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지를 질문받아서 대답할 경우 상대방이 보이는 반응 중에 거부감이 드는 게 있어요.
"시골에서 왔네" 라는 표현이 바로 그거예요. 그리고 전국을 서울과 서울 아닌 곳으로 보는 시각이 담긴 경향(京郷)이라는 말에도 그렇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아요. 뭐랄까, 와서는 안 될 사람이 와 있는 차별의식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좋아하지 않아요.
뭐, 시골 출신인 건 맞아요. 태어난 동네가 인구 1천명도 안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의 작은 촌동네 출신이거든요. 그리고 여러번의 이사를 거쳐서 변두리이긴 하지만 국내 유수의 대도시에서 살고는 있고, 어디에서 살든간 몸담은 곳이 부끄럽거나 멸시당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해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그게 어땠다는 건지.
대학생 때 겪었던 게 있어요. 진보를 자처하는 누군가가 저를 외견만 보고 서울 강남 출신으로 착각했는지 서울 강남 출신의 기득권층 자녀 운운하면서 매도하던 것도 있었고, 다른 누군가는 제가 영남지역 출신인 것을 어떻게 알고는 보수반동 운운했던 것도 있었어요. 흔히 말하는 시골 출신이니까 민중 어쩌고 할 거라고는 기대도 안했으니 실망도 안 했지만요.
다시 서울생활을 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바라지도 않고, 세상에는 다른 좋은 곳도 많으니 집착할 생각도 없어요. 어차피 지금 사는 곳이든 서울이든 여러 많은 지역 중의 하나인데 그걸 이유로 차별하고 그럴 이유 같은 게 필요할까요? 그저 웃고 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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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09-18 22:34:08
시골에 대한 배타심을 넘어선 선민사상도 있습니다만(특히 지금은 누구든지 수도권으로 가려고 하기에 더욱 심해졌을 테고요), 역으로 서울에 대한 반감도 알게 모르게 존재하긴 합니다. 당장 저만 해도 어렸을 적에는 서울 사는 친척에 대한 배타심이나 분노라기보다는 막연한 부러움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 부러움의 이유야 그냥 '컴퓨터가 있다' 정도였지만(그래서 같은 전주시 사는 친척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그걸 떠나서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이 지방으로 내려오면 막연한 따돌림이나 길들이기(?)도 있는 듯합니다. 같은 전라도라는 게 치욕스러울 정도의 문제 지역인 신안군도 외부 인사가 개입하면 해결될 법한 문제이건만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것을 보면, 비단 수도권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 출신들조차 길들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걸 떠나서 "아, 곱게 자라셔서 이런 건 잘 모르시나?" 하는 식으로 '서울 촌놈'이라며 놀리는 것도 가끔 있었다고 하죠. 경운기라는 걸 처음 타본 소감이 어떠냐는 식으로... 물론 저는 그렇다고 서울 친척을 놀려먹은 적도 없고, 자주 만나지 않을 뿐이지 일부러 거리를 둔 적은 없습니다. 지금도 어느 지방에서 왔다고 하면 '아, 그렇습니까' 하고 끄덕끄덕하지 좋다 싫다 논하는 것도 이상하니까요.
사람은 싫어할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좋아할 이유는 굳이 없어도 됩니다. 창작물 같은 데에서 나오는 대사인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데에 이유가 필요하냐'와 같은 이치죠. 그런데 좋아할 이유를 꼭 이상한 데에서 찾거나 아예 찾을 생각조차 안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래놓고서 위기상황에 처하고 나서야 세상 각박하다며 한탄하고...
마드리갈
2024-09-19 00:15:52
최소한 저희집은 수도권으로 가려 하지는 않지만요.
사실 그것도 그럴 것이, 대구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서울이나 일본 후쿠오카나 거의 엇비슷한 거리이고, 비록 후쿠오카는 다른 나라의 대도시이긴 하지만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가능한데다 최소한 서울에서 겪은 차별은 없었어요.
말씀하신 그런 것도 분명 있긴 해요. 그래도 서울의 지방차별과는 다른 게 있긴 해요. 지방의 서울차별은 "네가 서울 사람이면 다야?" 인데, 서울의 지방차별은 "내가 서울 사람이니까." 라는 것. 어느 쪽도 모두 싫어서 동의하고 싶지는 않지만, 제가 지방출신이다 보니 역시 서울의 지방차별이 껄끄럽기 그지없어요. 그나저나 그렇게 차별하고 살면 뭐가 도움이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