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2일)에 나왔던 발언(KBS의 요약 영상)이라 벌써부터 시끌시끌한데, 저는 원래 정치나 경제에 대해선 잘 모르다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을 요약한 텍스트 뉴스(조선일보)를 읽으면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니까... 경제 때문에 우클릭을 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저보다 생각이 더 미천한가 싶어서 한숨이 나와 부족하게나마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위 조선일보 기사의 내용(사실상 거의 전문)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발언 인용만으로 기사가 가득 찼다는 것은, 조선일보의 평상시 논조를 생각했을 때 '하나부터 열까지 문제적 발언이었다'라는 평가였다고 볼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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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한국에) 생기고, 30%가 국민 지분이라면 세금에 그렇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전문가들과 대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의 결과물을 공동체가 일부나마 가지고 있었다면 세상이 달라졌을 것 같다”라며 “개인이나 특정 기업이 전부 독점하지 않고 모든 국민이 상당 부분 공유하는 것이 제가 꿈꾸는 기본사회”라고 한 것이다.
해당 영상은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유튜브 채널에 2일 공개됐다. 이 영상에서 이 대표는 “(한국에)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겼다면,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며 “앞으로 도래할 인공지능 사회에서, 엄청난 생산성의 일부를 공공의 영역이 가지고 있으면 모든 국민이 그걸 나누는 시대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목표 중 하나는 모든 국민들이 생성형 AI를 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돈을 안 내고”라고 했다.
이어 “AI 시대가 도래하면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고,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데 지금 이 대량생산 사회의 시스템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사회자가 ‘태양광 연금’을 언급하자 “1년 에너지 수입 금액이 300조 원 가까이 될 텐데,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에너지원을 바꾸고 국민들이 참여하면 일부를 나눠가질 수 있다”며 “개인의 삶을 재정과 자기가 낸 돈으로만 책임지는 사회에서, 생산물을 공동으로 나눠 상당 부분을 커버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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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관련 방송을 같이 보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이재명의 말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의 교과서적인 사례인 것 같습니다. 저 위에 인용된 발언을 봐도 "그렇게 30%로 뜯길 기업을 누가 만들겠느냐?"라는 의문이 생기거든요. TV조선 영상에서는 아예 '엔비디아 수익의 30% = 대한민국 국정운영비와 얼추 비슷 = K-엔비디아가 있으면 되겠네?'라는 단순무식한 사고방식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있죠.
게다가 저 기사 나머지 부분에 나오는 '전국민이 생성형 AI를 나눠가지는 것'이나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에너지원을 바꾸고 국민들이 참여'도 간단히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생성형 AI를 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 의도는 좋죠. 컴퓨터 보급 사업이라거나 하는 것도 그런 데에서 출발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미 일러스트레이터 업계부터 시작해서 제가 속한 게임번역까지 생성형 AI 때문에 고용갈등을 둘러싸고 시끄러운 곳들이 한둘이 아닌데, 이걸 전국민 단위로 하겠다는 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만들겠다는 걸까요? 이미 공무원 시험 같은 데에 청년들이 몰려들어서 시간과 비용을 허비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애초에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생성형 AI를 그렇게 뿌리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에너지원을 바꾼다는 것 또한 일반적인 발전소에 비해서 생산되는 전력도 효율도 낮기 마찬가지인데, 그걸 대체 누가 합니까? 마지막의 '생산물을 공동으로 나눠...'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제대로 찾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인 기반 공동 생산방식을 말한 건가 싶었는데, 다시 보니 '배분'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당연히 그렇겠지' 하고 조소할 수밖에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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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끄러워지자 오늘(4일) 이재명 측에서도 바로 반론을 내놨는데, 이 '반론'이라는 게 더 헛소리인데다 저질스럽게 바뀌었더군요. 중앙일보 기사의 일부, 정확히는 이재명 측의 '반론'에 대한 이준석의 평가를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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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 대표의 ‘문맹’ 발언과 관련해 4일 페이스북에 “막말 쩌네요. 적반하장이 과하다”며 “본질적으로 ‘유전에서 기름 나오면 여러분 세금 더 안 걷고도 복지 할 수 있어요’라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뭐가 다르냐”고 꼬집었다. 이어 “빅테크를 관 주도 투자로 만들 확률과 대왕고래에서 기름을 뽑아낼 확률 중 어떤 것이 높은지도 사실 우열을 가리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누가 칼로 협박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먼저 논쟁적인 주제를 던져놓고 충분히 토론할 만한 지점이 생기면 ‘문맹 수준의 식견이다’라고 막말하는 게 이재명 대표가 지향하는 정치적 정반합의 과정이냐”며 “그럼 윤석열 대통령과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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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다 담고 있어서 저는 더 보탤 말이 없네요. 게다가 어느 댓글처럼 석유는 태양광이나 풍력보다도 훨씬 가치와 단가가 높은 물건 아닙니까. 빅테크를 정부에서 주도해서 한다고 해봐야 관치사업답게 느릿느릿 흘러가서 시류를 타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문제는 깔끔히 무시하고 '모든 국민에게 나누겠다'는 의도 자체가 포퓰리즘인 시점에서 과연 누가 옳은 말을 하고 있는지는 명약관화하다고 보거든요.
이재명 추종자들은 '영상부터 보고 떠들어라, 본 사람들은 다들 수긍하고 아무 말 않더라'라고 하던데, 어디서 들었더라...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이뤄서 얻은 경험이 있어봐야 보수가 된다고 했던가요. 그런 걸 생각했을 때 저 영상을 보고 수긍하는 사람들은 대충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이 됩니다.
주제와 별개로 정치도 다소 섞여 있었던 글이다보니 조금 선을 넘었거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든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 경우 지적해 주시면 바로 고치겠습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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