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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인 2013년에 쓴 글인 가짜상품과 궤변, 그리고 아편전쟁에서 비판한 세태가 이제 중국만의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내에도 확산되어 있고, 이제 주류언론에서 위조상품 소비를 현명하다고 포장하기까지 하네요. 이제 여기에 대해 평론해 보겠어요.
문제의 언론보도를 소개할께요.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 현명한 '짝퉁' 소비 생활, 2025년 1월 11일 조선일보 기사
위조상품의 소비가 절약이나 유행 같은 일종의 문화트렌드로 여겨지는 세태라든지 진정상품의 소비가 허영 등으로 치부되는 이런 세태에 대해 사실 반박할 가치조차 못 느끼고 있어요. 자기가 자기 돈으로 그러겠다는데 제3자가 뭐라고 가타부타할 것이겠어요. 그렇게 쓰고 싶은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그렇게 쓰기 싫은 사람들은 그런 사람대로 처신하면 되는 것. 저는 후자에 속하니까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부화뇌동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전혀 없어요.
비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
이미 2023년에 조선일보에 나온 기사를 인용할께요.
당신이 산 짝퉁으로 누군가는 수퍼카를 탑니다, 2023년 10월 7일 조선일보 기사
그러해요. 그렇게 싸다고 내지는 재미있다고 좋아하며 위조품을 소비하면 결국 그런 식으로 부정하게 돈을 버는 업자들의 배를 불릴 따름이죠. 그리고 더 나아가서, 유명 브랜드의 네임밸류에 편승하기만 하면 되니까 새로운 브랜드가 그렇게 유명해질 일은 앞으로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커지기만 할 뿐이겠죠. 이제 그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가짜에 환장한 나라로 전락하고 진짜는 태어날 수도 없는 그런 나라로 전락하겠죠. 그렇게 하드웨어도 가짜가 넘치는데 소프트웨어만은 진짜일 수 있을까요? 이참에 각종 컨텐츠도 억지로 만들지 말고 국내외의 유명한 것에 편승하여 모작이나 위작 같은 거나 만들면 될 일. 뉴스도 그렇게 가짜를 만들어서 향유하면 될 일이죠. 뭐하러 어렵게 취재해서 진짜 뉴스를 만든다고.
미국에서 그런다죠. 고교 내에서 백인이나 흑인 학생들이 소수자인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하는 차별적인 언사 중에 "Make my 자동차브랜드" 구문이 있다고. 즉 Make my Toyota라든지 Make my Honda라든지. 그런데 이렇게 한국내에서 가짜상품이 범람하면 나중에 미국의 고교 내에서는 한국계에는 아예 Maky my 구문으로 비하당할 일도 없어지겠네요. 요즘 세계의 자본을 빨아들이듯이 하는 미국에서 할 짓이 없어서 가짜 따위를 사고 만족할까요. 애초에 미국은 한국은 아니니.
예찬할 일도 뭣도 안되는 그런 가짜상품 소비는 트렌드도 미덕도 절약도 될 수 없어요.
MADE IN KOREA가 전세계에서 외면받게 될 날은 점점 당겨지고 있어요. 게다가 과거 유교의 해악에 찌들었던 시대에 줄기차게 주장했던 소중화(小中華)는 이렇게 성공적으로 부활했고 이제 우리나라는 리틀차이나로 열심히 잘 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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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Lester
2025-01-12 21:50:30
사실 말씀하신 '슬기로운(?) 가짜소비'는 알리-테무의 진출 당시부터 문제가 됐긴 합니다. 정품 수리비보다 싼 것을 여러 번 갈아치우는 게 총 비용이 싸기 때문에 훨씬 이득이다, 라는 기적의 논리였죠. 물론 가짜니만큼 안전성 문제가 가장 고려되어야 하지만, 자칭 합리적인 사람들은 그런 위험성조차 고려하지 않더군요.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당사자가 좋다면 그만이긴 한데, 문제는 이게 유행 같은 사회적 관념처럼 퍼져서 동조하지 않는 사람을 미련하다고 매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겁니다. 당장 코인충(가상코인 투자자들에 대한 비하 표현)들도 잘 나갈 때는 코인에 투자하지 않는 사람들을 미련하다며 온갖 표현과 방식으로 비하했지만, 루나코인 사태나 거래소 해킹 등 사건사고가 터지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마냥 자취를 감췄죠. 이런 자칭 합리주의자들 또한 가짜에 의해 물리적 피해를 입어야 자취를 감출 것인가 싶습니다.
마드리갈
2025-01-12 22:17:15
그런 합리적인 사람들은 급여도 위조지폐로 받거나 온라인 입금내역이 조작되면 행복하겠죠. 그렇게 가짜를 좋아하니. 타인의 산업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도둑들에게는 그렇게 스스로 취득한 신분에 맞는 처신만이 답일 수밖에 없어요. 타인들을 실컷 매도한 대가로 실컷 매도당하기 전에는 백약이 무효일 듯하네요.
결국 결론은 명백해지네요. 그들은 자신의 머리 위에 철퇴가 떨어지는 순간까지 그러고 있을 것임이.
대왕고래
2025-01-14 09:21:12
가짜를 사는 게 맞다!라고 할거면 정품을 사면 안된다!의 이유가 납득이 되어야겠죠.
돈 때문에? 싼 거 샀다가 금방 망가져서 결국 새 거 사는 경우 겪어봤을텐데...
마드리갈
2025-01-14 20:27:44
자기 돈을 그렇게 쓰겠다는데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사실 막아야 할 의무도 뭣도 없고.
하지만 아무리 미사여구를 늘어놓더라도 전혀 바뀌지 않는 게 있어요. 예의 위조상품에 대한 안일한 태도는 진정상품이 있고 나서 성립될 수밖에 없는 타율적인, 그래서 자주적일 수 없는 천박함 그 자체일 수밖에 없어요.
문화사의 차원까지 시야를 높여볼께요.
사실 이런 풍조는 새롭거나 독창적인 것이 전혀 아니예요. 이미 1960년대의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났던 키치(kitsch)라는 현상이 있었으니까요. 키치라는 말은 저속함, 싸구려, 눈속임 등의 의미를 담는 말로 독일제국 성립 이전인 1860년대부터 쓰여왔던 것이지만 문화현상 전반에는 1960년대의 독일을 시작으로 그 이후 영어권이나 일본 등지에도 전파되어 일종의 하위문화 내지는 주류문화에 대한 대항문화로서 시대를 풍미하고 1990년대말에는 키치운동(Kitsch Movement)도 출범했어요. 그런데, 2010년 이후로는 별다른 보도가 없는 것으로 봐서 이미 유행이 지나간 듯 해요. 어차피 "기존의 것을 비튼다" 라는 그 본질상 그 기존의 것들이 새로이 생성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생명력이 확보될 수도 없는데다 그 시점이 되면 키치야말로 기존의 것이 되어 버리니까요. 이미 그렇게 철지난 키치가 요즘의 가짜상품 소비 예찬의 형태로 나타나다니, 문화사를 이해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냥 웃고 말지요.
생각나는 음악이 하나 있어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오페라 가짜 여자 정원사(La finta giardiniera) 서곡. 이것도 소개해 드릴께요. 독일의 지휘자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1876-1962)의 지휘하에 비엔나 필하모닉(Wiener Philharmoniker)이 연주한 1938년의 녹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