도 동서가 뒤집어진 것을 빼면 그렇게 비유하신 게 비교도 안 될만큼 정확한데다 제갈량의 역할을 현대의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젤렌스키가 맡고 있는 것이죠.
이것까지 언급하면 저 중국 소녀에게 더 비참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해 봐야겠어요.
군의 기강을 엄격하게 유지하기 위해, 행군 중 자신의 말이 보리밭을 밟은 것에 대해 조조는 스스로 죽어서 모범을 보이려 했지만 중신들의 만류로 자신의 모발을 잘라 목을 대신하여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경각심을 주었죠. 푸틴에게는 그럴 모발은커녕 의지조차 전혀 없어요. 오히려, 전쟁범죄를 일삼은 부대에 근위 칭호를 내리기까지 했어요("근위(近衛)" 라는 어휘에 대해 조금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