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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 수능과 교육 이야기

Lester, 2024-11-08 14:08:49

조회 수
8

1. 도널드 트럼프가 (45대에 이어 47대로) 다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네요. 저야 전문가가 아니어서 확신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확신한 사람들이 많더군요. 근거가 충분했으니까요. 트럼프가 암살미수 현장에서 손을 치켜드는 퍼포먼스라든가, 개표 직전에 카멀라 해리스 측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같은 헛소리 공약을 남발했다든가, 본격적인 레이스 직전에 바이든이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슈퍼팩의 공중분해를 막기 위해 해리스가 올라간 것부터 단추가 잘못 꼬였다든가...


언론기사나 여러가지를 찾아보니 상세한 이유들도 있더군요. 미국 경제 및 우러전쟁이나 가자지구 전쟁 같은 외부지원 장기화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거나, 흑인 남성이나 히스패닉 및 아시안들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감소했다거나... 저는 이 중에서 합법적인 이민자들의 딜레마에 대한 분석이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본래 미국 태생이 아닌 외부인으로서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불법체류자는 물론) 자신보다 늦게 들어온 이민자들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공화당을 지지하게 된다든가 하는 식으로 입장에 따라 성향이 쉽게 바뀔 수 있다고 말이죠. 자세한 이야기는 저로서는 힘들겠지만, 이민자들의 이런 동상이몽(?)은 흥미로운 소재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안팎으로 여러가지 사건이나 해프닝들이 물려 있었죠. 민주당에 걸었던 다른 IT 기업들과 달리 공화당에 역배로 몇천억을 들여서 15조원인가 벌었다는 일론 머스크라든가, 미국 언론에서 '접전' 혹은 '공화당 강세'라는 중계가 한국 언론으로 넘어오면 각각 '민주당 강세'와 '접전'으로 이상하게 바뀐다든가, 트럼프 재당선으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증가할 방위비 부담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나 혼란스런 미국 대선도 참 오랜만이다 싶습니다.


다만 제 수준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해리스의 경우 낙선이 확정되자 지지층에 대한 감사인사고 뭐고 그대로 쌩하니 돌아갔다고 하고, 지지층도 피곤하다면서 그대로 귀가했다고 하더군요. 앞서 개표 직전에 마리화나 합법화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공개한다든가 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급급했다는 인상이 강했거든요. 다른 나라도 일개 관료도 아닌 미국 대통령인데 저렇게 허둥대서야 되겠는가 싶어서, 트럼프의 승리를 점쳤던 것 같습니다.


아마 11월 내내 대선 결과에 대한 분석이라거나 세계 및 동아시아 정세에 대한 예견이 계속될 테니, 정리된 분석을 나중에 읽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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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 대선 이야기는 두 문단 정도만 쓰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사건'만 적어도 저 정도가 되어버렸네요. 덕분에 추가로 준비한 주제는 짧게 쓰고 넘어가든가 해야겠습니다.


6일 뒤면(14일) 수능이죠. 그래서인지 영국남자를 비롯해 한국 소개 채널에서는 수능영어 챌린지 겸 리뷰 영상이 또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영상이야 뭐 수능영어의 해괴한 난이도를 꼬집으면서도 한국 학생들을 응원하는 내용이었죠. 반면에 댓글은 여전히 수능영어의 수준에 대한 옹호와 비판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면 한국식 영어 교육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기도 했죠.


나중에 글을 상세하게 쓰면서 밝히겠지만, 저는 수능영어는 물론 한국식 영어 교육 자체에 전면 반대입니다. 짧게 말하자면 "단답식 질문만 하는데 구체적인 사고나 표현이 가능하겠는가?"라는 거죠. 영국남자 최신 수능리뷰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원어민이 모르는(정확히는 실생활에서 쓰는지 의문인) 표현이 뒤섞여 있는가 하면, 정답과 오답 간의 불분명한 차이와 제한시간이 맞물려 사고를 폐쇄적으로 만듭니다. 체험자 말마따나 전공자나 알 지식이나 그래프를 지문에 넣는 것은 덤이고요.


이에 대해 댓글란에 올라온 옹호론을 요약해보면 "(1) 문제 푸는 테크닉을 모르니까 그런 거다", "(2) 대학 가면 원서로 공부하니까 그만한 실력이 필요한 거다"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살짝 대립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물론 자주 언급했던 '드래곤 사쿠라'에서는 "(학력을 향상시킨다면서 테크닉에 치우치는 것이 옳은진 모르겠다는 말에) 학력과 테크닉은 같은 것이다, (공부)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한다"라면서 정론을 내긴 합니다. 그런데 드래곤 사쿠라는 창작물이니까 가상 캐릭터들의 태도를 현실 학생들에게 대입하기는 무리가 있죠.


게다가 (1)에서 말하는 '테크닉' 자체가 진짜 영어와 거리가 멉니다. 일단 문제를 풀 때 빈칸 근처를 읽으라거나, 긴 지문은 맨 뒤에 정답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진짜 영어로 대화하거나 글을 읽는다거나 할 때도 그런 '문제'가 주어지진 않잖아요? 대학에서 공부하는 원서는 시험 지문과 달리 책 한 권인 경우가 많아 싫든 좋든 내용을 전부 읽어서 "이해"해야 하고, 외국인 교수나 학생과의 대화는 실전 "스피킹(회화)"입니다. 무엇보다 대학 리포트는 주관적, 논술형이죠. 어지간해선 수능처럼 제한시간을 촉박하게 주지도 않고요. 이러할진대 수능만을 위해서 공부했던, 주어진 선택지 중에 고르기만 하면 되는 객관적 테크닉이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 드래곤 사쿠라처럼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한다'는 정론으로 나오면 답이 없긴 합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그런 영어 실력을 갖추어야 하느냐면 또 의문이고, 그마저도 현재 교육계에서 쓰는 영어 수업 방식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죠. 주관적인 경험이라 설득력은 없겠지만, 제가 고등학교 때 영어에 관심이 폭발해서 리스닝과 작문이 늘었던 것은 GTA 시리즈라는 게임 덕분이었습니다. 더빙조차 고려되지 않던 시절이니 영어 음성은 물론이고, 한글패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퀄리티나 폰트 문제 등의 이유로) 영어 원문을 읽었고, 게임정보 번역을 위해서 시행착오적으로 문법을 공부했으니 '좋아서' 했던 것은 사실이긴 하죠.


그런데 학교 공부에서 이런 게 가능할지는 참 의문입니다. 교사 이전에 학생들부터가 얼른 다음 진도나 나가라고 할 걸요. 다들 사교육으로 예습해 왔다는 전제하에 공교육을 진행하는 주객전도 수준이니까요. 경쟁이 다른 경쟁을 낳는 세상에서, 사교육을 하지 말란다고 사교육이 없어지겠습니까? 확신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경쟁의 분야를 세밀하게 나누는 것'이죠. 무작정 사교육으로 따라올 수 없는 분야로 가면 되는 것입니다. 스포츠라거나, 예술이라거나. 대학은 그런 세분화를 위한 최종 테크트리여야 하는데, 오히려 대학이 경쟁의 중간지점(학생 리그에서는 수능, 사회인 리그에서는 취업)이 되기에 이 사단이 난 게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철저히 경험으로 굴러가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대적인 개혁을 바라기는 요원해 보이고, 결국 개개인이 개성과 신념으로 무장하고서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일찍 찾아가는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저도 새삼 깨닫지만 자기 인생은 누가 책임져 주는 거 아니거든요. 그러기에 몇 년 전부터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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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자잘한 주제 서너개를 묶어서 쓰려고 했는데, 둘 다 워낙 큼지막한 주제라 생각나는 대로 쓴다는 게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도중에 개인적인 생각을 적느라 표현이 격해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 지적해 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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