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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썼던 오징어게임 사태에서 생각하는 권력관계의 속편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오늘 접한 기사 덕분에 쓸 수 있게 되네요. 이미 제목에서도 짐작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이번에는 베트남에서의 논란에 대한 것이죠.
일단 언론보도부터.
베트남서 '오징어게임2' 베트남전 대사 논란…보이콧 주장도, 2025년 1월 7일 연합뉴스 기사
여기서 베트남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게임 참가자인 강대호와 박정배의 대사. 강대호는 자신의 아버지가 월남전 참전용사였다고 말했고, 그것을 들은 대화상대자인 박정배가 "아버님이 훌륭하시네" 라고 답한 것. 이것이 베트남 내에서는 베트남전쟁을 왜곡한다는 등의 반응을 촉발시켜 당국에서도 예의 대사논란을 검토해서 의법처리할 것임을 밝히고 있어요.
저는 여기서 2가지의 쟁점을 제시하고 싶네요.
첫째, 베트남 시장을 의식하여 우리나라가 굽혀야 할까.
둘째, 지금까지의 반한 및 혐한 프레임으로 타국 미디어를 공격했던 세태는 정당화될까.
첫째 쟁점에서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나라가 굽혀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
이미 영화 국제시장 등 화제가 된 미디어에서 베트남전쟁은 많이 언급되어 있어요. 이 전쟁은 베트남 공산화를 저지하지는 못했지만 자유진영 국가들이 맞서 싸운 냉전기의 중요한 전쟁 중의 하나였어요. 그 자유진영의 국가로서 우리나라는 그 어려운 시기에도 주월한국군을 파견했던 나라이자 반공최전선에서 싸웠어요.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베트남이죠. 국제시장이 흥행할 당시 베트남이 뭐라고 했는지는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여태껏 어디서든 들은 적이 없어요.
둘째 쟁점에서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타국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한국에 대해 반한이니 혐한이니 하면서 공격했던 풍조가 만연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제 우리나라도 공격하는 쪽일 수만은 없고 공격받는 쪽이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보여요.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나라는 단련이 되어 있지도 않은데다 공격마저 매우 선택적이었어요. 일본산 미디어에 대해서는 집요하면서 중국산 미디어에서 대폭 왜곡날조되어 미화되는 상감령 전투 등에는 아예 무관심해요. 그나마 2021년에는 중공군을 영웅시하는 역사왜곡 영화가 던져놓은 화제 제하의 글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수입이 추진되었다가 뒤늦게 비판을 받고 포기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에 지나지 않아요. 이에 앞서, 이미 2017년에는 군함도라는 항일영화가 만들어졌지만 평가가 좋지도 않았을 뿐더러 흥행에도 실패했어요.
이 문제는 간단하지 않아요. 그래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우리는 우리의 입장에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까.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수익을 위해서 타국의 역사관에 굽혀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고 공격에 힘을 쓰지 못할 수도 있어요. 여기에 우리는 얼마나 대비되어 있을까요? 그리고 생각할 시간은 그리 많이 주어져 있지 않아요.
문자의 옥 그리고 러브라이브 슈퍼스타에서 다루었던 그 사태가 이제 남의 일일 수만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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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5-01-08 16:20:07
둘째의 경우 우리나라가 (언제인지는 까먹었지만) 그 베트남 전쟁에서 끼친 피해에 대해 정식으로 보상하겠다고 했는데 당시 베트남 정부가 '우린 승전국이니까 상관없어'라고 거절했다고 어딘가에서 주워들었네요. 공식 답변이 그러하니 우리도 넘어간 건데 그걸 베트남 대중에게 알려주지 않으니 민간에서는 또 다른 반응이라고...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를 끌어올렸다고 어화둥둥 할 때도 있었다가 (아마 이적 문제로) 배신자라 욕한 적도 있고, 우리나라에 대해서 '변태의 나라' 운운한 적도 있고... 정말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마드리갈
2025-01-08 18:10:47
이런 말을 하면 인종차별이나 혐오발언으로 몰릴 수도 있겠지만, 베트남에서의 그런 여론은 그 나라의 국민성과 국격을 보여주는 지표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런 자의적인 여론에 좌고우면하게 된다면 베트남보다 더 강한 나라에 대해서는 뭐 말을 말아야겠죠. 세계최강의 미국에 반대하면 죽음으로도 부족하다든지...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공격당하는 쪽이 될 수 있다는 게 무섭게 느껴지네요.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공격하는 쪽으로의 경험은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거든요. 이제부터가 나쁜 선례를 만들지 좋은 선례를 만들지 관건이예요.
말씀하신 그 사안이 김대중 정부 때 처음으로 있었던 사안이었어요. 그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도, 문재인 정부에서도 있었죠. 관련기사도 있어요.
"미래 위해 한국과 협력" 베트남은 과거를 묻지 않았다, 2023년 6월 23일 조선일보 기사
그 사안에 대해서는 따로 논평하지는 않을께요. 그래야 할 가치나 이유는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