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비유를 합니다. 자신의 자녀를 금지옥엽(金枝玉葉)이라는 한자성어로 말하기도 하고 아예 이것을 풀어서 "금쪽같은 내새끼" 라고도 표현합니다. 소중하다는 말을 이렇게 비유하는 것인데, 과장법이 넘쳐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녀가 금쪽 정도의 가치밖에 지니지 못하니까 쉽게 죽이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냉소적인 생각이.
금세공품은 비싼 물건입니다. 금, 은 등의 각종 귀금속이나 부가되는 보석의 원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오는데다 가공비용까지 더하면 확실히 가격이 크게 오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한없이 비싸기만 한다면 귀금속점이 돌아갈 리도 없다 보니 비싸긴 해도 평생 꿈도 못 꿀 만큼의 고가품보다는 그래도 살 만한 가격대의 것이 많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자녀가 그것 정도에 비견될 정도라니 상당히 비참해지지 않습니까. 그러니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선택을 하는 부모의 사례가 뉴스 사회면에 종종 나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올해 상반기의 끝자락에 전해진 충격적인 뉴스였던 조유나 양 가족 실종사건을 다시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읽어 보시면 좋습니다.
부모의 극단선택…정작 아이는 선택한 적이 없다 (2022년 6월 30일 BBC NEWS 코리아)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고 합니다.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다 보니 그러합니다.
단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언론보도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9년 10월까지의 가족살해 후 자살이나 미수사건은 426건이고 피해자에 자녀가 포함된 경우는 247건. 그리고 전문가들은 실제사례가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긴 합니다만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동반자살" 은 철저히 가해자의 언어입니다. 살인이라는 범죄의 무거움을 가족의 이름으로 희석하는 효과를 지니는.
당장 금괴를 내밀면서 "당신의 자녀를 이 금괴에 팔아라" 라는 사람이 있다면 무슨 미친놈이냐며 정색하겠지만 정작 "금쪽같은 내새끼" 라는 터무니없는 평가절하 비유에는 의문도 갖지 않는 세태가 정착해 있으니 "동반자살" 이라는 헛소리가 난무해도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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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시어하트어택
2022-10-14 23:11:34
오너님이 언급해주신 덕분에 다시 한번 그 사건을 되짚어 보게 되는군요. 가슴아픈 일이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저게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동반자살'이라는 말이 잊을 만하면 뉴스에서 나오곤 했죠.
울산지방법원의 판결문을 그대로 옮겨 봅니다.
SiteOwner
2022-10-15 23:22:23
인용해 주신 판결문이 정말 통렬합니다.
자녀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사고방식과 온정주의의 폐해, 그리고 다른 것에는 온갖 과장된 표현이 넘쳐나면서 정작 교환가치를 산정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대상인 자녀에 대해서만큼은 놀라울 정도로 정반대로 태세전환해 있는 세태가 이런 비극을 낳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세태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