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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일본에서 터진 이상한 논쟁이 하나 있어요. 일본공산당(日本共産党)이 발행한 2023년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서 당비지출로 118,500엔의 가액으로 장어요리점을 이용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당원 및 지지자들이 언쟁을 벌인다는 것이 이 사건의 전말이예요.
일단 관련자료를 소개해 두겠어요.
(2023년 정치자금수지보고, 2024년 11월 30일 신문아카하타 기사, 일본어)
(장어는 부르주아의 식사? 공산당이 11만엔 지출, X에서 격론 타무라 위원장 "나도 먹는다", 2025년 1월 16일 산케이신문 기사, 일본어)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를 일절 받지 않고 당비 및 일본공산당 기관지인 신문아카하타(しんぶん赤旗)를 필두로 한 각종 미디어 발행으로 수입을 충당하는 일본공산당의 수입은 194억 5871만엔에 지출은 189억 2126만엔으로 당해연도의 수지는 5억 3744만엔의 흑자. 당본부도 기관지도 모두 공시지가 평방미터당 152만엔(=평당 502만 4793만엔)이나 하는 도쿄도 시부야구 센다가야(東京都渋谷区千駄ヶ谷)에 위치하는 것을 감안하면 자력으로 그렇게 당을 꾸려가는 자체가 대단한 일. 11만엔 정도의 식사를 할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다가 장어요리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전통의 일식메뉴이기도 하니 먹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금원이 당비라는 사실.
여기에 대해 이전에 일본공산당의 지지자였던 사람이 "공산당도 밖에서 장어를 먹는 등 회식비를 쓰고 있다" 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사이토 유코(斉藤優子, 1960년생) 메구로구 의원이 "공산당은 장어를 먹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라고 응수한 것이 발단이 되어 옹호파와 비판파가 갈려 싸움을 벌이는 중이죠. 옹호파는 "상식의 범위내에서 회식하는 건 괜찮다". "공산당이 장어를 먹으면 안된다는 합리적인 이유부터 설명해" 등의 논지로, 비판파는 "장어는 부르주아의 식사다", "공산주의 사상에 위배된다" 등의 논지로 격론을 벌이는데다 타무라 토모코(田村智子, 1965년생) 위원장의 발언도 여러모로 소란을 가중시키고 있어요. 상세한 사정을 파악한 게 아니라고 전제를 달면서 "장어는 부르주아의 식사인가 어떤가. 매일 먹는 것도 아니고 서민도 충분히 손이 닿을 정도 아닌가. 나도 먹을 때가 있다" 등으로 말한 건 사안의 쟁점을 비껴간 화법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사실, 2022년에 신문아카하타에서 여당 자유민주당(自由民主党)의 5개 파벌이 정치자금파티 수입 2500만엔분을 수지보고서에서 누락시킨 것을 밝혀내 특종을 잡았기도 했음은 물론 2024년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 과반이 깨지는 주요원인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일본공산당은 득을 전혀 못 본 것은 물론 중의원 의석수도 10석에서 8석으로 되려 준데다 예의 장어 논란에서 소속 의원도 당수도 저렇게 사안의 본질을 벗어난 헛소리를 연발하고 있으니 민심은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장어는 제조원가 자체가 높은데다 요리 또한 손이 많이 가서 장어굽기는 평생 수련해도 모자란다 할 정도로까지 고난도인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공산주의자들이 신봉하는 자본론(Das Kapital)에 나오는 노동가치설에 따르면 장어요리야말로 프롤레타리아의 노력이 집약된 문물인데 부르주아의 식사 운운하는 게 얼마나 건전한 담론인지 의문이네요. 자민당을 공격한 그 논리는 온데간데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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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키
2025-01-18 19:54:37
질이야 당연히 비교도 안될테지만, 냉동 스테이크 1인분이 만원 정도에 팔리고 편의점 도시락으로도 5-6천원만 주면 장어덮밥을 먹을 수 있는 시대에 한화 110만원대 장어구이 회식이 부르주아의 요리인지를 논하는 것이 참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묘하네요.
마드리갈
2025-01-19 01:16:57
일본공산당 당원 및 지지자들이 벌이는 일련의 논쟁을 보고 있으면 정말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정도 금액은 사실 장어요리의 단가를 생각하면 무리없이 나올 수준인만큼 부르주아의 요리 운운하는 자체가 매우 한심한 소리임이 짝이 없거든요. 게다가 장어양식장의 경영자도 장어를 유통하는 수산업자도 장어를 들여와서 손질하여 요리로 만들어 파는 요리사도 프롤레타리아인 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것 같아서 예의 논쟁이 매우 한심하게 보여요.
일본공산당의 센다가야 당사는 토다건설(戸田建設)이라는 준대형제네콘(準大手ゼネコン) 클래스의 건설회사에서 지었어요. 연매출 1조엔 이상의 최상급 건설회사인 수퍼제네콘(スーパーゼネコン) 바로 아래의 급인 준대형제네콘 중에서도 토다건설은 꽤 큰 편으로 연매출 5천억엔은 가볍게 넘을 정도로 클래스 내에서 매출액 2위를 기록하는, 그야말로 부르주아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대기업이죠. 그런 부르주아가 지은 당사에는 문제의식조차 없고 장어가 부르주아의 식사니 운운하는 자체, 참 여유도 많아요, 그런 논쟁이나 하고. 저러니 일본공산당은 늘 저 모양이예요.
Lester
2025-01-19 00:01:50
정치적인 담론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루기 힘든 주제입니다만, 그래도 좌우 상관없이 까이는 게임물관리위원회였던가 여성가족부였던가 하는 곳은 하는 일도 없으면서 몇천~몇백만원짜리 화분이나 식사로 내부지출을 처리하고 돈이 없으니 더 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꺼내서 상당히 욕을 먹었더랬죠. 대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장식하기에 그만한 돈을 쓰는 거냐고 말이죠. 이후 모 전 위원장이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음해니 선동이니 하고 잠시 기세를 높였다가 사실이 들통난 뒤엔 잠적하는 걸로 유야무야됐고요. 물론 국가기관에서 하는 일이니 돈이 적지 않게 들기는 하겠습니다만... 이에 대해 국회의원만이 따질 수 있고 그마저도 기간이 지나면 얼렁뚱땅 처리되고 잊히는 경우가 많아 막막합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빼고 감상을 이야기하라면... 2025-01-18 기준으로 1원=9.33엔이라 여전히 '10원=1엔'의 계산하기 편한 환율이 적용되는데, 그렇다면 약 118만 5천원짜리 단체 회식이 되는군요. 나름대로 공산주의를 준수하는 일본공산당에서조차 저렇게 내부적 소수 인원만이 그런 회식을 즐길 수 있는데, 그보다 큰 북한이나 중국은 어떨지 쉽게 짐작이 되네요. (아마도 일본공산당 내의) 소위 비판파의 '부르주아 식사' 운운하는 것도 내부적 소수의 독점을 까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뭐 "그렇게 비싼 회식 하면서 얼마나 유익한 얘기를 나눴느냐"에 양쪽 모두 대답을 못할 것 같아서 한숨만 나오지만요.
마드리갈
2025-01-19 01:27:45
그나마 일본공산당은 국내의 기관들에 비하면 일말의 양심은 있네요. 공식발행자료에 내역을 밝히기는 했으니까요. 당비로 그 지출을 했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장어요리를 먹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소속 의원이나 당수의 대응방법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아무튼 확실한 것은, 장어요리를 부르주아의 식사 운운하는 자체가 매우 한심하고 비생산적인 담론이라는 점이죠. 도쿄야 물가가 비싸다 보니 대중적인 장어요리 중의 하나인 나고야식 장어덮밥요리인 히츠마부시(ひつまぶし) 정도를 먹는다고 해도 1인당 5천엔 정도. 그러니 터무니없이 과다한 비용도 아닌데 저런 싸움이 나는 걸 보니 일본공산당 당원 및 지지자들의 상황이 얼마나 좋은지도 백일하에 드러나네요. 그들이 타도하고자 하는 대상은 어디가고 서로 수평폭력에 열중하니, 저러니 일본공산당이 가면 갈수록 지지기반을 잃어갈 수밖에 없어요. 여당인 자민당-공명당 연합이 과반지위를 상실하고 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약진하지만 공산당에 줄 표만은 철저히 없는. 그 상황은 남탓을 할 수 없어요.
이제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 논쟁, 앞으로가 기대되어요.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