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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미일정상회담이 있었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1946년생)가 다시 미국의 대통령으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고,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1957년생) 내각총리대신이 백악관을 방문하여 미일 양국간의 현안을 논의한 것은 물론 미국에 대한 1조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금색을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 맞추어 금도금 투구도 선물했어요. 이렇게 미일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되었고, 양국의 첨예한 대립을 빚었던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문제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타협안인 일본제철의 대거 투자로 선회했어요.
이것을 아부(阿附)라고 보는 시각이 국내언론에 팽배해요.
아부란,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린다는 의미로 당연히 그 함의가 좋을 수 없는데, 대표적인 기사를 두 건 소개해 볼께요.
[만물상] 아부의 기술, 2025년 2월 9일 조선일보 기사
"신이 당신을 구했다"… 트럼프 녹인 이시바 '아부의 기술', 2025년 2월 10일 조선일보 기사
정치가가 국익을 위해 외교무대에 나서면서 타국의 그 자체와 지도자와 국민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 양국이 만났으니 상대에 대해서 존중과 경의를 표하는 것이 저렇게 비하될만한 성격일까요? 그럴 것 같으면 의전이고 뭐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개인간에도 존중과 배려는 말할 것도 없는데 나라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 것일까요?
오늘인 2월 11일은 마침 일본의 건국기념일(建国記念日)이기도 하네요.
재흥을 위해 수상부터 솔선수범하여 변화하는 이런 일본이 이렇게 무섭게 변화하는 모습 속에 건국기념일을 맞는 것에 일말의 위기의식은 없는 것일까요. 몇몇 제품이나 컨텐츠에서 실적이 앞섰다고 일본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니 밟고 지나가도 무방하다 보는 시각이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여론조성의 길잡이가 될 언론조차도 이러니,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정리되네요. 지금, 아부(阿附)라는 말을 쓸 계제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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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5-02-11 10:27:46
말씀하신 이시바 총리의 달변은 국내 언론은 물론 슈카월드를 비롯한 다른 유튜버들도 리뷰했죠. 심지어 두 번째 기사에 나오는,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대해 "가정적인(일어나지 않은)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라는 답변이 '아부'로 분류됐는데, 저는 오히려 이 발언이야말로 일본 정치의 화술을 제대로 요약하는 한마디라고 생각합니다. 원론적으로도 맞는 말이지만 '나를 포함한 일본인 모두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분명히 담겨 있으니까요.
바보 같아 보이기로 유명한 (그래도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펀쿨섹좌 고이즈미 신지로부터 시작해 이와타 사토루(닌텐도 4대 사장)가 생전에 게임 출시가 지연될 때 쓰기로 유명했던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원문은 'お察しください'로 추정, 확인 필요, 영어로는 Please understand로 번역)"에 이르기까지, 일본인의 발언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유명하거나 악명이 높죠. 혼네와 다테마에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정치적 수사 같은 걸 사용하기에 일본의 전매특허는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일본인의 소위 서비스 정신(더 속되게 말하자면 '장사꾼 마인드')과 결합되었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넘기기만 하고 끝나는 외교적 수사보다는 실제로 거두는 이득이 더 남았고 그것이 일본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써놓고 보니 너무 일본을 고평가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결과라는 것은 좋을수록 더 좋은 법이니까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고요.
이제 일본을 거쳐서 우리나라로 차례가 넘어왔는데, 하필 대통령은 수감 중이고 임시로 국가원수 노릇을 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은 습근평 중국 주석(이하 호칭 생략)을 만나고 있으니...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인 것 같아 막막합니다. 기사 몇 가지를 찾아보니 우원식이 중국에 머무르는 동안 습근평은 '양국 문화 교류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라고 했다는데... 누가 누구의 문화를 약탈해 갔는지 생각해보면, 이런 "외교적 수사"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극과 극으로 나뉘고 또 이걸 누가 믿을지 참 기대됩니다.
마드리갈
2025-02-11 15:12:47
정치가는 국가를 위해 행동하고 국민을 섬기는 존재. 바로 이것만 생각해 봐도 이시바 시게루는 그 모범을 제대로 보이고 있어요. 그런 그의 태도를 아부 운운하며 비하하는 자체가 얼마나 현명한지는 바로 드러난 것이죠.
약간 거슬러 올라가보죠.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 당시 미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의 무책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관료들이 참가하지 않는 식으로 부분 보이콧을 했어요. 일본은 그 보이콧 노선에 동참하면서 "전직 관료" 들을 파견했어요. 바로 전해인 2021년에 1년 연기된 도쿄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의 노우하우가 중국에 필요했으니 그 당시의 관료들의 역량이 중국에는 절실히 필요한 한편으로 일본이 친미 자유민주주의노선에 동참한다는 것을 어겨서는 안되었으니 현직 관료가 올림픽에 갈 수도 없었어요. 이 문제를 전직 관료 파견으로 해결했고 양국 모두 일본의 결정에 만족해서 이후에 별다른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어요.
손자병법에 이런 말이 있어요. 원문과 번역문을 같이 소개할께요.
辞卑而益備者、進也。辞強而進駆者、退也。無約而請和者、謀也。
말이 공손하면서 준비를 단단히 하는 자는 진격하려 한다. 말이 거세면서 달리려는 자는 퇴각하려 한다.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으면서 화친을 청하는 자는 계략을 세우려 한다.
패전국 일본을 부흥시킨 당시의 총리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1878-1967), 그리고 현재 반도체왕국 부활 등 일본 제조업 부활의 기치를 올린 지금의 총리는 이시바 시게루. 요시다의 활동시기는 쇼와(昭和)이고 이시바의 활동시기는 레이와(令和). 두 시게루 모두 외교적 수사에 능하고 국익을 위해서라면 자신은 얼마든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보이죠. 이 상황을 손자병법의 저 구절과 대조해 보면서 일본이 정말 무섭게 보이고 있어요. 이 상황에 우리나라는 대비하는 게 없어 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