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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제고등학교의 기적적인 코시엔(甲子園) 우승

마드리갈, 2024-08-24 17:00:43

조회 수
67

일본 고교야구의 로망이자 정점 그리고 꿈의 무대인 코시엔(甲子園)은 1915년부터 개최되어 온 고교야구대회로 이전에는 1915년 제1회부터 1917년 제3회까지는 토요나카그라운드(豊中グラウンド)에서, 1919년 제5회부터 1923년 제9회까지는 나루오구장(鳴尾球場)에서 열렸다가 효고현 니시노미야시(兵庫県西宮市)에 1924년 8월 1일에 코시엔구장이 개장되면서 코시엔에서 열리게 된 전국중등학교우승야구대회(全国中等学校優勝野球大会)의 역사를 계승하고 있어요. 매년 열리지 못하고 1918년의 제4회가 쌀소동을 이유로 중지되어 버렸다든지 1941년의 제27회가 중일전쟁의 격화로 중지되고 1942년부터 1945년까지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경기 자체가 열리지 않다가 1946년의 제28회부터 새로이 생겼고 제30회부터는 현재의 이름인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全国高等学校野球選手権大会)로 개칭되어 매년 열렸다가 2020년에 코로나19 판데믹으로 대회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21년 제102회가 재개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어요. 코시엔이라는 이름은 개최지가 육십갑자로 따져 갑자년인 1924년의 8월 1일에 개장하여 올해로 개장 100주년을 맞았고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산하의 한신타이거스(阪神タイガース)의 홈그라운드인 한신코시엔구장(阪神甲子園球場)인 데에서 유래하고 있어요.

올해의 제106회 대회는 교토부 교토시 히가시야마구(京都府京都市東山区) 소재의 사립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京都国際高等学校)가 우승. 이것 자체만 보면 특기할 일일까 싶지만, 이 학교의 내막을 알면 주목할 것이 많아요.

20240824-OYT1I50047-1.jpeg
이미지 출처
(25년 걸려 교토국제가 정점에..."학교부흥" 으로 야구부 창설, 남학생의 대부분이 야구부원, 2024년 8월 24일 요미우리신문 기사, 일본어)


이 학교는 정식명칭 교토국제중학고등학교(京都国際中学高等学校, 공식사이트/일본어). 1947년에 재일교포들의 출자로 개교한 재일한국인 대상의 민족학교인 교토조선중학(京都朝鮮中学)으로 건립된 사립학교로 1958년에 교토부지사의 인가를 받아 정규교육기관인 학교법인 교토한국학원(京都韓国学園)이 되었고 2003년에 법인 재개편으로 교토국제학원(京都国際学園) 및 교토국제중학고등학교가 설립되어 2004년부터는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을 모두 갖춘 학교로서 재출범했어요. 또한 국제학교라는 위상에 걸맞게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정규학교로 인가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예요. 한 학년에 45명 규모로 학교 자체가 크지도 않은데다 이제는 일본인 학생들이 더욱 많지만, 교가의 가사가 한국어인 점도 특기할만해요.


변낙하 작사, 김경찬 작곡의 이 교가는 이 영상의 1분 46초부터 나오고 가사는 이러해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필자주 - 야마도는 일본의 옛 이름 야마토(大和)의 발음을 교가 제정 당시에 이렇게 표기한 것.


이렇게 재일교포의 힘으로 설립한 소규모 학교가 국제학교로서 성장하고 일본 전역에 걸쳐 명성을 드높이게 된 것도 기적이고, 야구에 중점을 두더라도 놀라운 스토리가 아닐 수 없어요.

이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으로 학생수는 전학년 138명. 게다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생들은 이제 일본인이 더 많은데다 남학생은 대부분이 야구부. 25년 전에 학교법인 부이사장이었던 김안일(金安一, 82세) 야구부후원회장은 "야구로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싶다" 라는 포부하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당시에는 코시엔에서의 우승은 생각도 못했다고 밝혔어요. 그러나 그의 꿈은 4반세기를 달려 결국 성공했고 2008년부터는 고교야구 경력자인 코마키 노리츠구(小牧憲継, 1983년생)가 사회과교사 및 야구부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현실화되가기 시작했어요.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린 2021년의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출전, 그리고 그해 여름에 4강, 그리고 3년 뒤인 2024년에는 이렇게 우승까지. 학교의 규모가 작아서 보유한 야구장 자체도 작은데다 부원은 전학년 합계 61명의 소규모이지만 "소규모이기에 한사람 한사람이 많이 연습할 수 있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관계성도 깊어진다" 라는 것이 팀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어요.


이렇게 현실이 된 로망을 접하니 여러모로 감회가 깊어요.



끝으로, 고교야구 관련의 음악도 하나 소개해 봐야겠어요.

일본의 가수 이노우에 쇼코가 1989년에 발표한 노래인 YELL! - 16번째의 여름-(YELL! -16番目の夏-). 이 노래는 실제로 1989년에서 1991년까지 ABC아사히방송(ABC朝日放送)의 속보 코시엔에의 길(速報!甲子園への道) 및 열혈갑자원(熱闘甲子園)의 테마곡으로 쓰였어요. 영상은 코로나19 이전의 마지막 대회였던 2019년의 제101회의 것.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4-08-26 16:22:05

일단 양국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한국계 일본인 국제학교이자 한국계 야구팀이라는 점에서 한 번 감동하고, 말로만 들었던 학생야구대회의 끝판왕인 코시엔에서 우승했다는 점에 한 번 더 감동하고, 설립부터 프로젝트 진행과 결과까지 그야말로 만화 같은 이야기라서 한 번 더 감동했네요. 크게는 한일 양국 사람들 모두에게, 작게는 (거인의 별, 다이아몬드 에이스 등의) 야구만화로도 유명한 일본만화계에도 여러모로 다양한 의의를 남기지 않았나 싶습니다(한국만화계는 전문분야계 만화가 지극히 적어서 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한일 양국의 교류에 더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SNK의 아랑전설&KOF에 나오는 김갑환(태권도)과 반다이남코의 철권 시리즈에 나오는 화랑(태권도),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 나오는 한주리(태권도), 아크 시스템 웍스의 길티기어 시리즈에 나오는 금혜현(메카 조종), (이상 일본계 게임이고)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시리즈의 D.Va/송하나(메카 조종) 등 이미 게임계에서는 한국인 캐릭터가 많은데, 만화계 중 스포츠 만화에서는 한국팀을 보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나마 레벨 파이브에서 만든 미디어 믹스인 이나즈마 일레븐 시리즈 같은 경우 한국팀 '파이어 드래곤'이 적지 않은 비중으로 나옵니다만, 전반적으로는 더 화이팅(권투만화)이나 메이저(야구만화)처럼 비하 수준으로도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는지라... 물론 더 화이팅과 메이저 둘 다 상대적으로 옛날 작품이고 그런 만큼 한국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가 저조한 점을 반영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행히 K팝의 영향을 받아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계 캐릭터들도 많은 만큼(ex. 용과 같이 시리즈에 나오는 신세대 진권파인 한준기선희) 나아지는 중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한편으론 우리나라에서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하다는 것에도 놀랐습니다. 으레 이런 일이 생기면 국뽕(애국심에 '취한다'는 의미의 속어로, 긍정-부정 양쪽으로 사용 가능) 뉴스나 영상이 우르르 나오기 마련인데,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긴 했지만 잠깐에 그쳤고 유튜브에서도 관련 영상이 나오는 경우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전반적인 댓글마저도 친일이니 반일이니 하고 싸우는 것을 뒤집어 판단해보면 '대중이 딱히 원하지 않는 소식'이라는 씁쓸한 결과가 나오죠. 물론 "(사실에만 집중해서) 야구 우승한 걸로 만족하면 되지 왜 친일 반일 싸움이냐" 하는 상식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소수 의견에 불과하고요. 이것은 친일 반일 문제가 아니라 같은 한민족으로서 기뻐해야 할 일이건만, 여기서도 국적에 따른 편가르기가 벌어지는 꼴이라니... 문자 그대로 달콤씁쓸bittersweet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드리갈

2024-08-26 18:05:56

이번의 이 낭보는 정말 놀라움과 감동의 연속 그 자체였어요. 이 혼탁한 시대에도 이렇게 기적적인 일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또한 이것을 살아가는 도중에 실화로 접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것이 한일 양국간의 교류에 좋은 역할을 일익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역시 씁쓸하죠. 이 사안이 여러모로 기념비적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진영논리 차원에서 그냥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등의 일이 횡행하고 있어요. 일본에서도 이 사안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긴 하고 특히 혐한성 비방중상이 있긴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한데다 공공기관의 기관장인 교토부지사(京都府知事) 차원에서 헤이트스피치를 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성명까지 내놓았어요. 이런 데에서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의 수준은 일본의 것에 비해서는 아직 일천하고 갈 길이 멀다는 게 재확인되었어요. 불편한 진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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