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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수십년 혹은 수백년 뒤의 사람들이 2020년대의 한국 미디어를 접하게 된다면 시대상을 알기 매우 어려워할 것 같다고. 간접광고를 막는다는 취지하에 점포의 간판이나 기업의 로고 같은 것은 블러처리가 되어서 알아볼 수 없는데다 상호 같은 것도 그냥 두문자로만 나타내거나 그런 것도 없이 그냥 A사니 B점이니 하는 정도로 나타날 따름이어서 미디어를 접하면서 알게 되는 정보는 적어도 한국 미디어에서는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얼마전에 동생이 요즘은 일본의 옛 실사드라마를 보고 있어요 제하의 글을 썼는데, 사실 저도 동생과 같이 그것들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볼 때 둘 중의 최소 1명은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습니다. 간혹 나오는 브랜드 등을 체크할 목적으로 하고 있고, 그러면서 찾아낸 브랜드가 몇몇 있습니다. 런치의 여왕(ランチの女王)에서 식당의 주방 장면이 등장하면 잘 나오는 주방용칼의 경우 미소노(Misono, 공식사이트/일본어)라는 브랜드가 선명히 나옵니다. 예의 그 브랜드는 실재하는 것으로 칼이나 가위 등의 절삭도구의 명문이 많은 기후현(岐阜県)의 기업입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주방용품 시장 사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할 단서가 열렸습니다. 또한 북쪽 고향에서(北の国から)에서는 토요타 스타우트(トヨタスタウト) 픽업트럭이나 토요타 랜드크루저(トヨタランドクルーザー) SUV 등의 자동차가 빈번히 등장하는가 하면, 2015년작 실사드라마인 오키테가미 쿄코의 비망록(掟上今日子の備忘録)에서는 스즈키 허슬러(スズキハスラー)라는 경차가 등장하고 최신방영작인 걸즈밴드크라이(GIRLS BAND CRY)에는 토요타의 원박스카인 하이에이스(ハイエース)가 나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등 등장하는 문물에 대해서 필사적으로 숨기는 경우는 확실히 적습니다.
또 다른 문물의 경우 D4DJ에서는 파이오니어(Pioneer), 뱅드림(BanG Dream)에서는 롤랜드(Roland), 울려라 유포니엄(響け!ユーフォニアム)에서는 야마하(YAMAHA)의 음악기자재가 집중적으로 나온다든지 유루캠프(ゆるキャン△)에서는 캠핑용품의 명문 콜맨(Coleman) 제품이 간간이 나옵니다.
물론 일본산 미디어라고 해서 결코 그런 쪽에 관대한 것만은 아니고, 업무제휴관계가 없는 경우 유사하게 보이더라도 실제의 것과 다르게 등장하는 것도 매우 많습니다. 일례로 구 일본국유철도를 계승한 JR의 경우 JR이 NR이나 UR로 표기된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한국산 미디어에서만큼 필사적으로 틀어막는 일은 없습니다.

미디어가 미국이나 영국의 다른 국가들에서 만들어진 경우는 조금 더 자유도가 높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미국의 실사영화 쇼걸(Showgirl)에서 언급되는 패션브랜드 베르사체(Versace)라든지 실사드라마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에 언급된 여성용 구두 브랜드 지미추(Jimmy Choo), 영국의 실재하는 정보기관 MI6을 모델로 한 미영합작의 007 시리즈영화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영국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Aston Martin) 같은 것들이 검열되어서 나오는 것은 아는 범위내에서는 없습니다.

이런 것은 왜 발생할까요?
사실 미디어업계 관계자가 아니니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만, 동생과의 여러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는 있었습니다. 한국 미디어는 공공성에 집착하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그래서 이전에 동생이 쓴 TV 프로그램에서 기업의 이름은 감추어야 할까? 제하의 글에서 지적된 것처럼 어떻게든 틀어막으려고 하면서 그것조차도 일관적이지 않아서 타이레놀 품귀와 간접광고 규제의 역설에서 보이는 것처럼 코로나19 백신이라는 공공적으로 공급되어야 할 의약품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서는 아예 직접광고이면서도 공공성 집착이라는 도그마(Dogma)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같이 설명되는 것이 유독 중국 통판업체가 11월 11일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말인 광군제(光棍節)나 솽스이(双十一) 같은 말은 잘 보도하는 기현상. 즉, "중국어를 보급해야 할 공공상의 이유가 있어서" 라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북한서체가 유행하는 이유 또한 그렇게 북한서체 보급이 공공성으로 정당화되니까라고 추론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지금의 한국 미디어를 후세 사람들이 보면 참 희한해 할 것 같습니다.
산업대국인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뭔지도 모르겠고, 이곳저곳이 블러처리되어 있거나 테이프가 붙여져 가린 것 투성이라서 그 시대의 문물을 정확하게 알 길도 없고,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 제조사의 이름, 중국 통판사이트의 캐치프레이즈 및 북한폰트만은 확실히 알 수 있는 그런 파편화된 미디어를 보면서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토론은 분분한데 도저히 이유는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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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07-03 03:03:00

영미권 미디어의 경우 (물론 촬영을 위한 복제품이긴 하지만) 슈퍼카나 스포츠카를 부숴먹는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악의적인 전개만 아니라면 충분히 홍보 효과가 되니까요. 실제로 최신이나 고전 영화를 보고 와서 '여기 나오는 차 인상 깊어서 그러는데 이름 아는 사람 있어요?'하고 질문글을 올리는 사람도 있는데, 그만하면 충분히 잠재 고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후세까지 가지 않더라도 오늘날의 외국인들은 이미 한국 미디어를 중국 미디어와 헷갈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관청 주도로 초대형 스피커를 통해 자기들 꺼라고 우겨대는데, 정작 우리나라는 감추기에 급급해서 국가적 혹은 지역적 색채를 없애버리니 헷갈릴 수밖에요. 대장금 정도야 조선시대임이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모르는 사람은 영영 모르면서 목소리만 높이니... 한류 붐을 잘 관리해야 오래 갈 텐데 팔아먹기에 급급하니 걱정입니다.

SiteOwner

2024-07-03 20:54:41

상업컨텐츠라는 것이 그렇게 여러 기능을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공공성에 매몰되다시피 해서 그런 기능을 억지로 틀어막으려고 하는 데에 급급한데다 그것도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으니 답이 없습니다. 그러니 결국 남는 것은 여기저기에 모자이크나 블러가 가해져 있거나 테이프로 칠해진 등의 것들. 그렇게 해서 공공성이 지켜졌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사람의 얼굴은 그렇게 하지 못하니 결국 방송계가 특정 스타만을 중용하는 꼴이 되어 인적으로는 절대로 공공성이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검열 좋아하는 건 한중 양국이 공통이군요. 그나마 한국 미디어는 등장하되 가려버리는 것인데 중국은 처음부터 말살해 버리는 거니 덜 못하다 할까요. 지금이 한류의 헤이데이(Heyday)겠지만 이게 오래 갈지는 홍콩의 사례를 떠올려 보니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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