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2022년에 쓴 글인 "공익을 위해 법을 어겼다" 에서 생각한 시대정신의 속편을 본의아니게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 본 기사 덕분에 이렇게 예상치 못한 속편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좋은지 나쁜지 아니면 제3의 다른 가치판단의 대상이 될지는 의문입니다만...
문제의 기사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재명 "실패한 교사인데 어떻게 위증교사죄 되나" 선고 앞두고 무죄 강조 (2024년 11월 6일 조선일보)
"부탁했다 쳐도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실패한 교사’인데, 어떻게 위증교사죄가 되나" 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실패했으니까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적어도 우리나라의 현행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용인되지 않습니다. 특히 형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더더욱 그런 말은 못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형법 페이지를 보시면 제31조에 교사범의 정의가 나옵니다. 여기에는 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든 승낙하지 않든 간에 교사한 자가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하여 처벌받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실패했으니까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현행법을 구부리는 꼴이 되어 버립니다. 물론 구부린다고 해서 그게 아무런 견제수단 없이 통용될만큼 우리나라의 사회시스템이 만만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이것은 범부에 불과한 저만의 개인의 시각이고 높으신 분들에게는 또 다른 것일까요. 게다가, "부탁했다 쳐도" 라는 가정 그 자체가 문제입니다.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가정에 기반한 문제는 처음부터 다투어야 할 이유 자체가 없습니다. 그 가정 자체를 배척하면 그만인데 왜 그런 옥상옥을 짓고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지.
아무튼, 공익을 위해서 법을 어겼다는 말도, 법조문에 명시된 사항을 부정하는 발언도 저는 안 하렵니다. 저는 높으신 분들이 아니지만 그 높으신 분들도 저는 아니니까요.
사실 오늘 쓰려던 글 중 방위산업에 대한 것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빠르면 내일부터라야 쓸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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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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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22:21:37
우리나라는 칼을 들고 사람을 찔러죽이려고 해도, 실패하면 그걸로 살인미수에 대한 죄를 묻기는 커녕 아예 죄를 지은 적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나라였군요.
제가 이 나라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 처음 알았네요.
SiteOwner
2024-11-07 21:20:54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인물이 그렇게 말하니 그 권위를 생각하면 이 사회의 갑남을녀들은 그냥 입다물고 있어야겠지요. 예전에는 그나마 법을 어기지 않았다라고 변명하는 것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변명조차도 기대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대놓고 법을 이렇게 구부려도 되는 시대가 되었으니 참 좋은 태평천하입니다. 뭐, 태평천하라고 해도 그게 정말 태평천하를 말하는 것인지는 확증할 보장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