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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수업] 왜 홈즈였는가, 왜 GTA였는가 (2/2)

Lester, 2024-06-19 00:06:55

조회 수
132

(1/2에서 이어집니다.)




이전 글에서는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이라는 책을 통해 저 자신의 글쓰기 경험의 역사와, 홈즈 시리즈와 GTA 시리즈라는 저에게 창작의 큰 바탕이 된 두 작품군을 접한 계기를 적어봤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 과거도 생각보다 복잡하고 이것저것 한 게 많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놀랐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렸을 때는 잘 됐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안 되지?'라는 생각에 심경이 복잡해졌습니다. 그런데 저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이란 책을 읽으며 저자의 경험과 저 자신의 경험을 대조하던 차에, 문득 "나는 얼마나 홈즈와 GTA에 대해 애착을 갖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 마이클 더다의 소개를 보니 이 사람은 (앞날개 설명에 의하면) "전 세계 셜로키언들의 모임 중 가장 유명하고 로맨틱한 '베이커 가 특공대' 회원"이라고 합니다. 요즘 말로 '성공한 덕후'인 셈이죠. 그래서인지 본인의 저서 곳곳에서 셜록 홈즈 시리즈 원작에 나오는 표현들이 스스럼없이 튀어나왔지만, 저 역시 나름대로 셜로키언이어서 그런지 그 하나하나를 모두 파악하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말인즉슨 저 역시 셜로키언의 특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최근에 썼던 네 사람의 서명 관련 글도 그런 '팬심'이 폭발해서 번역본을 대거 인용해가며 작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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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GTA 시리즈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두고두고 생각해봐도 GTA 시리즈는 제가 소설 쓰기를 시작한 계기이자, 팬픽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밑거름이며, 이후에도 여러모로 참고가 되어준 고마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제가 썼던 범죄물은 모두 GTA 시리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정 지역으로 이동할 때의 지역 이름 표기라던가, (지금도 그렇지만) 자동차 종류와 분류를 몰라서 그대로 빌려온 차량 명칭이라든가, 아군과 적군 및 협력자라는 역할상의 캐릭터 분류라던가, 본편과 별개로 쉬어가는 타이밍이나 분위기 전환을 위한 사이드 미션이라든가 하는 게 그렇습니다. 후자의 2가지는 제가 지금도 사용하지만, 전자의 2가지는 불필요하단 판단하에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GTA 시리즈가 저에게 도움만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원작존중'이라는, 틀린 것은 아니나 저 혹은 당시의 독자들에게 아직 무리였던 관념을 심어줬습니다. 지금까지 원작을 잘도 박살내놓고 갑자기 원작을 존중하기 시작한 계기가 뭐였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굳이 추측하자면 여러모로 창작의 롤모델이었던 GTA 시리즈가 세계관을 변경하는 과정(정확히는 엔진 교체로 인한 그래픽을 개선, 이 과정에서 3D 세계관과 HD 세계관으로 나뉨)에서 이전의 세계관을 일언지하에 부정했던 것에 대한 충격과 그에 대한 반발감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확실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이 GTA 시리즈에 대한 애착을 잃어버린 계기 중에 하나였던 건 확실합니다. 역사게시판에서는 캐릭터들에 대한 정보글을 계속 충실하게 번역했지만 창작 쪽은 손을 놓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문득 깨달았지만 어느 순간 저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GTA 팬픽으로 시작했으니 계속 그 길을 걸어야 한다'는 제약을 걸었던 것입니다. 더 정확히는 GTA 팬픽을 쓰던 시절의 노하우를 계속 살렸을 뿐 GTA 시리즈와 관한 것은 하나도 가져오지 않았건만, 무의식적으로 GTA 시리즈를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던, 혹은 둘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죠. 어디까지나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을 읽는 참에 '왜 GTA인가'를 생각해 봤을 뿐인데, 제가 얼마나 GTA 시리즈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깨닫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전 작가수업 글에서는 '음울하고 폭력적인 범죄물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의식적으로 부정했지만, GTA 시리즈의 마수(?)는 생각보다 깊게 들어와 있었습니다. 존 휘태커가 '특유의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며 상황을 주도하는 역할'인 것은 분명 셜록 홈즈에서 빌려온 것은 맞지만, 레스터 리에게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해 주지 않는다는 모습은 '왓슨에게 총을 빗맞힌 악당을 욱해서 죽여버리려고 했을 만큼 친절한 홈즈'와는 정반대였습니다. 공동 주인공이자 레스터에게 세계관을 소개하는 캐릭터가 그 모양이니, 레스터가 존을 통해 보게 될 세계가 믿을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고 위험천만한 세계일 것은 자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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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의 또 다른 축이었던 홈즈 시리즈에게서는 구원의 손길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이 기회에 현재 제 소설인 코스모폴리턴과 홈즈 시리즈가 유사한, 혹은 앞으로 유사해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존 휘태커는 분명 셜록 홈즈의 '위치'에 있기는 하나, 실질적으론 홈즈처럼 레스터에게 장난스러우면서도 파랗게 불타오르는 우정이나 다소 오만하면서도 친절한 강의를 베푸는 '캐릭터'는 아닙니다. 코스모폴리턴이 아직 3화니까 발전할 여지는 있겠지만, 도입부에서 이미 저런 식으로 인상이 굳어진 상황에서 언제쯤 그렇게 바뀔 거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누구보다 작가인 저 자신이 못 버텨서 이렇게 끙끙대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코스모폴리턴의 연재를 놓아버린 김에, 레스터와 존의 관계를 처음부터 재설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홈즈 시리즈에서 홈즈를 처음 만난 왓슨에게 홈즈는 '우연히 같이 하숙하게 됐는데 성격상 동거인으로서는 최악이지만 그래도 흥미롭고 같이 지내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뭣보다 홈즈는 자신의 추리를 처음 본 왓슨이 그 비결을 알려달라고 하자 짜증스레 거절했지만 이내 '제가 말이 심했네요'라면서 사과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작품 외적으로 서술자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이후 조사 과정에서 계속 왓슨을 데리고 다니면서 같이 조사하거나 왓슨의 추리에 대해 정정하는 등 재미있는(?) 체험을 시켜주기도 하죠.


제 작품의 존 휘태커는 어떨까요? '마피아의 심기를 건드린 편집장의 부하직원'이라는 입장으로 자신도 모르게 사건에 휘말린 레스터를 구해주고, 이후 입막음을 하려고 왔는가 싶더니 레스터의 의외로운 행동이나 분석적인(?) 성격을 보고 자신의 동료로 영입(?)합니다. 재고해보면 홈즈와 왓슨의 첫만남처럼 나름대로 인상적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홈즈 시리즈처럼 둘의 '우정', 하다못해 '신뢰'를 나타내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화나 3화를 봐도 레스터는 존에게 일말의 의심을 거두지 못합니다. 물론 홈즈 시리즈의 아직 낭만적인 빅토리아 시대와 달리 2000년대 이후의 현재가 배경이니 곧이곧대로 믿는 게 더 이상할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3화밖에 못 썼다 보니 평가할 구석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작품의 도입부는 지금 쓴 것보다 좀 더 차분하되, 레스터에 대한 존의 '신뢰'를 알 수 있는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존이 레스터에게 자신의 부상당한 동료를 뒷골목 의사에게 맡기는 장면을 보면 생각처럼 나쁜 전개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것도 돌이켜보면 GTA 시리즈의 첫 미션이 대체로 '운전하는 법을 배워서 누군가를 데려다준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서 그대로 따라간 것일 뿐입니다. 그 다음에 뜬금없이 은행강도를 마친 존 일행을 은신처로 데려다주는 전개도 마찬가지죠. 몸값이 싸서 고용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믿음직하지 못한 행동을 보여준 두 총잡이에 대해 존이 빈정거리는 전개야말로 GTA 시리즈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려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다음에 혼자 남겨진 레스터가 존을 믿지 못해서 끙끙대는 전개일 수밖에 없죠. 서로 신뢰를 주거나 신뢰를 얻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필요하다면 코스모폴리턴의 연재글을 모조리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쓰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홈즈 시리즈의 첫 작품인 '주홍색 연구'가 그랬던 것처럼, 레스터는 그저 존을 태우고 이리저리 따라다니긴 해도 중간중간에 존이 알아채지 못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형태(ex. 비밀금고의 비밀번호를 유추해 연다거나, 상대방을 설득한다거나)로 가는 게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이것도 생각해보면 옛날에 여기저기서 다운로드했던 추리 어드벤처/퍼즐 게임의 일부와 흡사합니다. 이런 식의 전개여야 소설 창작에 입문하게 도와줬지만 이제는 발목을 붙잡는 GTA 팬픽을 떨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미 쓴 걸 다 지우는 것도 낭비이니, 최대한 홈즈 시리즈에 가깝게 고치는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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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고찰을 하던 차에 문득 깨달은 사실인데, 홈즈 시리즈의 단편들은 모두 원제가 '~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입니다. 즉 제가 GTA 팬픽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면서도 원작을 무시하고 유쾌상쾌통쾌(?)한 난장판을 벌였던 건 홈즈 시리즈의 영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밑바탕이 GTA이니만큼 추리하는 부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만, 오랜만에 낯간지러움을 감수하고 읽어보니 강제개행과 짧은 문장이 주는 신속한 전개감과 총격전에서 틈틈이 발휘되는 전법이 홈즈 시리즈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원래 가야 할 길은 진중한 범죄 드라마가 아니라 펄프 픽션스러운 액션 코미디 활극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아예 GTA 커뮤니티가 아니라 추리나 글쓰기 커뮤니티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것이 지금 답보 상태인 코스모폴리턴에 완벽한 해결책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GTA와 범죄물의 망령이 나를 옥죈다'라고 비명을 질러왔는데, 이참에 롤모델을 정식으로 다르게 바꾸면 되겠다 싶기도 합니다. 정확히는, 지금 이 순간에야말로 GTA와 결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말이 GTA 커뮤니티 운영진이지 실제로 하는 건 하나도 없고, 관련 팬픽은 쓰지도 않으니까요. 그나마 하는 게 해외 팬픽위키에서 GTA 관련 설정을 끄적이는 정도인데, 이것마저도 일이 바빠서 못하는데다 오히려 GTA에 괜한 미련을 남기게 만드는 게 아닌가 의구심도 듭니다. 10년이 되도록 최신작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GTA 온라인의 시나리오가 산으로 가는 것도 GTA에 더욱 거부감을 느끼고 예전 시리즈에 애착을 갖게 만드는데, 그 예전 시리즈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의리를 지킬 대상이 없는데 의리를 지켜봐야 뭐하겠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GTA 시리즈에 대한 애착 혹은 의리를 쉽게 버리기는 힘듭니다. 최신작인 GTA 6가 곧 나와서는 절대 아닙니다. 이미 제가 했던 '관련 정보 번역'은 이제 저 외에도 수많은 게이머들이 직접 혹은 번역기의 힘을 빌려 여기저기에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어서 추측하는 재미가 있는 행위, 즉 '설정놀음' 그 자체가 GTA 시리즈에 대한 애착을 버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거죠. 하지만 기왕이면 놀아도 제 설정으로 놀아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의 관심을 기대하고 글을 쓰거나 설정을 뒤적거리는 것은 이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이미 게임번역도 괜히 공식 번역가입니다 하고 잘난 척 나서댔다가 스토킹을 당했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그럴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GTA를 활용해 만들었던 그 설정을 '도둑질(?)'해서 내 것처럼 활용하는 게 나에게는 더 이득이지 않을까. 이렇게 한다면 GTA 시리즈에 대한 '의리'는 지키면서 실속은 나를 위해 챙기는 것이 되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여전히 오락가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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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합니다.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덕분에 자신의 과거를 아주 멀리까지 돌아보고 지금의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생각해 볼 수 있었네요. 이렇게까지 저 자신에 대해 탐구해 본 적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커피를 늘 마시던 바닐라 라떼가 아니라 카페인이 충만한 아메리카노로 선택한 것도 덕분인가 싶습니다.


지금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해 크게 한 번 종지부를 찍었다 생각하고, 부담감을 내려놓고서, 애매하게 내버려뒀던 소설인 코스모폴리턴을 다시 손질해 볼까 합니다. 아니면 앞서 적었던 대로 모조리 지우고 처음부터 쓰거나, 작정하고 연재를 쉬는 동안 부담감이 덜한 전혀 다른 단편을 연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에 GTA 커뮤니티에서 고전게임인 시티 커넥션이나 스트리트 로드 2를 모티브만 빌려와 (GTA의 요소를 섞어서) 제 식대로 연재했던 것처럼, 고전게임을 모티브로 삼으면 부담감도 덜하겠죠.


최근에 정신과를 다녀왔을 때 '생각은 그만하고 몸을 움직여라'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난데없이 복싱을 추천해서 당황스러웠지만 말씀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고민했던 것도 하나씩 고치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 두 가지 글을 쓰느라 에너지를 다 소모했으니, 빠르면 내일, 늦으면 모레부터라도 문단 하나나마 고쳐보려 합니다. 아니, 고쳐야겠죠. 고민했던 시간들이 아깝지 않도록.


긴 글임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4 댓글

마드리갈

2024-06-20 20:29:27

플랫폼이란 여러모로 양날의 칼인 셈이죠. 플랫폼에 편승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쉬운 반면, 그 플랫폼 자체가 외연의 한계가 되어서 도리어 더욱 자유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기 힘들어지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죠. 갑각류나 곤충 등의 무척추동물이라든지 뱀 같은 일부의 척추동물이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는 것도 그 외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생애주기내에서의 활동이기도 하거든요. 그게 생각나기도 하네요. 

사실 창작활동이란 글자 그대로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기존의 것은 참조할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는 등 활용하기 나름이지만 확실한 것은 어떠한 대상에 대한 미메시스(Mimesis), 즉 완벽한 모방을 요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미메시스가 창작의 필요조건이라면 사실 창작활동의 전제 자체가 성립할 수 없어요. 완벽이라는 개념 자체가 역설적으로 완벽하지 않거든요. 어떠한 사물의 형태를 데스마스크 만들듯이 석고 등으로 완전히 떠서 복제했다 한들 그게 정말 그 사물의 형태와 동일해지는 것인지는 의문이 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석고도 굳으면서 미세하게나마 변형되거든요. 그것도 그러한데 다른 사안들은 어떤 것일까요. 얼마든지 변용될 수 있는 것이니까 굳이 원작존중 등에 구애될 이유는 없을 거예요. GTA와의 결별도 좋은 대안일 수 있을 거예요.


기존에 쓰셨던 것을 지워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저는 반대하는 입장에 있어요.

포럼의 글은 작성한 각 회원의 것이지만 동시에 포럼의 역사이자 자산이기도 해요. 이 성격은 모두 다 옳은데다 포럼에는 게시되지 말아야 할 성격의 게시물이 아니라면 있는 편이 좋아요.


운영진으로서 말씀드리자면, "개무시", "깽판" 등의 표현은 다른 텍스트를 인용한 것이 아닌 이상 포럼의 글에 무분별하게 포함될 성격의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어요. 이용규칙 게시판 제10조 및 추가사항을 참조해 주세요.

Lester

2024-06-21 02:40:33

제가 뱀띠인 건 차치하더라도 저는 뱀, 정확히는 우로보로스를 좋아합니다. 연금술에 눈을 뜬 건 아니고, '무한한 순환'이나 '완전함'을 뜻하는 게 번역이든 창작이든 포기하지 말고 계속 갈고 닦으라는 느낌을 주거든요. 문신으로도 새기면 좋았겠지만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의 인상을 줄 수 있으니... 헤나도 상황에 따라선 착색이 될 수 있다고 하니 그냥 사진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GTA를 복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범죄라는 일반적인 소재를 사용함에도 그 분위기까지 답습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홈즈 시리즈는 작품에 따라서 음침하거나 허탈하거나 안타까운 결말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모험 활극이니,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라는 것만 빼면 GTA보다는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설령 배경이 별 참고가 안 된다고 해도, 이미 영국의 BBC에서 현대 배경으로 만든 "셜록"이 있으니 그걸 참고하면 될 듯합니다. 본토의 셜로키언이 만들었으니 문제없겠죠.


저도 막상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쓰고 고치고 했던 걸 순식간에 날리자니 아까워지네요. 원본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내에서 대사 위주로 뜯어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묘하게 날이 서거나 비꼰다 싶은 부분은 실없는 농담으로 바꾸는 식이죠. 다행히 방침을 정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럭저럭 체계가 잡히네요. 지금 또 자잘하게 들어온 작업만 해치우고 나서 날 잡고 고쳐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적하신 표현은 모두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SiteOwner

2024-06-27 20:58:36

도교 쪽에서 하는 말이 있지요. 배를 타고 강을 건넜으면 그 배는 놓고 가라고.

강을 건너올 수 있었던 것은 그 배의 덕택이니까 그 배가 소중하지 않다는 것은 명백합니디만, 그렇다고 그것을 메고 산을 넘어야 하는가 반문한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는 명백합니다. GTA가 바로 그 배에 해당되는 듯합니다. 이번의 회고를 계기로 어떻게 그 GTA라는 배를 놓고 새로이 출발해야 할지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큰 부담없이 잘 읽히려면, 역시 한 이야기 내에서 대체로 마무리되는 식의 전개가 좋을 듯합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단편들이 확실히 좋은 해법이 될 듯합니다.

Lester

2024-06-29 00:00:36

사실 (지금은 바빠서 손을 좀 놓았지만) 근래에 잠깐 만들었던 GTA 설정들도 결국 제 (원작에 없거나 달라졌다는 의미로서) 오리지널 스토리니까, 원작 GTA에 대한 애정이 많이 식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GTA나 용과 같이 시리즈를 비롯해 여러 오픈월드 게임에서 (본편 스토리도 좋지만) 사이드 미션/스토리에 더 애착을 느꼈던 걸 보면, 역시 '다양성' 혹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코스모폴리턴도 가능하다면 에피소드가 서로 연결되지 않는 옴니버스로 가려고 합니다. 주연들과 세계관을 간단히 설명해야 하는 도입부라서 서로 연결되지 않았나 싶긴 한데, 이럴거면 차라리 4회 구성을 맞추지 말고 3개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어버릴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뒤늦게 드네요. (애초에 4회 구성 자체가 '이 정도 분량에서 끊어야 충분하겠지' 하고 정해둔 거라...) 초반부의 무거운 부분을 덜어낼 때 에피소드를 통합하는 것도 고려해 보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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