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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은 미국에서는 독립기념일로 기억되는 날입니다.
이날에 관련된 영화로 유명한 것이 두 편 있습니다. 하나는 1989년작인 7월 4일생(Born on the Fourth of July)이고 다른 하나는 1996년작인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 저는 두 영화를 모두 다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1997년 상반기.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던 제가 수강했던 교양과목에서 인디펜던스 데이가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는 미국 중심적이고, 세계질서를 좌우하는 미국이 주도하여 외계인을 물리치는 점에서 미국의 패권주의가 묻어날 뿐만 아니라 그렇게 외계인을 격퇴한 날이 왜 하필이면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되어야 하냐고 비판하는 평론가들의 관점을 소개하는 자료와 함께.
7월 4일생의 존재를 아는 저에게는 그러한 평론가들의 입장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애국심이 투철한 어느 청년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했지만 하반신마비 장애를 입고 퇴역한 후에 폐인 생활을 하다가 이후 반전운동가로 거듭나면서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고 그 또한 그 어두운 면에 일조했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그러면 어느 나라에서 만든 영화였는지. 그리고 미국의 영화계 종사자들이 그 평론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을 영웅화하기에 급급한 문화제국주의의 첨병같은 사람도 아니라는 것은 왜 무시했어야 하는지 여러모로 의문이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의 어느 사람이든지 자기의 정체성에 기반하여 세계를 볼 권리가 있습니다. 아니, 권리 이전에 당연한 것입니다.
그게 미국인에게 "그런 미국적 가치관은 말하지 마라" 라고 강요하는 게 그러면 타당하기라도 한 것인지.
그리고 저는 그 과목 담당교수에게 제 생각을 말했습니다. 상당히 언짢아하더군요.
그리고 이것까지 말했습니다. 그러면 문제의 인디펜던스 데이가 소련 건국일인 12월 30일이면 만족하실 것인지에 대해.
교수는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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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3-07-04 21:09:06
교수가 저 정도의 의견에 아무 대답도 못하는데 교수 자리에 어떻게 앉아있는지 모르겠네요.
반박이나, 토론이나, 의견제의같은 것 정도는 바로바로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적어도 제가 대학원에 있을 때 봤던 교수들은 다 그런 식의 논리적 답변은 가능한 사람들이었어요.
적어도 저 교수 밑에는 가면 안되겠네요.
SiteOwner
2023-07-04 22:57:48
그 시대의 미국에 대한 국내 대학가의 막연한 중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시각에서는 인디펜던스 데이만 미국 영화이고 7월 4일생은 미국 영화가 아니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예의 그 담론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고정관념의 확대재생산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런 풍자가 있습니다.
어떤 활동가가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면서 빈국을 전혀 돕지 않는 나쁜 나라다!!" 라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에게 미국이 국제원조를 가장 많이 한다고 알려주자 그는 바로 태세전환했습니다. "미국은 세계최강의 경제력으로 전세계 식민지배를 획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