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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생각한 교복이 어쩌다 다문화 문제로

Lester, 2024-01-25 01:03:50

조회 수
185




요새 1월인데도 갑자기 작업량이 늘어나서 조금 일하다 허리가 아파 누워서 쉬다가 종종 그대로 잠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창작은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서 머릿속으로나마 계속 생각을 해보고 있는 게 바로 '교복'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1차적으로는 저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측면이 컸습니다. 그래도 기왕 '국제적'이란 제목을 달고 소설을 (지금은 쉬고 있지만) 쓰는데 개인적인 것만 고집할 수는 없어서, 객관적이고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보다가 '다문화'라는 데에 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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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교복은 기본적으로 똑같이 생겨서 통일성, 그렇기에 같은 집단이라는 소속감을 부여합니다. (더 나아가 외국계 일본인 유튜버 ONLY in JAPAN의 일본 교복 취재 영상에 나온 것처럼 '젊음을 만끽한다는 상징'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만, 이건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니 논외로 쳐야 할 듯합니다.) 특히 제 소설의 배경인 미국은 예로부터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리며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살고 있는 만큼, 교복은 이 다문화를 제도적-공적 차원에서 지키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위 영상 초반에서 '다문화를 빌미삼아 동화를 거부하거나 종교를 강요하는 것을 막고 (종교적-문화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라는 측면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것은 역시 영상에서도 나오지만 다문화라는 이유로 이주민 혹은 난민들이 전세계로 퍼졌지만 굴러온 돌의 입장이면서 자신들의 개성을 지키겠다며 동화를 거부하다 못해 범죄 혹은 폭동으로 번지는 사건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이슬람계 이주민들이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모스크 건설 혹은 샤리아 허용 등을 요구하거나, 국적에 상관없이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잃을 게 없다는 식으로 막 나가는 사건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동남아계 이주민들이 대한민국 국적 취득만을 위해 일가족을 데려와 사는 것은 살짝 맥락이 다르니 판단을 보류하겠습니다.)


그래서 영상 초반의 주장에 대해서는 수긍을 했습니다. 어느 나라에 살면서 그 권리를 누리려면 그 나라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의무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에는 인도주의에 따라서 난민을 무진장 받거나 지원을 했죠. 여유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불황이 닥치면 국가 지도자들로서는 자국민을 먼저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라고 그 나라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지도자로 뽑아줬으니까요. 이주민들 입장에서는 '얘기가 다르잖아'라고 화를 내겠습니다만, 사실 과거에도 "자국이 잘 산다는 전제하에" 받아준 것이지 무조건적으로 받아준 게 아닙니다. 부각이 안 됐을 뿐이란 얘기죠.


너무 현실적으로 빠져서 다시 가벼운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네요. 어쨌거나 다문화는 기본적으로 공포를, 그 정도가 심하면 혐오와 폭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크툴루 신화로 유명한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1890~1937)에 찾아봤다가 왜 이 사람이 "인간의 감정 중에 가장 오래된 감정은 공포요,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공포는 미지에 대한 공포이다"라는 말을 남겼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러브크래프트는 결혼 생활 동안 뉴욕에 살았는데 (아마도 부유한 어린 시절의 영향 탓인지) 북적대는 대도시 생활을 싫어했고, 또 뉴욕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자들도 싫어했기에, 그 영향이 초창기 작품은 물론 공개 서신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물론 나치의 홀로코스트처럼 히틀러 개인의 분노가 체제로 확대되는 사례도 있으니만큼 한 가지로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기만 했다면 인접한 지역끼리 문화가 비슷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리가 없으니까요. 다만 그 과정에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분쟁과 학살이 수없이 있었을 것입니다. 몽골이 고려를 침략한 부분이 (인과관계 문제상) 크게 부각되지만, 그러면서 고려양(몽골에서 고려 문화를 받아들여 현지화시킨 문화)이니 문익점이 들여온 목화니 하는 교류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요는 곧, 문화 교류에서 발생하는 근본적(?) 마찰을 어떻게 얼마나 줄이느냐라고 하겠습니다. (뭔가 뻔한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미국 교육계에서 사립학교가 아니면 보기 힘든 교복을 제 작품에 넣으려고 한 것도 (솔직히 나중에 갖다붙인 거지만) 비슷한 이유입니다. 골치 아픈 현실적인 문제를 떠나서, (비록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허황되게 들릴지언정)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사랑(humanity)에 대한 믿음만은 잃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인간인지라, 위에 나오는 이주민들이 일으키는 문제 같은 소식을 접할 때마다 현지인으로서 울컥하긴 합니다. 그래도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이 서로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한다면 한 쪽이 밀려나지 않고 같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가능성과 희망이 있을 거라 믿고서 싶어서 창작물의 형태로 표현하려는 거죠.


다만 찾아보니 미국 교육계에서 교복이 채택되지 않는 명확한 이유가 몇 가지 있기는 하네요. 대표적으로 상술한 문화적 차이를 교복으로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인과관계가 없다는 반론(4번 참고)이 있습니다. 교복(심하면 스마트폰)이 고가 브랜드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 혹은 집단따돌림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게다가 저 링크된 기사에서는 교복 한 벌당 100달러 x 학생당 최소 2벌 x 공립학교 학생 4400만 명 = "연간(!) 88억 달러(24-01-25 기준 11조 7031억 1640만 원)"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격 부담이나 지역별 기후 차이 등 현실적인 문제를 근거삼아 드레스 코드(주로 색상)로 절충하는 지역 및 학교를 근거삼아 굳이 교복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당사자인 학생들이 교복을 싫어한다는 것은 통계와 민주주의의 함정 같은 상황이니 넘어가겠습니다.)


물론 창작물이니까 정말로 가격부터 작업 공정 같은 걸 일일이 반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논문도 아닌데 누가 읽고 싶어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 글을 쓰면서 '고급 브랜드로 금수저 티내는 계급차별 같은 건 묘사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 혹은 일말의 아쉬움이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더 생각해 보니, "나는 기분 잡치는 내용을 왜 '굳이' 쓰려고 하는 거지?"라는 반발감도 올라왔네요. 뭐 갈등이 있으면 이야기가 재밌어지긴 합니다만, 연재(실천)도 안 하면서 계획만 앞세워서 뭐하나... 라며 한심한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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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하나 보고 쓰려고 했던 글이긴 한데, 요새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왔다갔다하면서 적은 것 같네요. 나중에 옛날 글을 찾아볼 것을 대비해서 요약하자면, "교복은 작중에서 문화통합의 수단으로 쓰이긴 하나, 소재일 뿐이니 너무 깊거나 심각하게 대하지 말자." 정도가 되겠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포럼 분들께선 (1) 학창시절에 어떤 교복을 입으셨는지, (2)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면) 교복을 (다시) 입고 싶은지, (3) 입는다면 어떤 스타일이 좋은지도 궁금합니다. 제 의견을 짧게 적자면...

(1) 중학교-고등학교 둘 다 블레이저, 소위 정장 스타일로 입었습니다. 속에가 목티냐 셔츠와 넥타이냐만 달랐네요.

(2) 개인적으로는 딱히 반감은 없습니다. 패션감각이 없는 저로서는 차라리 교복이 더 편해요. 묻어갈 수 있으니까.

(3) 넥타이 있는 거면 다 좋습니다. 공부를 못해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넥타이의 마법(?)이기도 하고, 전문적 혹은 회사 느낌이 나서 그런지 단체생활의 입문편 같은 느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12 댓글

마드리갈

2024-01-25 12:18:11

교복 문제도 사실 비용의 문제로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풀려요.

전근대사회는 신분제사회이고 신분제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라 요구되는 복장을 갖추면 그것이 그 자체로 사회적인 표지가 되죠. 즉 복장이 바로 그 사람의 대부분을 파악할 수 있는 최소비용의 도구로 기능해요. 그러나 천부인권에 따라 신분제가 해체된 근대사회에서는 복장의 위상이 아무래도 변경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복장의 위상은 신분이 아니라 다른 사회적인 표지로 바뀌어야겠죠. 연령이라든지 직업이라든지. 미성년자가 대부분인 학생에게는 교복을 입히는 게 바로 그 대안이예요. 특히, 인종적 특성이 다양하면 교복이 더더욱 적합할 것이겠죠. 그게 개인의 식별 및 사회의 관리를 위한 최소의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수단일 수 있어요.


또 하나, 자유 개념이 상당히 중요해요.

자유에는 크게 국가로부터의 자유(Freiheit vom Staat)와 국가 안에서의 자유(Freiheit im Staat)가 있어요.

전자는 과거의 전근대사회로부터의 탈각이라든지, 첨부해주신 슈카월드 영상에 나오는 68혁명에서의 교복 폐지같은. 그리고 후자는 법과 제도를 지키기만 하면 누구든지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 시스템같은. 그리고 후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사회통합이죠. 독일의 신학자이자 법학자인 루돌프 스멘트(Rudolf Smend, 1882-1975)가 주장한 통합주의(Integrationslehre)가 바로 그것이고, 이제는 사회통합과 무관한 제도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해요.

즉, 68혁명의 패러다임은 이제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을 뿐더러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성장한 사회를 운영하는 데에는 백해무익한 낡은 사상인 것이죠. 그러니 이제는 사회통합이 필요하고 그 사회통합의 첫걸음은 사회구성원을 어릴 때부터 사회화하는 것이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프랑스 각급학교에서의 교복부활방침의 천명은 바로 그렇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전환이예요. 그리고 이것은 종교적 전근대성에 기반하여 예외를 인정받고자 하는 무슬림 사회와는 양립할 수 없어요. 그리고 사회통합에서 무슬림 사회만 예외가 될 수도 없는 것이구요.


코멘트를 분할해서 일단 여기까지 쓸께요. 

Lester

2024-01-26 13:51:20

사실 본문에서 안 쓰려고 했던 표현이지만, 무슬림 사회에서 주장하는 '종교의 자유'란 거의 "테라포밍terraforming"이 아닌가 싶습니다. 겉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요구하지만 샤리아를 통해 사실상 자치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이슬람교 세력을 증가(특히 기존 거주민들의 회피를 통한 공백지 점령)하여 결국 '이슬람교에 의한' 사회 대통합을 추구하는 거죠. 국내에도 미국에도 있는 근본주의 기독교 세력이나 중국의 공산당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하신 국가 안에서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한편으론 다른 이들이 누리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딱 맞아떨어집니다.


진화론이 맞다면 인류의 생존에 부적합하고 불필요한 것은 퇴화하기 마련인데, 인류 역사상 수많은 인종과 사상과 종교가 등장했지만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결국 이런 극단주의 또한 자연소멸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통칭 빈 살만)는 사우디의 왕세자 겸 총리로서 세속화를 추진하던데, 자본주의의 맛(?)을 보면 이슬람교 내의 전통적 가족 정신만 남기고 나머지는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직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요.

마드리갈

2024-01-25 13:52:05

그러면 두번째 코멘트.


일본은 규격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어요. 산업적으로는 분업체제가 세계최강의 수준으로 발전해 있는데다 일본인들의 동류집단 내의 동류의식 같은 것도 상당히 강한 편이죠. 물론 이것이 몰개성으로 나타나서 독자노선이나 혁신 등을 발휘하는 데에 장애가 되거나 동류집단 내에 속할 수 없는 사람이 그 사회에서 이탈해 버리는, 흔히 말하는 히키코모리 문제 같은 부정적인 유산도 있지만요. 그리고 폭주족들의 특공복(特攻服)이라든지 한때 유행했던 갸루패션(ギャルファッション)이나 현재의 양산형여자(量産型女子) 등으로 대표되는 스타일이 명멸하는 것도 일본 사회의 속성을 보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교복을 청소년기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어요. 단 이것도 일본의 지역적 특성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교복의 스타일을 보고 대략 어느 지방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다변화되어 있지만요. 


또한, 일본 사회에서 많이 보이는 "그렇게는 말 안했다" 스타일의 규제 우회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에도막부 시대에는 지배층이 서민층의 사치를 금지한다고 의복의 색채를 제한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는데 서민층은 단색 위주의 옷을 만들면서 화려한 기하학적 패턴을 넣는다든지 한 게 있었어요. 그리고 학생들의 모든 복장이 같다면 자기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그 규제범위 밖에 있는 것들. 이를테면 상의의 리본이라든지, 가방에 다는 액세서리라든지. 


학생 때 입었던 교복...

생각하기도 싫지만, 중학생 때든 교복의 스타일은 고등학생 때든 짙은 남색 재킷+흰색 블라우스+타탄무늬의 무릎을 덮는 롱스커트였어요. 치마가 길면 결코 좋지 않은 게 그 자체로도 걸을 때 무릎이 끝단에 걸리기 쉬운데다 화장실을 이용할 때에도 불편하고 여기는 건조한 경우가 많다 보니 정전기가 생기기 쉽다 보니 건조한 계절에는 다리에 달라붙어서 영 좋지 않고...

선호하는 교복스타일은 골프복같은 스타일. 여학생이라면 BIRDIE WING 골프걸즈 스토리의 히메카와 미즈호(사이트 바로가기)가 입은 것같은, 남학생이라면 역시 같은 애니의 같은 소속의 오이카와 카에데(사이트 바로가기)가 입은 것같은. 오이카와 카에데는 여학생이지만 보이시한 외모에 골프복 하의로 바지를 선호하다 보니 저렇게 보여요.

기존의 일본 교복같은 스타일이라면, 경험있는 너와 경험없는 내가 사귀게 된 이야기(経験済みなキミと、経験ゼロなオレが、お付き合いする話。), 통칭 키미제로(キミゼロ)의 것이 있어요. 여기서 기준으로 잡는 캐릭터는 여학생의 경우 야마나 니콜(사이트 바로가기), 남학생의 경우는 니시나 렌(사이트 바로가기) 정도. 재킷이나 코트 등은 기본적으로 실외복인데다 실내생활에서까지 굳이 입어야 할 이유는 없다 보니 교복은 최소한으로 간편한 쪽이 좋다고 보니까요.

Lester

2024-01-26 14:38:15

본문에 링크한 일본 교복 리뷰 영상에 나온 "교복은 젊음의 상징"이란 말을 저는 '대학교에 가면 (어른이 되니까) 못 입어서 (싫다)'라고 해석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요. 하긴 우리나라 교복도 (줄여입는 정도에 그치긴 해도) 개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 비하면 약과더라고요. 그래도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나라라 그런지 '멋진 교복 트렌드'를 빨리 수입해와서 개조할 일이 없게 만드는 추세지만요.


화려한 기하학적 패턴이라고 하니 도둑보따리 무늬가 생각나네요. 정식 명칭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 나지만요.


생각해보니 골프복 같은 교복은 현실에 충분히 있을 법합니다. 미국의 경우 일단 기후상의 문제로 교복을 최대한 간소하게 만들거나 아예 채택하지 않는 주가 있고, 우리나라의 생활복 같은 것도 비슷하니까요. 그러면 재킷이나 코트가 실내에서 딱히 불필요하다면, 교복 외투(일명 마이)는 아예 없애고 학생마다 다른 외투를 가져와서 입어도 상관없다는 말씀인 거죠? 실제로 고등학교 시절에도 겨울엔 마이만으로 추위를 이기기 힘들어서 마이 위에 패딩을 덧입는 경우가 많아서, 겨울이 되면 없던 개성이 생기긴 했죠. 마침 노스페이스가 유행하던 시기라 극지원정대(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게시글)가 되기도 했고요.


(실수로 탭을 닫아서 쓰던 댓글이 전부 날아가는 바람에 원래 무슨 얘기를 썼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마드리갈

2024-01-26 15:13:31

일본 미디어에 잘 나오는 도둑이 애용하는 보자기 무늬는 카라쿠사모요(唐草模様)라고 잘 불려요. 식물의 잎이나 줄기 등을 형상화한 것이죠. 그게 도둑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건, 도둑들이 옷장을 뒤져서 훔칠 것을 찾아낸 뒤, 보통 옷장의 가장 아래의 서랍에 넣어둔 그 보자기에 그 훔친 것들을 싸들고 도망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해요. 실제로 그 보자기가 20세기 전반까지 인기아이템이었고 보통 옷장의 최하단에 잘 보관되어 있었으니까, 도둑이 미리 준비하는 게 아니라 그 보자기까지 훔친 물건이라는 의미예요.


말씀하신 것처럼 제 지론은 교복은 필요최소한 정도에 한정하고 외투 등은 자율에 맡기는 것이죠. 추위를 느끼는 정도라든지 선호하는 상의의 스타일이나 크기라든지 이런 건 정말 개인차가 크거든요. 게다가 학생들이 성장도중이고 활동량이 많다는 것을 잊고 성인복장의 축소판을 지급하는 건 학생들의 생활패턴에 맞지 않다고 봐요. 게다가 그런 재킷을 없애는 게 교복의 공급가를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되어요. 

Lester

2024-01-26 16:35:43

그렇다면 제가 요새 자주 그리는 정장 스타일의 교복은 꽤나 안 좋아하시겠네요. 뛰노는 일이 많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면 모를까, 고등학생 정도면 대학생과 사회인 직전이기도 하니 어느 정도 규율과 전문성(?)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거든요. 활동량 문제는 체육복 혹은 (하도 교복과 체육복을 혼합해서 입으니까 그 대체품으로) 활동복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제 소설의 배경인 미국 동부는 겨울이 매우 길고 추운데다 눈이 엄청나게 많다고 하니 정장 스타일의 교복이 그럭저럭 적합할 듯하네요. 애초에 본문에도 썼듯이 '창작물인데 뭐'라고 넘어가면 그만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논리적 근거(개연성 혹은 핍진성)라고 해야 하나, 하다못해 안심을 위한 변명거리라고 해야 하나. 계속 그런 데에 연연하게 됩니다.

마드리갈

2024-01-31 13:46:05

그러면 보충코멘트를 좀 할께요.


저는 극단주의의 자연소멸은 당분간은 기대할 수 없다고 보고 있어요. 이것은 인간이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존재인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종의 숙명이라고 봐야겠죠. 이성적인 사고를 한다면 극단주의와 멀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자신의 관념체계에서 만들어낸 연역적 사고체계는 주변의 상황에 적응하기보다는 그것을 바꾸려는 기제가 더욱 발휘되기 쉽게 만들거든요. 그리고 그 사고체계는 간단하고 명확하고 극단적일수록 생명력이 질겨요. 굉장히 역설적이지만. 또한 이슬람권은 분쟁이 지속되는 시리아 정도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사람이 넘쳐날 정도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잔존해 있을 가능성도 높은데다 이미 유럽이나 미주 각지에 이주해서 자본주의의 맛을 충실히 보고 있어도 그 사회에 동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공고히 그들만의 게토(Ghetto)를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세속화가 지도층 위주로 주도되더라도 그것을 사회구성원 전체가 따른다는 보장도 없어요. 당장 터키만 하더라도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세속주의방침은 지금 온데간데 없는데다 터키인들이 자발적으로 종교극단주의로 기울어 버렸죠. 그게 바로 에르도안 정권이 무능한데도 재집권할 수 있었던 비결이예요. 비교적 자유롭고 유연하다는데도 저 지경인데 사우디아라비아같은 절대왕정국가가 과연 얼마나 유연해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극단주의의 자연소멸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그리고 교복 관련으로.

정장 스타일의 교복을 아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런 레벨까지는 아니예요. 단지 제 선호가 교복은 최소한의 공통성만 지니면 된다는 쪽인 것이죠. 사실 같은 지역내에서도 학생들의 성별이나 체격에 따라 체온유지능력 등이 천차만별이고 일단 학생 개개인의 신체적 조건이 모두 제각각이니까 유니폼(Uniform)의 의미 자체를 제대로 살리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해요. 전반적으로 학생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최소한의 복장과 형태가 일정한 학교지정물품의 공연한 휴대, 즉 학교지정의 가방 사용 같은 게 대안이라는 것이죠. 

Lester

2024-02-01 05:00:19

아무래도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논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마스를 비롯한 테러리스트들도 그네들 입장에서는 논리가 완벽할 테고.


그래서 현실에서는 일단 드레스 코드 같은 걸로 가격과 기후 및 통일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더군요. 그 코드도 자유의 국가답게 지나치게 옭아매는 느낌은 피하고 있고요. 그 드레스 코드 자체가 마음에 안 듭니다만 - 뭐, 창작물이라고 우기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SiteOwner

2024-02-11 21:47:19

어차피 어떤 방식으로도 사회화는 이루어집니다.

따지고 보면 프랑스를 필두로 한 68혁명 이후의 조류도 사회화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안이고, 해체주의 담론이라는 것도 보수적인 사회기풍이나 제도에 대해서만 해체를 주장한 것이지 그 담론의 해체는 회피해 왔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교복을 채택하지 않은 사회화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 사회화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서 교복을 채택하는 사회화가 더 바람직한 것이라고 판단했으니 그렇게 바람의 방향이 바뀐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철지난 68혁명도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어야 한데, 단지 시기가 늦었을 따름이겠군요.


창작활동을 하면서 고려할 것이 여러가지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나의 세계" 에 천착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의 타당성 확보나 현실반영도 중요하지만, 그게 주객이 전도되어 좌고우면만 하다가는 그냥 좌고우면에서 끝나고 말아버립니다. 그리고 어차피 미국은 넓고 다양합니다. 


일단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Lester

2024-02-11 22:26:29

그런 사회화의 흐름을 볼 때마다 세상이 바뀌는 걸 실감하겠더군요.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또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해지는... 문제는 문화적으로 영 좋지 못한 것들까지 사회화라는 명목으로 합리화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뭐 문화라는 것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니까 주류의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신조어라든가 탕후루라든가 하는 것들을 보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겨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네요.


디트리버님의 답변도 같이 묶어서 생각해 봤는데,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그 "나의 세계"를 당당하게 내세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설정이나 작품에 대한 자신감 문제인 건지, 전반적으로 저 자신에 대한 자신감 문제인 건지도 모르겠어요. 마음 같아선 '제 세계관에서는 그러합니다. 이상입니다.' 하고 딱딱 끊고 싶은데 "조언 듣고 싶다면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냐? 자기중심적 아니냐?"라는 얘기를 들을까봐 무서운 것도 있고요.

SiteOwner

2024-02-11 22:00:15

교복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을 별도로 남기겠습니다.


입었던 교복은 중학생 때든 고등학생 때든 동복은 짙은 남색의 남성정장의 열화카피같은 것이었고 하복은 바지는 두 경우 모두 동복과 같은 색상에 중학생 때 상의가 청회색 베이스의 기하학적 패턴에 짙은 남색 칼라가 있었던 것이고 고등학생 때의 것은 옅은 회색의 상의였는가 그렇습니다. 

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교복을 입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돌아간다면 대학생으로 돌아가지 초중고 각급학교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나마 입는다면 스포츠팀의 지도자들이 입는 유니폼이라든지 위에서 동생이 언급한 골프복 같은 게 좋겠습니다.


약간 별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미군의 정복 클래스 A와 전투복으로 이원화된 제복 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클래스 A는 각종 공식행사나 프로필 사진 등에서 착용하는 것이고 전투복은 일과중에 착용하는 것으로. 이것처럼 학생들에게 전국공통의 정장스타일의 예복 및 각 학교지정의 간소화된 생활복을 나누어 입는 방식을 도입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이렇게 할 경우 학생이 대외행사에 참여할 경우 학생이라는 신분을 표시할 수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신원이 특정되는 것을 극력 막을 수 있고 입을 경우가 많지 않아서 반드시 신규구매가 아니라도 대여도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평소 생활 때에는 역시 간소화된 생활복이 좋겠지요.

Lester

2024-02-11 22:37:54

역시 대체로 과거 교복에 대한 인상이 꽤나 좋지 않네요. 교복이 '그냥 어른들 보기 좋으라고 유사 정장 스타일로 맞춰놓은 것' 혹은 '교복업체와 결정권자의 이권'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생각해보면 제 중학교 시절 교복도 당사자들로부터 '칙칙하고 싫다'는 소감이 나온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특이했나 보네요.


골프복은 생활복까지는 괜찮겠지만 아예 정식 교복까지도 괜찮은지는 모르겠네요. 제 취향 혹은 기성 세대의 의식에 거슬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당사자인 학생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적극 추진해야겠죠. 말씀하신 것처럼 정복은 공식 행사나 프로필 사진에서만 입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체육대회나 축제 같은 활발한 공식 행사는 예외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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