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을 위시한 각종 전화금융사기가 횡행하다 보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것 자체가 싫어지죠. 그런데 요즘은 더욱 독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즉 상대의 목소리를 채집하여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으로 특정인의 음성을 모방한 것을 만들어 내서 그것으로 각종 사기를 시도하는.
특히,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올 경우 절대 먼저 말하지 말 것도 권유되고 있어요.
이것에 대한 기사를 하나 소개해 둘께요.
"모르는 번호 전화오면 절대 먼저 말하지 마"…교수의 당부, 왜?, 2024년 7월 19일 조선일보 기사
이미 딥보이스 피싱(Deep Voice Phishing)의 문제는 해외에서도 피해사례가 보고되어 있는데다 국내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고, 불과 수초 정도의 길이의 음성으로도 가짜 목소리를 만들어서 가족이나 지인을 속일 수 있다는 게 현실이기도 해요. 특히 전화 너머로 전해지는 목소리의 음질 문제라든지 전화를 받는 환경 등을 감안하면 판별능력이 늘 온전하다는 보장도 없어요.
일본의 애니 경험있는 너와 경험없는 내가 사귀게 된 이야기(経験済みなキミと、経験ゼロなオレが、お付き合いする話。)에서는, 비록 금융사기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전화로 전해지는 목소리가 분간하기 힘든 점을 노린 트릭이 하나 있어요.
주인공인 남학생 카시마 류토(加島龍斗)를 짝사랑하는 여학생 쿠로세 마리아(黒瀬海愛)는 전화상으로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언니이자 류토와 사귀게 된 갸루인 시라카와 루나(白河月愛)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만나자고 불러내죠. 그리고 그 장소에는 루나처럼 금발로 변장한 마리아가 있었고 자신의 마음을 어필하며 안기지만 그때의 느낌이 류토가 루나를 처음 안았을 때의 느낌과는 꽤 다른 것을 알아채고 "넌 누구야?" 라고 물이면서 전말이 드러나는 해프닝이 있어요.
사실 시라카와 루나의 성우는 오오니시 사오리(大西沙織, 1992년생)이고 쿠로세 마리아의 성우는 코가 아오이(古賀葵, 1993년생)로 아주 비슷하지만은 않아요.
이 영상을 보시면 루나(20-25초, 37-38초, 56초-1분, 1분 7초-1분 10초, 1분 19초-1분 20초, 1분 24초-1분 26초, 1분 28초-1분 30초)와 마리아(44-45초)의 목소리가 확실히 다른 게 느껴지죠. 그런데도 전화상으로는 구분이 힘들죠. 이것이 만화적 허용의 차원인 것만도 아니예요. 불과 수초간의 목소리를 따서 얼마든지 나쁜 짓에 쓸 수 있다는 이 현실이 무섭고 끔찍하기 짝없어요.
보이스피싱은 대체 어디까지 진화하는 것일까요.
이런 건 제발 진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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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4-07-19 23:11:04
이미 옛날부터 나이를 먹을수록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과 위급한 상황일수록 사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을 이용해서 중장년층을 상대로 보이스 피싱이 엄청나게 창궐했죠. 일본의 악명높은 오레오레 사기(나야나 사기)나 유괴를 가장한 공갈 사기도 마찬가지고... 게다가 학생이나 직장인처럼 핸드폰 사용이 자연스럽지 않은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 장난전화나 스팸으로 전원을 끄게 유도한 후 그 사람의 친족에게 사기를 거는 악랄한 수법도 존재했습니다.
안 그래도 지옥같은 피싱에 이제 딥보이스까지... 이렇게나 디스토피아를 지향하는 사람이 많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 정작 자기들이 피해자가 되면 구해내라 어쩌라 하겠지만요.
마드리갈
2024-07-19 23:24:31
정말 지독하죠. 얼마나 악독해질 수 있는 지 경쟁하는 것 같아요. 게다가 그 경쟁의 상품 또한 엄청나게 높은데다 법령과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으니 그 경쟁의 참가자들은 어떤 가격도 치르지 않고 있고...그들이 피해자가 되면 사회가 부조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겠죠. 지들이 그렇게 부조리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은 온데간데없고.
인간이 이렇게 악마의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뺏는 바람에 악마는 얼마 안 있어 자취를 감추겠네요.
국내산라이츄
2024-07-20 02:34:12
사기 방식이 진화하는 속도를 사기꾼을 체포하는 입장에서 따라잡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요즘도 종종 네이버 블로그에 댓글이 달리는 소위 말하는 '돈 줄테니 글써주세요'도 꽤 복잡한 진화 과정을 거쳐서 왔습니다. 처음에는 댓글로 달았다면, 키워드를 통해 댓글을 바로 차단해버리니까 안부게시판(방명록 비슷한겁니다)에 쓸데없는 인사말을 달고 그 댓글에 본론을 넣기도 하고, 키워드를 우회해서 댓글을 달거나 닉네임을 설정하기도 합니다(예: 방문자->뱡문자, 방문쟈). 예전에는 닉네임이 스팸 차단 조건에 부합해도 댓글에 글자 없이 이미지만 첨부할 경우 댓글이 올라가는 버그가 있어서 이를 제가 제보한 적도 있었고, 카카오톡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댓글에 장황하게 안 쓰고 카카오톡 채팅방 링크를 남기기도 합니다. 요즘은 메일로 PPT 파일까지 정성스럽게 첨부해서 보내더군요.
이렇게 보면 보이스피싱이나 블로그 어뷰징같은 것들은 어떻게든 상대방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빨리 진화하는 듯 합니다.
마드리갈
2024-07-20 11:46:47
그렇죠. 일단 현시점에서는 사기가 너무도 빠르게 앞지르고 있고 대응수단은 무력하네요. 그저 믿지 않는 것만이 상책인 그런 세상이 되어가고 있고 이것을 야박한 세태라고 탓할 수도 없게 되었어요.
네이버 블로그에는 또 그런 식의 집요한 트릭이 있었네요. 게다가 카카오톡이나 메일까지...진짜 독하네요. 이 진화의 끝은 어디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