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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와 음모론, 그 의외의 접점

시어하트어택, 2024-11-24 23:47:48

조회 수
235

최근 제 주변인물이 다른 사람들에게 음모론적인 주장을 하는 걸 듣다 보니,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 주장의 핵심은 대중문화의 중심부가 '악마'에게 점령당해 있고, 그것을 은연중에 음악의 가사 등에 넣어서 대중에게 전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되도않는 주장이라 저는 그냥 코웃음치고 말면 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일까 불안했고, 거기 있는 걸 견디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런 음모론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분명합니다. 확신에 차 있지요. '자신이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는 확신 말입니다. 어쩌다가 그런 주장을 하는 곳에 빠져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그 정보를 일단 한번 받아들이면, 그것을 '최종적이며 완전하고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진리로 삼습니다. 그것을 교정하려는 사람들을 반대파로 몰아가지요.


이것은 '꼰대'와도 통하는 점이 많습니다. 종전에는 꼰대가 나이가 들어서 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소위 '젊은 꼰대'의 등장은 그런 믿음을 박살냈습니다. 사실 '젊은 꼰대'는 그냥 꼰대입니다. 자신이 위에 설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면 가차없이 그런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지요. 소위 '젊은 꼰대'들에게서 그런 권위주의적인 면, 말 안 통함, 답답함 등이 더욱 심하게 드러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런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자기객관화가 되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겸손함도 갖추어야 하겠지요. 원래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법에 대해 생각하며 써 본 것이지만, 음모론에 빠지지 않기 위한 법에도 그대로 적용되더군요. 이렇게 의외의 접점이 있고, 둘은 통하는 개념이라는 게 이렇게도 확인되는군요.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6 댓글

Lester

2024-11-25 21:12:54

예전에 사진 겸 유머 겸 이것저것으로 유명했던 '사탄은 마침내 대중문화를 선택했습니다'란 책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군요. 이런 음모론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지만 말입니다. 팝 문화도 백마스킹도 사타니즘(satanism)도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으니까요. 그래도 해외는 음악 시장이 이런저런 사건사고를 겪더라도(ex. 비틀즈의 예수 발언) 종교 분야에 뒤지지 않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종교의 영향이 크기도 했으니...


한편으론 예전에 제가 짧게 언급했던 국내 악마주의 소설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군요. 다만 말씀하신 사례나 이 소설 같은 경우는 음모론보다는 말씀하신 '꼰대'의 영역에 더 가깝습니다. 당장 근래에 김성회의 G식백과에서 지속적으로 비판했던 종교계의 게임 악마화도 마찬가지고, 과거에 있었던 만화 화형 운동도 그렇고, '바르게(?) 자라나야 할 아이들을 대중문화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시대에 뒤진 사고방식을 억지로 지키기 위해 차단하겠다는 거죠. 물론 타인의 행복을 멋대로 판단하는 것이나 어린이의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요.

시어하트어택

2024-11-30 21:29:50

맞습니다. 거기에서 수준이 벗어난 게 없어서 한편으로는 슬픕니다. 그런데 그 잣대 적용도 오락가락한다는 게 더 기가 막힌 점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불건전한' 것들을 차단한다고 해서 모범적인 사회가 되었냐면 그건 또 아니라는 겁니다. 또, 그렇게 꽉 막힌 사회일수록 정작 '그런 쪽'으로의 범죄율은 높아지지요.

마드리갈

2024-11-27 22:57:09

정말 그렇네요. 하긴 합리적으로 생각을 안하고 사니 꼰대가 될 수도 있고 음모론자가 될 수 있기도 하겠네요. 게다가 어차피 합리적으로 생각을 하고 안하고는 연령이 결정하는 게 아니니...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맹상군 고사가 생각나네요.

5월 5일에 태어난 아이는 문 높이만큼 자라면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고 믿은 그의 아버지는 첩의 몸에서 난 그의 서자를 처음부터 미워했고 그 첩에게 아이를 밖에 내다버리라고 했어요. 그러나 그 첩은 몰래 그 아이를 길렀고, 어느 정도 자라자 아버지를 만나게 했어요. 첩이 명을 거역했다는 것을 알게 된 아버지가 분노했지만, 그 어린 아들은 "생명은 하늘이 내려 주신 것이고, 사람의 운명은 문 높이가 아니라 사람이 정하는 것인데, 정 문 높이만큼 자라는 게 두려우시다면 문을 더 높이 만들면 될 일입니다." 라고 답하여 오히려 아버지를 탄복시키죠. 그리고 다른 적자들을 물리치고 그 서자가 자신의 대를 잇도록 했는데 그가 그 유명한 계명구도(鶏鳴狗盗)의 고사로도 잘 알려진 맹상군이었죠. 그 맹상군 본인의 지혜 및 자신의 과오를 인정한 아버지가 이미 2천년도 더 전의 옛날 사람이라고 해서 고루하다고 할 수 없겠죠.

시어하트어택

2024-11-30 21:31:05

겸손함을 조금만 갖춰도 저런 음모론이나 꼰대에서는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 음모론을 믿는다는 건 의심이 아닌 확신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과연 그러합니다.

SiteOwner

2024-12-02 19:55:14

사실 음모 어쩌고 하는 자체를 싫어하는 저로서는 그걸 말하는 게 영 껄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입 주변과 턱에 나는 수염도 싫은데 몸의 구석진 데에 나는 음모(陰毛) 따위가 뭐가 좋다고 그러는 건지. 음모론(陰謀論)은 한자가 다르긴 하지만, 뭔가 아주 예외적인 것을 파고들고 있으면 있다고 없으면 없다고 온갖 정신없는 레토릭을 남발하면서 대단한 것인양 떠들어대는 작태는 남의 몸 구석진 곳의 털에 흥미를 보이는 그런 더러운 짓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꼰대스러움은 연령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의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이 만드는 것입니다. 게다가 매우 예외적인 것에 집착하는 행태 또한 음모론자들과 다를 것이 전혀 없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4-12-08 20:41:45

언어유희이기는 합니다만 곰곰이 곱씹어 보면 뼈를 때리는 말씀입니다. 확증편향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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