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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언론이 국어를 못하는 언론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차원을 달리하는 논리부재까지 보여서 다루어 볼까 싶네요.
연예계 기사 중에 이런 것이 하나 있어요.
'딸 출산' 강소라, 리즈 미모..."더운데 기분 좋아", 2022년 6월 22일 스타투데이 기사
이 기사의 내용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데다 이 글의 요지와 아무 상관이 없으니 생략할께요.
문제가 되는 것은 오로지 제목에 등장하는 표현인 "리즈 미모" 라는 것.
문제의 "리즈" 는 인터넷 속어인 "리즈시절" 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여요. 이렇게 인터넷 속어를 유용한 것만으로도 언어의 사용에 부주의한데다 "리즈시절" 이라는 용어 자체가 조어방식에 문제가 있어서 이 표현도 일반적으로 용인하기 힘들어요.
"리즈시절" 에 등장하는 리즈란 영국의 프로축구단인 리즈 유나이티드(Leeds United F.C.)로 1919년에 결성된 이래 지금도 이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만일 전성기(全盛期)를 사용하고 싶다면 그냥 전성기, 잘 나갈 때 등의 표현을 쓰면 되지 리즈시절이라는 말을 써야 할 타당성이 전혀 없으니까요. 리즈 유나이티드 팀의 입장에서는 1919년 결성시점 이후의 언제든지 팀의 존속기간이 계속 리즈시절이 되니까 여기서 이미 타당성이 깨졌어요.
그나마 해당 용어는 한정적으로 사용된다면 쓸 수는 있어요. 특정 선수나 감독 등의 구성원이 그 팀에 소속된 적이 있다면 그들에 한정해서 특정기간이 그들의 리즈시절이겠죠. 하지만 기사에 언급된 강소라는 축구계 인사가 아니고 따라서 리즈 유나이티드에 소속된 적도 없어요. 그러니 리즈 미모 운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표현이예요.
애초에 한정된 방식으로밖에 쓸 수 없는 어휘가 잘못된 용법으로 확장된 인터넷 속어는 그냥 인터넷 속어로 남아 있으면 되는 법이고, 언론의 기사에 쓰일 표현은 아닌데, 국어를 못하는 언론이니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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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시어하트어택
2022-06-25 09:57:54
요즘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저런 용법은 많이 사장되어 가는 추세인 듯하더군요. '전성기'라는 말을 쓰면 될 것이고, 또 축구쪽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잘 알아듣지 못하기도 하니. 그런데 기자라는 사람들이 저렇게 쓰는 걸 보면, '기자님 인터넷 개통 축하드립니다' 등의 농담이 아예 근거가 없는 건 또 아닌가 봅니다.
마드리갈
2022-06-26 14:02:06
예의 표현은 말씀하신 것처럼 태생적인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어떻게 참신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결국 언젠가는 생명력을 잃게 되고, 인터넷 속어란 계속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니까 어느 하나가 독점적인 지위를 영원히 지닌다는 자체가 기대할 수 없어요.
그런데 사실 기자 개인의 자질 이상으로 심각한 게 숨어 있어요.
조금 작게 보면 언론계 전반, 그리고 크게 보면 한국사회 전반이 언어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거든요. 게다가 그 중 모종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 아집을 관철하려고 있는 소리 없는 소리를 만들고 그 구조적인 문제를 더욱 해결하기 어렵게 만들거든요. 중국어 만능주의, 사이시옷 만능주의에 이어 이제는 북한폰트 침투 등. 국내의 주류 식자층들이 이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아요.
대왕고래
2022-07-02 17:39:57
언론은 좀 언론다워야죠. 뭔가 요즘 사람들이 쓰는 말이라고 갖다쓰는 거 같은데, 괜히 맞지도 않는 옷을 입는 거 보는 느낌이에요.
좀 더 진중하고 정확한 게 언론으로서는 중요하다고 보는데...
마드리갈
2022-07-02 17:48:51
저런 인터넷 속어를 주워쓰면 생동감있게 느껴진다거나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오류인데, 그것만큼은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죠. 그러니 저런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과거 언론에서 줄기차게 밀던 "베이글녀" 또한 억지 밈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그 어휘는 문제의 "리즈 미모" 보다는 조금 나아요. 최소한 "베이글녀" 표현에서는 "베이비페이스" 와 "글래머" 라는 대상의 속성이 반영되어 있기라도 하지만, "리즈 미모" 는 그런 대상의 속성과는 완전히 무관한 표현이거든요. 그러니 경중을 엄격하게 따지면 "리즈 미모" 가 더욱 상태가 안 좋아요.
요즘은 BBC 코리아같은 한국어로 서비스되는 외신에 쓰이는 한국어가 더욱 한국어답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