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워낙 비하발언이 넘치다 보니 유구한 레파토리인 노인비하는 충격적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네요.
그런데 오늘의 보도는 신기하네요. 결과적으로 저도 오빠도 묘하게 본의아니게 예견을 해 버렸으니까요.
그럼 이번에는 문제의 발언.
“미래 짧은 분들이...” 野혁신위장, 투표권 두고 노인 비하 논란, 2023년 7월 31일 조선일보 기사
골자는 이러해요.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7월 30일에 열린 청년세대 좌담회에서 남은 기대수명에 따라 청년과 노인의 투표권 경중을 달리하는 게 합리적인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 선거권이 있으니까 그렇게 못한다는 것인데...
우선 기대여명에 따라서 권리의 경중을 달리하자는 시각.
이건 이미 2022년 10월 6일에 쓴 제 글인 재산비례형 벌금제는 과연 정의로울까에 등장하는 재산비례형 벌금제의 맹점 비판을 위해 세워본 논리인 것이죠. 여기에서는 기대여명에 따른 죄책의 경중을 논했다 보니 예의 발언에서처럼 권리의 경중을 말한 것과는 다르지만 기대여명을 가치판단의 척도로 사용한 데에서는 논리구조가 동일해요. 저 논리대로 할 것 같으면 아예 존재한 적도 없는 허무인(虚無人)의 권리는 최대가 되어야 하고 기대여명을 크게 뛰어넘은 초장수자의 권리는 박탈되어야 한다는 결론도 도출가능해요. 그래서 진보계열 정당에는 특히 유령당원이 많았던 것이고, 자유와 평등을 말하면서 차별을 묵인할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얼마든지 차별을 정당화하는 자들이 이상할 정도로 넘쳐나는 거네요. 2021년 11월 10일에 쓴 미국의 이상한 인종차별 담론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제하의 글에서 제기한 질문인 "당신은 특정조건하에서 인종차별을 묵인하실 것입니까?" 에서 인종을 세대라고 바꿔써도 여전히 그 질문도 대답도 유효해져 있어요.
그리고 여전히 반복되는 노인폄하 사태의 이유.
그건 이미 오빠의 2021년 11월 29일 작성글인 "저학력 빈곤층 고령층" 비하 발언과 포벨 이야기에 잘 나타나 있어요.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의 발언인 "실제로 윤석열 지지자들은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과 고령층" 은 "일반론적 해석" 에 근거하고 있었거든요. 그 해석 자체가 틀렸다는 가치판단은 하고 있지 않은 채 그것을 전제로 하는 일반론적 해석의 결과가 특정계층 차별과 비하. 그러니 그들은 멸시해도 되는 사람들이죠. 하긴 뭐 고학력 부유층과 청년층에도 잘해준 적은 없었지만요.
그러니까 개천에서 용이 나면 안된다느니 개천에는 가재 붕어 개구리도 있어야 한다느니 그러죠. 일반론이잖아요. 그러니 계속 반복되는 것이죠. 일말의 문제의식도 없이 일반론 탓만 하면 되는 것이죠.
생각나서 찾아본 게 있어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웹사이트에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근간으로 한 행정구역별 부양비 및 노령화지수 자료가 있어요. 이걸 소개해 드릴께요(사이트 바로가기).
여기서 노령화지수, 즉 65세 이상인 노인의 인구수를 0-14세 범위의 유소년인구수로 나누어서 100을 곱한 지수를 보면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죠.
2023년 기준 노령화지수의 1위는 전라남도(237.3), 2위는 경상북도(232.6), 3위는 강원도(229.1), 4위는 부산광역시(223.4), 5위는 전라북도(221.9). 이렇게 5개 시도가 이 지수가 200을 넘어요. 즉 이 시도에서는 노인 인구가 유소년 인구의 2배를 넘는다는 이야기. 1위가 전라남도이고 5위가 전라북도라는 것을 눈여겨봐야겠네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올해 100번째 생일을 맞은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1923년생)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게 천만다행일 거예요.
독일 출신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끌어온데다 지금도 현역 저술가이자 멘토인 그가 한국인이었다면 누군가가 "조국을 배신하고 미 제국주의에 부역한 천하의 반동역적패당" 운운했을테니까요. 그리고 "한국에 태어났으면" 제하의 씁쓸한 블랙유머를 더 연명시켰을지도 모를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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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23-08-06 23:38:41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본인이 늙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본인이 늙었을 때도 저 말대로 행동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하든지 말든지 싶지만... (어차피 저 말 한마디로 갑자기 노인들이 박해받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거 같지도 않고요)
마드리갈
2023-08-07 00:12:04
최소한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죠. 자세한 건 그 사람이 아니라서 알 수 없겠지만...
그런데 이 사건에서 확실해진 것은 있어요. 차별의식을 담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마각을 드러내지만 그게 부끄러우면 참 편리하게 숨는다고 말이죠. 문제가 커지니까 자신의 아들이 중학생이었을 당시에 말했다는 것을 방패삼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지.
그런데 이게 그냥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네요. 앞으로 또 벌어질 일이 착실히 대기열에 채워지는 모양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