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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일" 의 위기

마드리갈, 2024-04-29 23:38:54

조회 수
113

제조업에는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파는 형태의 비즈니스모델이 있는 한편 없는 물건을 고객의 요구에 맞게 만들어 파는 형태도 있어요. 후자의 경우는 시점에 따라서는 있던 선택권이 없어지기 마련이예요. 발주 단계에서는 발주자가 조건에 맞는 수주자를 선정하는 선택권이 있지만, 일단 계약이 성립되고 나면 그 뒤로는 선택권이 사실상 봉쇄되기 마련이예요. 즉 고객인 발주자는 계약이 완전하게 이행되는 시나리오가 아니면 정도의 차이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손해를 볼 수밖에 없고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가 없는 법이죠.

그리고 우리나라의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죠.
"없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일" 이 역사를 만들었어요. 중동에서의 건설신화라든지, 조선업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것. 그리고 파운드리(Foundry)를 통한 반도체 수주생산 또한 이런 역사를 이어 나가고 있어요. 수주자인 기업이 제대로 사업을 영위하는 비결은 다른 것 없이 올바른 계약이행이죠. 그게 없으면 그 뒤는 보나마나예요. 

이제 구체적인 사건으로 들어가 보죠.
국내의 유명 건설사인 GS건설에서 조성중인 아파트단지에서 위조된 자재가 사용된 것이 뒤늦게 발견되었어요.

사실 분양가격이 30억원이든 얼마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예요. 올바른 자재가 아니면 빠르든 늦든간에 언젠가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과거 사고공화국으로 대변되는 많은 사고의 이면에는 그런 부실요소가 많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시공사측이 하청업체가 중국산 유리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KS마크를 부착하는 식으로 위조 자재를 생산하여 정품 유리와 섞어 납품한 상황을 빨리 파악해서 기설치분의 전량 교체조치를 단행했다는 게 다행이지만...

요즘 이곳저곳에서 사회의 근간이 위태롭다는 게 보이고 있어요.
어디에서 읽었던 적이 있었던 문장이 생각나고 있어요. "못난 나라는 물건이 거짓말을 한다."
우리나라만큼은 예외라고 단언가능할까요?
그리고, 고객이 손해를 보고도 그 제조업을 다시 찾을 것이라는 보장은 또 어디에 있을까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4-05-01 23:08:53

문제는 인터넷에 퍼진 말 그대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지인들과 이 주제에 대해서 잠깐 얘기를 나눠봤는데 '안 그러는 데가 어디 있냐'는 식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널리 퍼져 있고, 한편으론 모기업에서 (무리한 조건으로든 직접 지시로든) 유도했으니까 벌어진 것이라고도 하더라고요. 제품의 생산 공정과 관계없이 그래도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공급은 자연히 생겨나리란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다만 이렇게 패배주의나 비관주의로 끝나는 것보단 '빨리 발각돼서 다행이고, 앞으로도 이렇게 사고가 터지기 전에 밝혀져야 한다'는 게 중요하겠죠. 기업 스스로 '저희는 모든 안전기준을 준수했습니다'라고 투명하게 공개하면 더욱 좋을 테고요. 이익집단에서 뭐가 아쉬워서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지만...

마드리갈

2024-05-02 16:22:41

그건 그래요. 패배주의나 비관주의는 아무것도 창출하지 못해요.

이렇게 자정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해요.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비용의 문제로 접근하면 의외로 좋은 해결책이 나오기 좋아요. 많은 경우 안전이나 품질관련은 안 들여도 되는 쓸데없는 비용으로 인식되고 그러니 틈만 나면 그런 쪽의 비용을 아끼려 하죠. 하지만 그런 분야가 고객을 더욱 잘 끌어들일 수 있는 투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져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기 연예인을 섭외해서 비싼 광고료를 잘만 지불하잖아요? 바로 이런 차이가 결론을 달리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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