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도 게임스토리를 적게 된 HNRY입니다.
음……이번 주제는……게임보다는 게임 제작사의 이야기로군요. 코나미의 이야기입니다.
코나미는 BEMANI 시리즈의 제작사이기도 하지요. 제가 좋아하는 리듬게임 시리즈들이기도 하고 제가 작성 중인 BEMANI in Korea에서 다루는 게임들이지요.
물론 코나미의 게임은 BEMANI 시리즈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있어 코나미 공식 홈페이지, 또는 일본 본토의 대형 아케이드 센터들을 살펴보면 한국에 발매된 것 이상의 게임기와 게임 소프트들을 확인할 수 있죠.(물론 코나미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만)
하지만 저는 코나미의 게임들은 좋아하지만 코나미란 회사 자체를 그리 좋게 보는 편은 아닙니다. 그들의 정책이 보수적인 것도 있지만 그게 지나친 부분도 있고 또 거기에 속보이는 이중성이 함께 보이기도 하지요.
특히 저작권과 특허권의 남발.
물론 저작권/특허권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고 이익이 걸린 문제이니 이를 지킴으로서 저질 표절 게임을 퇴출하는 효과를 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이게 지나쳐서 때때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는 건 사실이었으니까요.(이런 경향은 리듬게임이 조금 심한 편이어서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 중엔 코나미로 인해 리듬게임 시장이 발달하지 못했단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저라도 이 의견엔 절대 공감할 순 없지만 말이죠.;;)
거기에 때때로 이 와중에도 표절이라 소송을 건 게임의 요소를 자사의 게임에 편입시키는 속보이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하여 더더욱 그게 두드러져 보였지요.
그래서 여기서 저는 두 가지의 사례를 통해 코나미가 이 저작권과 특허권의 행사를 통해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언급해 보려고 합니다.
1.
코나미가 비트매니라를 통해 리듬게임 붐을 일으키자 국내외 할 것 없이 다양한 회사에서 비트매니아를 모방한 수많은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었습니다.
이 중에는 코나미에게 소송을 당하거나 혹은 저질 게임성으로 인해 욕을 먹고 저절로 사장된 다양한 게임들이 있었지요.
이지투디제이는 바로 이 비트매니아의 아류작으로 출발한 게임이었었습니다. 비록 5키 건반에 스크래치 1라는 구성은 똑같았지만 기기 조형만큼은 기존 비트매니아 시리즈와는 많이 달랐지요.(사실 더 따지고 보면 비트매니아의 후계기인 비트매니아 IIDX와도 비슷하거나 같은 부분이 있지만 EZ2DJ 1st TRAX와 비트매니아 IIDX간의 발매일이 IIDX가 빠르긴 해도 고작 2개월 차이이고 초대작은 수입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거기까지 고려했다고 보긴 어렵다 생각합니다.)
외형도 외형이지만 이지투디제이는 이펙터 버튼도 비트매니아 보다 더 많은 4개이고 결정적으로 비트매니아에는 없는 페달이 존재한다는 것이 또 다른 차별점이었습니다.
물론 아류작이니 만큼 초기작의 게임성은 비트매니아와 많이 닮았었습니다만(특히 같은 해에 발매된 beatmania completeMIX와) 일단 기존의 국산게임이 가진 싸구려틱한, 혹은 저질스런 모습을 탈피한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또한 비트매니아와 달리 국산이란 강점으로 인해 이지투디제이는 순식간에 비트매니아의 입지를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3번째 이지투디제이 시리즈인 EZ2DJ 3rdTRAX ~Absolute Pitch~가 발매된 2001년 즈음에 코나미에게 소송이 걸리게 되고 7번째 작품인 EZ2DJ 7thTRAX ~Resistance~이 나온 2007년에 와서야 길고 긴 법정 분쟁이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법은 코나미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국 이지투디제이는 비트매니아의 아류작이었고 비트매니아를 그대로 따라한 부분이 없는 게 아닌지라 기판, 게임 소프트에 관한 특허권에서 결국 패소하여 코나미에게 막대한 배상을 해야 했지요.
하지만 기기 자체는 비트매니아와는 다른 부분이 많은지라 여기에 관한 의장권 소송에선 승소하였습니다. 하지만 특허권 소송에서 패한데다 여기서 1~3 기기 재고들에 대한 처분 및 중고기기 매매, 대여 금지 처분까지 받아서 기기 생산에도 큰 타격을 받았지요.
그런데 여기서 미섬쩍은 부분이 있다면 이것. 바로 비트매니아의 직계 후속기종인 비트매니아 III입니다. 이것이 발매된 것은 2000년 5월. 소송을 걸기 1년 전이지요.
코나미의 미심쩍은 부분이라면 바로 이 비트매니아 III의 페달입니다. 기존 비트매니아는 버튼 하나로만 이펙터를 On/Off 시킬 수 있었다면 이 기기는 페달을 통해 이펙터를 On/Off 시킬 수 있고 내장 샘플러로 더 다양한 이펙트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지요.
문제는 이 페달이 단순 이펙터로서의 역할 뿐만이 아니라 5키 건반과 스크래치처럼 연주에 이용할 수 있는 모드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단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지투디제이 팬들로서는 미심쩍을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2005년도에 코나미는 또 다른 회사에 소송을 걸게 되는데 그곳은 바로 미국의 락커 게임즈(Roxor Games)라는 회사로 이쪽은 DDR의 아류 게임인 인 더 그루브(In the Groove)라는 게임 시리즈를 제작하던 회사였습니다.
이 회사가 제작한 인 더 그루브 역시 이지투디제이와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에선 DDR에 비해 저렴한 가격, DDR과는 다른 게임성으로 DDR과 비등한 인기를 자랑하며 콘솔판으로도 이식된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쪽의 경우 이지투디제이와 달리 기기가 DDR의 판박이인지라 거의 완벽한 DDR의 표절 게임이라는 판정을 받았었었죠.
이로 인해 인 더 그루브의 지적재산권은 모두 코나미로 넘어가게 되었고 락커 게임즈의 제작진들은 인 더 그루브 2의 유통원이자 펌프 잇 업 시리즈의 제작 업체였던 안다미로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은 인 더 그루브 기기들에 대한 처분이었는데 코나미는 소송에서 이긴 2006년에 DDR의 신작인 Dance Dance Revolution SuperNOVA를 내놓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 코나미는 슈퍼노바를 내면서 인 더 그루브용 업그레이드 키트까지 발매하는 속보이는 짓까지 해서 역시 인 더 그루브 팬들에게 비난을 받기까지 했었습니다.
어쩌면 이지투디제이가 비트매니아와 똑같은 형태의 게임기였다면 인 더 그루브와 같은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네요.(당연히 시리즈도 맥이 끊겼을지도……)
2.
1이 코나미의 특허권 행사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코나미의 저작권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코나미의 저작권은 매우 엄격하기로 악명이 높았죠. 이것은 동인 팬덤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도키메키 메모리얼 시리즈로 성공한 코나미였지만 2차 창작에 관한 부분은 매우 엄중하게 다뤄서 이미 도키메키 메모리얼 첫번째 시리즈 당시의 에로 동인지 제작자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이는 바람에 팬덤이 박살날 지경에 이르렀었습니다.(의외로 에로 동인지가 해당 작품의 인기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물론 이 과정에서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캐릭터를 무단 도용한 성인 애니 제작사를 잡아들이긴 했지만;;)
물론 나중에 가서 제재를 약화시키긴 했지만 결국 이 시절의 영향으로 인해서 도키메키 메모리얼 시리즈 팬덤은 코나미의 다른 인기 시리즈인 퀴즈 매직 아카데미, 러브플러스 팬덤에 비해서 그 규모가 작고 도키메키1 시절의 수준으로 회복되지도 못하는 중이라 합니다.(물론 후속작을 발매하는 과정에서 2, 3의 평이 안좋았던 것도 있지만)
그렇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는 건 여전해서 2010년도엔 Diverse System라는 동인 음악 제작 써클이 경고를 받은 일이 생겼었습니다.
Diverse System은 기존에 BEMANI 시리즈의 악곡들을 리믹스 또는 어레인지 한 앨범들을 내던 써클로 유명했었는데 이들이 그만 코나미가 휘두른 저작권의 철퇴를 맞아버린 것이었죠.
그로 인해 그 해 코믹마켓에 출시하려던 비마니 리믹스 앨범도 취소되고 이들은 급조한 앨범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습니다.(그런데 이 앨범의 퀄리티도 나름 준수하단 평을 들은 걸 보면 이들이 비록 동인일지라도 실력은 프로급이란 걸 느낄 수 있었죠.)
여기까지만 보면 위에서 언급한 도키메키 메모리얼과 같은 엄중한 저작권 처벌로 볼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것. 2년 뒤 발매한 사운드 볼텍스의 존재였습니다. 이 게임은 기존의 BEMANI 시리즈와는 다른 게임성을 보여주었는데 그 대표적인게 수록곡 라인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이 작품은 기존의 프로 아티스트들이 아닌 동인 아마추어 아티스트들을 대거 기용하여 오리지널 곡과 기존 비마니 시리즈의 리믹스 악곡들을 수록하였으며 EXIT TUNES라는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는 보컬로이드/우타이테(니코니코동화 등지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의 앨범과 기타 동방 프로젝트 동인 리믹스/어레인지 곡들을 다수 수록하였으며 정기적으로 SOUND VOLTEX FLOOR라는 서비스 코너까지 마련하여 인터넷을 통해 아마추어 동인 음악가들의 곡, 작가들의 재킷, 어필 카드 등을 투고받는 시스템으로 동인 컨텐츠들을 받고 있다는 것이지요.
불과 2년전에 동인 써클의 컨텐츠 하나를 없애버리고순 똑같은 컨텐츠를 이런 식으로 받고 있는 걸 보면 뭔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코나미 게임들까지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사운드 볼텍스를 플레이 하고 즐기는 입장이니까요.
그러니까 저는 "코나미는 미워하되 게임은 미워하지 않는" 그런 기묘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이상 저의 코나미에 대한 생각을 써 보았습니다. 물론 제가 알고 있는 정보가 잘못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는 걸러들으시거나 혹은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NR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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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13-07-22 13:18:14
특허권과 저작권의 양면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글을 써 주신 데 대해 우선적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릴께요.
특허라는 것은 배타적이면서도 또한 공공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떠한 권리의 행사는 독점할 수 있지만, 그 권리의 객체가 되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어야 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요. 이것을 생각하면서 기업들의 행동양상을 보면 상당히 특이한 면모를 발견가능해요.
크리스탈 제조의 명문 스와로브스키에서는 제품의 화학적 조성비율을 특허출원조차 하지 않고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어요. 반대로, 코나미에서는 유사품 제작사에 소송을 걸었고 결국 승소했어요. 이렇게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사실 이 두 기업은 배타성의 확보를 위해 행동했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전혀 없어요. 왜 그럴까요? 여기에는 산업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전형적인 중후장대 산업인 화학공업과, 컨텐츠를 위주로 승부하고 하드웨어 생산은 아웃소싱에 맡기면 되는 게임산업에서는 배타성의 정도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어요. 화학공업의 경우는 진입장벽 자체는 상당히 높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을 갖춘 기업이라면 특허로 인해 공개된 내용을 토대로 유사품을 금방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러나 게임산업의 경우는 그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아서, 소프트웨어의 복제 및 리버스 엔지니어링, 기판, 구동부품 등의 외주생산 및 조립 등을 위한 비용이 화학공업과는 비교도 되지 않아요. 그래서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라면, 코나미가 아니라 다른 회사라도 스와로브스키같이 행동하지는 못 할 거예요.
저작권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자면...
예의 개념 자체가 아예 없어서 창안자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풍조는 문제가 있고, 이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아요. 게다가 이렇게 되면 창작을 하려는 사람 자체가 없어질 게 뻔하니까요. 그런데 컨텐츠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확산으로 저변이 형성되어야 컨텐츠의 시장이 넓어지고 수익이 증대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요. 그래서 이러한 성격이 있어서 컨텐츠산업은 저작권을 적용할 경우에 유연성 있는 선택을 강요받아요.
사견으로는, B2B(법인 대 법인)에서는 당연히 저작권 개념이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캐릭터를 무단도용한 성인애니 제작사 검거는 정당하고, 이것에 대해서 대항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B2C(법인 대 소비자) 관계에서는 이것에 대해 관용이 있어야 할 거예요. 소비자를 위해서도, 기업에 대해서도. 해당 컨텐츠에 대해서 알지 못하게 되면 결국 시장과 수익원의 발굴에 실패하게 되니까요. 게다가 소비자는 법인만큼의 생산능력도 없어요. 그래서 이 점에서는 코나미의 행동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HNRY
2013-07-22 14:22:12
좀 더 확실하게 정의를 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물론 게임 산업의 특성상 코나미의 대응이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것이 지나쳐서 리듬게임 장르에 보수성을 안겨주었다고 보는 입장도 있어서요. 일례로 대전액션게임이라 불리는 격투 게임 중 흔히 버튼 또는 레버를 일정하게 조작하는 것으로 해당 캐릭터의 필살기를 쓴다는 이른바 "필살기 커맨드 입력 시스템"의 원조는 바로 캡콤인데 이 캡콤의 경우 회사의 이익보다는 대전액션게임의 보급을 중시하여 특허권을 포기하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코나미와 더더욱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물론 후일 캡콤은 DLC를 이용한 상술로 인해 욕먹게 됩니다만;;) 현재의 리듬게임의 형태를 정립한게 코나미인데 이런 코나미의 행보가 없었으면 비록 무수히 많은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해도 그 중 양질의 게임을 통해 더 다양한 게임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요. 3대 대전액션게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유명 격투게임인 스트리트 파이터, 킹 오브 파이터즈, 철권 처럼 말이지요.(물론 어설프게 기술을 도용해 만든 표절 게임들은 당연히 퇴출되어야 마땅하지만 말이죠.)
저작권 같은 경우 코나미의 초창기까지만 해도 규제가 널널한 편이었습니다. 아니, 거의 무신경했다고 봐도 무방했었겠죠. 그런데 이러다 보니 위에서 언급한 캐릭터 무단 도용 성인 애니메이션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코나미 외부에서 지적이 들어왔고 그제서야 이 제작사를 잡아들이는 등 저작권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무고한 동인 작가 등 순수 도키메키 메모리얼 팬들까지 싸잡아서 처벌을 내리는 실수를 해버렸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 이후로 저작권에 관해 완강한 태도로 일관하던 코나미 때문에 팬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기도 했으니 그나마 자각을 하고서 저작권에 대한 제재를 약화시킨 것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Divers System의 사례처럼 정말로 완화된게 이정도인가 싶기도 하지만 말이죠. 즉, 마드리갈님이 언급하신 B2B에 대한 제재가 지나치게 확대되어 B2C의 관계까지 악화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