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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에서 흑인에 대한 대학입학 우선권 부여조치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어요. 위헌으로 판단한 대법관은 6명이고 합헌으로 판단한 대법관은 3명. 이렇게 더블스코어로 위헌판결이 나면서 1978년부터 45년간 지속되어 온 미국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즉 평등의 실현으로서의 적극적인 행동은 대학입시에서는 정당성을 상실했어요. 이것은 20세기 후반 미국의 최대 쟁점 중의 하나였던 인종차별문제에 또다른 이정표가 될만한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해요.
이에 대해서는 언론보도를 소개해 놓을께요.
Rejection of Affirmative Action Draws Strong Reactions From Right and Left, 2023년 6월 29일 The New York Times 기사, 영어
John Roberts doesn’t want race to matter as he ends affirmative action for college admission programs, 2023년 6월 29일 CNN 기사, 영어
Biden 'strongly disagrees' with Supreme Court on affirmative action, 2023년 6월 29일 BBC 기사, 영어
US Supreme Court strikes down affirmative action in college admissions, 2023년 6월 30일 NHK WORLD JAPAN 기사, 영어
How the End of Affirmative Action Could Affect the College Admissions Process, 2023년 6월 30일 TIME 기사, 영어
“공부 잘하는 아시아인보다 못하는 흑인 우대” 美 대법원장이 인정한 하버드 차별, 2023년 6월 30일 조선일보 기사
어퍼머티브 액션에 따르면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인 흑인 및 히스패닉에 대해서는 대학입학에 할당량(quota)을 부여한다든지 가점을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우대를 해 온 것이죠. 물론 이것이 소수인종 중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흑인에 대한 문호개방이 된 것도 사실이긴 하죠. 그러나 그것이 모두에게 행복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하버드대학(Harvard University) 및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iversity of North Carolina)의 경우는 이러했어요. 아시아계 학생들에게는 통상의 수준을 초과하는 더욱 까다로운 입학기준이 제시된 것. 그 결과 같은 능력을 갖고 있어도 흑인은 우대받고 아시아계는 천대받는 식으로 사실상의 아시아계 차별이 조직화된 것이죠. 즉 어퍼머티브 액션이 결국 누군가를 차별하고 짓밟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적극적인 행동이 되었다는 것. 이전에 쓴 글인 미국의 이상한 인종차별 담론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에서 제기한 질문은 여전히 유효해요. "당신은 특정조건하에서 인종차별을 묵인하실 것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예." 라고 대답할 사람들은 있었고,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건 정상적인 법원이 아니다(This is not a normal court)" 라고 고강도의 비난을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즉 그런 것이죠. 흑인 및 히스패닉 차별은 안되지만 어퍼머티브 액션을 존속시켜 아시아계 차별을 지속하는 것은 용인되어야 한다는.
스포츠나 연예 분야를 보죠.
미국의 흑인 스포츠스타나 연예스타는 참 많아요. 이루 다 거명하기 힘들 정도로. 게다가 미국의 국가대표 스포츠팀은 정말 미국이 백인다수의 국가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흑인 일색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이것에 대해 불평등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은 본 적이 없어요.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 이미 정치분야에는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1961년생) 전임 대통령이 흑인과 백인의 혼혈이고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 1964년생) 현임 부통령은 인도계와 흑인의 혼혈. 걸프전의 명장 콜린 파월(Colin Powell, 1937-2021)이라든지 미 항공우주국(NASA) 최초의 흑인여성 과학자이자 궤도역학(Orbital mechanics)의 대가인 수학자 캐서린 존슨(Katherine Johnson, 1918-2020) 같은 위인들도 있어요. 또한, 용공 및 친소 행보로 비판받기는 하지만 만능인임이 확실했던 폴 롭슨(Paul Robeson, 1898-1976)같은 인재도 있어요. 파월, 존슨, 롭슨 등의 인물은 어퍼머티브 액션 이전세대의 인물인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어요.
흑인 유명인들의 활약의 원천은 무엇인가.
흑인은 어퍼머티브 액션 없이는 활약할 수 없는 존재인가.
어퍼머티브 액션의 종언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 두 반문 중 어느 하나에도 대답하지 못하겠죠.
존 로버츠(John Roberts, 1955년생) 연방대법원장이 하버드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이 유지했던 차별적인 대학입시방침에 대해 평가한 발언을 인용할께요.
“We have never permitted admissions programs to work in that way, and we will not do so today.”
입학전형이 그런 식으로 작동하게 허가해 오지도 않았고 오늘부터 그렇게 허락하지도 않겠다는 요지의 이 발언은 무시되어도 좋을까요. 그리고, 미국 연방대법원은 정말 정상적이지 않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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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3-06-30 21:43:30
사실 BLM(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이니, 이번의 인어공주 사태(?)로 불거진 정치적 올바름이니 하는 것도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덕을 본 흑인들이 과거 흑인 인권 운동의 대가는 생각치도 않고 특권계층마냥 부패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기에 흑인 특유의 빈민층은 무식이 대물림되고 부유층은 명예 백인이란 소리를 들으며 기존 흑인층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점 등이 결합하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1990년대의 LA 폭동처럼 인종차별의 잔재에 대해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미국인 백인들이 부유층을 지키기 위해 흑인 폭도들의 흐름을 아시아계와 다른 유색인종(주로 히스패닉)으로 유도한 적도 있지만, 그 이후로 흑인들의 과오는 되돌아보지 않고 '우리는 피해자이니 폭동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사고방식을 유지한 게 문제죠. 제2차 흑인 민권 운동이 되었어야 할 BLM이 폭동과 얽혀서 적잖은 물적 피해를 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흑인'에게만' 혜택을 주고 그 밖의 소수 인종에게는 상대적 불이익을 준다는 점, 아시안들 모두가 좋은 빽을 둔 것이 아니다보니 철저히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이 있는데도 싸잡아서 비난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른다는 점, 어퍼머티브 액션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를 비판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을 역으로 비판하기 위해 다른 아시아계 학생들을 동원해 유도신문으로 여론을 조성하는 이이제이 작전을 쓴다는 점 등 문제가 있다는 근거는 차고 넘칩니다.
예전에 제 소설의 설정을 정리하기 위해 ChatGPT의 힘을 빌리면서 EEP 프로그램(Educational Exchange Program, 제 세계관 내에서의 아시아-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어퍼머티브 액션의 충돌에 대해서도 물어봤더니, "특정 인구(some segments of the population)로부터 아시아계에 대한 특권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나, EEP는 입착 및 채용에서의 우대보다 문화 교류와 상호적 이해가 중심이다 - 라고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답변이 나오더군요. 제가 질문할 때 주어를 애매하게 써둬서 ChatGPT도 '특정 인구'라고만 했겠지만, 여기에 '흑인'을 대입해도 말이 된다는 게 의미심장합니다.
결국 흑인들이 '자신들은 지금도 피해자다'라는 일방적인 시각을 버리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어공주 영화만 해도 흑인 주연을 떠나서 영화 자체의 만듦새가 엉망이라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건만 여전히 '흑인 배우 기용을 반대하다니 인종차별이다' 같은 걸로만 몰아가고 있으니까요.
마드리갈
2023-06-30 22:00:48
말씀해 주신 것처럼 흑인 스스로의 피해의식을 버리지 않으면 해결될 것도 안될 거예요.
대놓고 "넌 이래서 안돼" 라고 특정 속성의 사람들을 명백히 배제하는 것도 무섭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아예 그 속성의 사람들을 처음부터 없는 사람으로 상정해서 배제하는 것. 부작위를 처벌하거나 비난가능한 경우는 작위에 대해서 그러는 것만큼 많지도 않으니까요. 프랑스에서의 아랍계 이주민을 배제하는 방식이라든지 이집트에서의 콥트 기독교인에 대한 사실상의 무대책으로 그들이 무슬림들에게 학살당하도록 방조하는 것같은 일이 앞으로 미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게다가 이번의 하버드대학 및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행태는 아시아계에 대해서 상대적은 물론 아예 절대적으로 불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악질적이예요. 이런 사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법원이 정상이 아니니 어쩌니 하는 것은 결국 어떻게든지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겠다는 것이죠. 문제의 인어공주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그 영화 자체가 아니라 미국 사회의 그런 이상한 기조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얼마든지 재발하고 또한 그것이 높은 확률로 아시아계를 향한 제도화된 폭력이 될 게 내다보여요.
Lester
2023-06-30 22:39:49
창작물에의 과도한 PC 주입으로 논란이 된 영화는 사실 인어공주 이전에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있습니다.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인 켈리 마리 트랜을 로즈 티코 역으로 등장시켰는데 작중에서는 의도는 좋았지만 행적은 정반대인 캐릭터였고, 작품 밖에서는 엄청난 비판거리 중에 하나가 되자 후속작에서 출연 분량을 대폭 줄여버린 것도 모자라 공식 코믹스에서는 배우의 각진 얼굴이나 째진 눈과 달리 미녀 캐릭터로 묘사하여 기록말살형을 시도했습니다.
문제는 스타워즈 시퀄 삼부작에서는 이렇게 문제가 됐던 캐릭터를 단숨에 지워버려놓고, 인어공주에서는 역으로 끝까지 감싸고 돌겠다는 것인지 굿즈마저도 과거 애니메이션판(붉은 머리의 백인)이 아닌 2023년 실사판(레게머리의 흑인)으로 발매했다는 겁니다. 두 영화 모두 디즈니 산하에서 제작됐고, 둘 다 과도한 PC 논란을 안고 있으며(참고로 스타워즈 시퀄 삼부작 주인공은 흑인입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2차 상품을 통해 대중의 인식을 바꾸려고 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곱씹어보면 사실 이번 인어공주 논란은 예고된 필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에는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농담이 있고, 영국의 정치가 겸 역사가인 존 액턴은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Power corrupts. 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라는 말을 남긴 바 있습니다. 흑인이 이미 주류 사회로 진입한 시점에서 언제까지 피해자임을 자처하며 남의 권리를 '약탈'하려는지 짐작이 되지 않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처럼 일방적인 사망이 아니라 좀 더 크고 직접적인 충돌이 벌어져서 희생자가 나와야만 정신을 차릴 것인가 하는 걱정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