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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에서 느끼는 "갑의 약은 을의 독"

마드리갈, 2024-04-25 17:03:35

조회 수
138

이제 퇴원 4개월째를 맞는 시점에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있어요.
종합적인 혈액검사는 2번 있었고 그것과 별도로 매주 2일씩 그리고 하루 4회씩 혈당검사를 실시하고 있어요. 이미 3월 30일에 나온 검사결과에서 모든 지표가 정상인데다 정상범위내의 최소값에 근접해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만 이것으로 안심하고 있지만은 않아요(퇴원 이후 한 분기의 결과는 "모두 정상" 참조).

매주 실시하는 혈당검사는 자가측정에 의존하고 있어요. 이건 시판되는 기기를 이용해서 채혈검사하면 되니까 직접 가능한 것이죠. 손가락을 찔러서 피를 나오게 하는 과정도 이제는 능숙하게 할 수 있는데다 이전보다 혈행 자체가 매우 원활해지고 혈섹 또한 맑은 게 느껴지고 있어요. 혈중 글루코스(Glucose) 농도의 목표치는 공복의 경우 130mg/dL, 식후 2시간의 경우 180mg/dL로 지금껏 자가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공복은 84-116의 범위내에 그리고 식후 2시간은 106-232의 범위내에 있어요. 180을 넘긴 사례는 7건 있었어요.

여기서 얻은 교훈이 "갑의 약은 을의 독(One man's meat is another man's poison)" 이라는 영어 유래의 격언으로 요약가능해요. 즉 개인에 따라 그게 약이 되는지 독이 되는지가 선명하게 차이가 있어요.
병원에서 배부받은 자료에서는 한식과 일식이 대체로 혈당관리에 유리하고 양식과 중식이 좋지 않다고 나와 있긴 해요. 그 경향성이 전부 잘못되었다고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것이 절대불변의 금과옥조(金科玉条)도 아닌 것을 퇴원 후 여러 가지 식사를 하면서 경향성을 파악했어요.
기름을 많이 사용하면 한식이나 일식이라고 해도 혈당관리에 불리하긴 마찬가지인데다 한식 중 전이나 찌개 같은 것들이 특히 혈당치를 급격히 올린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죠. 또한 감자를 이용한 요리의 경우는 정반대로 튀긴 쪽이 유리하고. 그리고 혈당관리를 이유로 육류를 기피하는 경향도 세간의 상식과는 달리 대안이 아닐 뿐더러 또한 잘못된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고혈당이 좋지 않으니 저혈당이 바람직할까요?
그건 또 아니예요. 저혈당은 쇼크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 더 위험하거든요.
사실 병원 입원생활 중에 저혈당 쇼크가 몇 번 있긴 했어요. 그때는 매일 혈당을 검사했고 그것도 하루 7번이라서 손가락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인데다 그 이외에도 인슐린을 대거 주사받아야 했고. 확실히 개선되기는 했지만 수회 저혈당 쇼크가 와서 간호사가 급히 저를 깨워서 단 음료를 억지로 마셔야 했던 것도 기억나네요. 단 음료를 마시는 편이 아닌데 이럴 때 도움이 되었다는 것도 역설적이예요. 혹자는 그런 것들을 건강의 적 취급하지만 저는 오히려 저혈당 쇼크 상태의 해소로 도움을 받았으니...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그러해요.
건강관리는 일회성일 수 없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서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일상의 반복이라는 것이 명백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약이고 무잇이 독인지를 철저히 알아 놓는 게 매우 종요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마키

2024-04-25 23:19:20

입덧 치료제로 각광 받았던 탈리도마이드는 부작용으로 혈관 생성을 방해하는 효능이 있다는게 뒤늦게 알려졌고 이 때문에 전세계에서 1만명이 넘는 사지발달 장해 기형아들이 출산되는 '콘테르간 스캔들(Contergan-Skandal, 콘테르간은 당시 상표명)' 이라는 희대의 의료 재앙이 벌어졌죠.


한편으로는 한센병 치료에 효능을 발휘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고, 혈관 생성 방해 기작을 역이용해 암세포 치료에 사용한다는, 독으로 독을 다스린다는 방법으로 제한적으로 다시 사용되고 있구요.


독이든 약이든 결국에는 뭐든 적당히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제일이네요.

마드리갈

2024-04-26 13:25:36

말씀해 주신 탈리도마이드는 기적의 약에서 탈리도마이드 베이비(Thalidomide Baby) 문제를 양산한 악의 축으로 몰렸다가 다시 의외의 효능으로 주목받게 되기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죠. 정말 약과 독의 경계는 무엇인가 싶네요. 그리고 요즘에는 비슷한 사례로서 벨기에  얀센(Janssen)에서 개발된 진통제인 펜타닐(Fentanyl)이 기존의 코카인이나 메스암페타민 등을 밀어내고 합성마약의 주류가 되면서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가 하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위험에 몰아놓고 있죠. 국내에서도 절대 방관할 수 없는 게, 국내의 래퍼 사츠키가 증언한 것으로도 잘 나타나 있어요(남친과 칼부림도 벌였다…10대 래퍼 지인 9명 죽인 '악마약', 2022년 6월 27일 중앙일보 기사).


어떤 물질이든지 그 자체로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많은 사례로 입증되고 있고, 제 사례도 그러해요.

Lester

2024-04-27 12:17:32

요새 유튜브에서 좀 중요하고도 소름돋는 영상을 하나 봤는데 바로 "처방연쇄"더군요. 원래 약이라는 게 한꺼번에 혹은 지나치게 자주 먹는 것(과다복용)은 안 좋다고 하지만, 문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되는 거더라고요. 관련 영상에 나오듯이 원인을 정확히 모른 채 계속 다른 병원을 찾으니 약은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약끼리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보니 병원에 갔을 때 진료 과정에서 '약 따로 드시는 거 있으세요?'라고 꼭 확인했던 것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네요. 하도 약을 드문드문 먹다 보니 얼버무렸는데 다음부터는 확실하게 대답해야겠습니다.

마드리갈

2024-04-27 12:26:07

약의 오남용은 항상 경계해야 하죠.

실제로 군사분야에서 이런 점을 이용해서 따로따로일 때는 독성이 없지만 그 복수의 성분이 혼합되면 합성되어 독을 생성하는 형태의 화학무기도 개발되어 있기도 하거든요. 그게 그냥 일어나서는 안될 화학전에 대한 공포의 차원은 아닌 것이죠. 게다가 실제로 그런 약 성분간의 충돌로 인한 부작용도 많이 보고되어 있고 제약회사에서 그것을 미리 공시해 두는 경우도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코로나19 경구치료약인 팍스로비드이고 병용금지약물이 상당히 많아서 투여대상이 매우 좁은 문제가 있어요.


잘 생각하셨어요. 복약지도는 충실히 따르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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