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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안보지수로 드러난 의외의 것들

SiteOwner, 2022-10-05 21:31:29

조회 수
176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식량안보지수(Global Food Security Index)의 2022년판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이번의 것은 세계 113개국의 식량안보지수를 가격(Affordability), 수량(Availability), 품질과 안전(Quality and Safety) 및 지속과 적응(Sustainability and Adaptation)의 4개항목별 지수 및 종합지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제 랭킹 및 트렌드를 보겠습니다.

종합지수의 순위대로 113개국을 소개합니다. 1위가 식량안보상황이 가장 좋은 것이고 113위가 가장 나쁜 것입니다.
  1. 핀란드
  2. 아일랜드
  3. 노르웨이
  4. 프랑스
  5. 네덜란드
  6. 일본
  7. 스웨덴(캐나다와 공동 7위)
  8. 캐나다(스웨덴과 공동 7위)
  9. 영국
  10. 포르투갈
  11. 스위스
  12. 오스트리아
  13. 미국
  14. 덴마크(뉴질랜드와 공동 14위)
  15. 뉴질랜드(덴마크와 공동 14위)
  16. 체코
  17. 벨기에
  18. 코스타리카
  19. 독일
  20. 스페인
  21. 폴란드
  22. 호주
  23. 아랍에미리트
  24. 이스라엘
  25. 칠레(중국과 공동 25위)
  26. 중국(칠레와 공동 25위)
  27. 이탈리아
  28. 싱가포르
  29. 불가리아
  30. 카타르
  31. 그리스
  32. 카자흐스탄
  33. 우루과이
  34. 헝가리
  35. 오만
  36. 슬로바키아
  37. 페루
  38. 바레인
  39. 대한민국
  40. 파나마
  41. 사우디아라비아(말레이시아와 공동 41위)
  42. 말레이시아(사우디아라비아와 공동 41위)
  43. 러시아(멕시코와 공동 43위)
  44. 멕시코(러시아와 공동 43위)
  45. 루마니아
  46. 베트남
  47. 요르단
  48. 에콰두르
  49. 터키
  50. 쿠웨이트
  51. 브라질
  52. 도미니카공화국(볼리비아와 공동 52위)
  53. 볼리비아(도미니카공화국과 공동 52위)
  54. 아르헨티나
  55. 벨라루스
  56. 엘살바도르
  57. 모로코
  58. 과테말라
  59. 남아프리카
  60. 온두라스
  61. 세르비아
  62. 튀니지
  63. 인도네시아
  64. 태국(콜롬비아와 공동 64위)
  65. 콜롬비아(태국과 공동 64위)
  66. 아제르바이잔
  67. 필리핀
  68. 알제리(인도와 공동 68위)
  69. 인도(알제리와 공동 68위)
  70. 파라과이
  71. 우크라이나
  72. 미얀마
  73. 우즈베키스탄
  74. 네팔
  75. 타지키스탄
  76. 니카라과
  77. 이집트
  78. 캄보디아
  79. 스리랑카
  80. 방글라데시
  81. 라오스
  82. 케냐
  83. 가나
  84. 파키스탄
  85. 말리
  86. 세네갈
  87. 보츠와나
  88. 르완다
  89. 부르키나파소
  90. 탄자니아
  91. 베냉(말라위와 공동 91위)
  92. 말라위(베냉과 공동 91위)
  93. 우간다
  94. 모잠비크
  95. 코트디부아르
  96. 카메룬
  97. 니제르
  98. 토고
  99. 기니
  100. 에티오피아
  101. 앙골라
  102. 잠비아
  103. 차드
  104. 콩고민주공화국
  105. 수단
  106. 베네수엘라
  107. 나이지리아
  108. 부룬디(마다가스카르와 공동 108위)
  109. 마다가스카르(부룬디와 공동 108위)
  110. 시에라레온
  111. 예멘
  112. 아이티
  113. 시리아

이렇습니다.
대체로 국토면적이 크고 국토의 상당부분이 온대지방에 걸쳐있는 선진국이 상위권을 차지하겠지 하는 선입견은 여지없이 깨집니다. 막대한 농업생산력을 자랑하고 농무성이 특히 영향력이 큰 미국이 13위, 물산이 풍부하기로 명성이 높은 이탈리아가 27위라는 것은 꽤 의외의 사실입니다. 게다가 동유럽 유수의 농업국인 우크라이나의 순위는 현재 러시아로부터 침략을 받고 있다 보니 71위이고 국토면적이 꽤 크고 농업생산력도 막강한 프랑스가 4위를 기록한 것이 가장 높습니다. 북유럽 국가이고 농업에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인 핀란드가 1위를, 노르웨이가 3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놀랍습니다.
꽤 주목할만한 국가가 6위를 기록한 일본.
일본은 대표적인 자원빈국으로 여겨진데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이고 농업생산에 쓸 토지가 많지 않은 구조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인구는 많다 보니 세계최대의 식량수입국이기도 한데 의외로 지수가 높은 게 돋보입니다. 이것의 원인으로 짚이는 것 중에는 일본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에 농업비즈니스 기반을 대거 확충한 젠노(全農, ZEN-NOH)라든지 여러 업종에 걸쳐 있는 종합상사 등이 식량안보위기를 많이 해소하고 있다든지 하는 게 거론될 수 있겠군요.

우리나라의 순위가 39위로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사우디아라비아보다는 높지만 오만보다는 낮다는 게 꽤나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4개 지수 모두 파란색 영역에 드는 터라 전반적으로는 좋긴 합니다만 종합지수는 물론이고 4개 지수의 어느것도 일본보다 나은 게 없습니다. 유라시아대륙동안의 몬순 기후대라는 입지, 산지가 많고 평지가 적은 국토여건, 높은 인구밀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따르는 제1세계 국가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면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무엇이 원인인지가 궁금해집니다.

싱가포르와 바레인은 도시국가인 사정상 갑자기 기적적으로 국토가 넓어지지 않는 한 지속과 적응 항목은 낮은 채로 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다른 지수가 건전한 편인 것은 고무적입니다.

예멘은 환각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지된 까트(Khat)라는 식물 덕분에 농업이 철저히 망했습니다. 모카 커피의 어원이 되는 세계 유수의 커피 무역항이었던 모카(Mocha)의 명성도 이미 20세기중에 끝난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그 예멘보다도 더 바닥인 나라가 저 113개국 중 둘이나 있다는 것도 충격입니다. 끊임없는 정국불안에 시달리는 아이티와 사실상 무정부상태로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리아를 보니, 역시 인간의 무서움이 절실히 느껴집니다.

물론 이러한 지수화 평가가 현실을 왜곡 없이 완전히 보여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상당부분 반영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식량안보 이야기는 1990년대부터 줄기차게 나왔지만 이렇게까지 나온 것은 역시 생각해 볼 부분이 많은가 봅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대왕고래

2022-10-07 01:04:02

국토의 크기보다 그걸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중요한 변수가 되었네요.

구슬이 얼마나 있는지보다 그걸 얼마나 잘 꿰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 된 거 같아요.

SiteOwner

2022-10-09 15:21:56

그렇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와 덴마크가 그러합니다.

국토의 대부분이 평탄한 저지대인데다 일조량이 적어서 농업에는 상당히 불리하다고 여겨졌지만 네덜란드는 간척사업, 계획적으로 정비된 운하 및 관개수로, 대서양으로 나가는 해로 및 라인강 수계를 따르는 서유럽 내륙수운이 모두 가능한 이점 등을 모두 살렸고 덴마크는 북해와 발트해를 잇는 요충지인 점과 방목에 적합한 평탄한 지형을 잘 활용하여 농업의 패러다임을 크게 바꾼 것입니다. 바로 그렇다 보니 의외로 식량안보지수가 높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도 그러합니다. 일본은 가용토지 자체는 그렇게 넓지 않지만 그것을 국내 농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해외 농업기지 개척으로 해결해서 식량안보지수를 크게 높일 수 있었습니다.


보통 국내에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좁은 나라라서 농업이 힘들다든지 등등.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고 또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원양어업 어획고만 봐도 그 점은 명백합니다. 그리고 하기 나름입니다.

Lester

2022-10-07 09:44:42

언제부턴가 우리나라가 IT강국이다 K-콘텐츠다 하면서 4차산업의 중심지인 양 환상에 취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인간인 이상 먹고 사는 건 확립되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돈 주고 사먹으면 되지, 라고 대충 넘기기도 그런 게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재료 가격이 널뛰기하기도 했잖습니까. 뭐 저야 농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또 어디선가는 '그런데 다들 농사짓기 싫다고 떠나서 외국인 받고 있잖냐'라는 무시하기 힘든 비판을 하기도 하고... 막막해지네요.

SiteOwner

2022-10-09 16:31:48

우리나라에서 뭔가 대세가 된다고 하면 좀처럼 그 대세를 막기 힘든 경향이 꽤 강합니다. 이미 2018년에 쓴 글인 여러 현안의 의외의 접점 - 4. 연예인 머리핀과 액티브X와 편가르기에서 이미 우려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IT강국이나 K-콘텐츠 등의 성공 등에 도취되어 있고 이에 대해 의문조차 갖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이런 우리나라가 1990년대의 홍콩을 답습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전혀 없습니다.

사실, 2000년대 전반에 우리나라의 IT산업 중 액정디스플레이(LCD) 산업이 양적으로 일본을 넘어섰다고 드디어 극일을 달성했니 어쩌니 하면서 자축모드에 빠졌는데 이제 우리나라의 LCD 산업은 중국에 양적으로 밀리고 일부 기업의 경우 생산라인이 철거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조용합니다. 게다가 주식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의 기본을 등한시해서 진짜 박살날뻔한 국가도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영국은 해로가 독일에 막히면서, 국내농업을 사실상 포기하고 식민지에서 식량을 조달하면 된다는 이전의 방침을 전면폐기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일본의 무역적자를 비웃지만 일본은 해외투자가 많아서 자본수지가 흑자이고 그것으로 경상흑자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선방하지만 우리나라는 무역적자는 물론이고 경상적자에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번의 식량안보지수에서 확실히 교훈을 찾아야 할텐데 과연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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