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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수주의는 무엇을 보수하는가?

히타기, 2014-01-09 17:39:38

조회 수
157

아렌트(Hannah Arendt)는 자유주의 사상이나 혁명적인 사상도 아닌 보수주의가 "그 기원상 그리고 진실로 거의 그 말에 대한 정의상 논쟁정적이다."라고 규정한 바있다. 그러한 규정은 분명히 보수주의의 한 본질적인 속성을 통찰력 있게 드러내고 있다. 보수주의가 그 내용이 무엇이든 일단 혁명이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부정과 더불어 기존 질서의 유지를 목표로 한다면, 보수주의자란-룰론 단순히 보수 진영의 권력자 및 정객과 구분하여- 바로 '보수해야'할 기존 질서가 무엇이고 그것이 왜 보수되어야 하는지를 바로 폭력적인 수단이 아닌 말이나 글을 통해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논쟁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아렌트는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진보나 급진적인 운동은 바로 변화의 추구이며, 그러한 변화의 결과란 진보라는 말 자체의 의미상 아직 현존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미래에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그러한 변화가 초래할 수도 있는 예기치 못한 해악이나 부작용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고 현실적으로 검증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해악이나 부작용등에 대해서 굳이 미리부터 세밀하게 검토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 곧 논쟁적인 태도는 바람직함을 떠나서 현실 정치의 맥락에서는 불필요하고 영악하지 못한 행동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진보 정치인이나 사회 변혁 운동가들 가운데는 변화의 대상인 전통이나 기존의 제도와 관련하여 치밀하게 그 역사성이나 존재가치를 검토하지 않은 채, 폭력 수단의 구사나 대중적 선동에 기초한 일방적인 공격을 운동의 전부로 간주하는 태도, 곧 비 논쟁적인 태도로 임하는 인물들이 많이 그리고 자주 발견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러한 폭력 사용을 폭압 정권에 대한 정서적인 호소나 선동적 구호 및 수사는 그 내용 자체가 바로 미래의 세계에 관련된 것이므로 그 비합리성이 즉각 입증될 수 있는 성격의 주장은 아니다. 따라서 진보 세력은 바람직함 여부를 떠나 굳이 논쟁적일 필요가 없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수주의는 바로 기존 체제나 전통 또는 관행의 유지 및 보수라는 속성상 진보 운동의 그러한 '이점'을 누릴 수 없다. 보수주의는 바로 정의상 현존하는 것들의 옹호이자 유지 및 보수의 노력이다. 따라서 그것은 필연적으로 기존 질서를 뒷받침하는 전통이나 관습 및 기존의 보수 이념에 대한 재해석이나 재정립 또는 기존의 보수 이념을 넘어선 새로운 보수 이념의 모색이나 구축노력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서 이념적 논쟁을 제기하고 이념적으로 압도하려는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이에 따라 바로 논쟁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보수주의에 필수적이며 '정상적'이라는 논리가 가능한 것이다. 서구의 보수주의 역사는 실제로 그러한 논쟁적인 태도 속에서 이념적 발전을 이루어 왔음을 증언하고 있다.

 -중략-

 한국 정치에서 보수 세력은 존재하되 그들 나름의 정책 결정 혹은 사회적 가치 배분의 준거로 삼을 보수주의라고 부릴 수 있는 이념은 부재 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논의를 통해 잘 알려진 바 있다. - 중략- 여기서 무 이념성이란 보수 세력이 스스로 보수하고자 하는 제도나 체제를 뒷받침 하는 가치나 이념의 실체를 능동적으로 파악하려 노력하면서 그것을 이념적으로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의 보수주의는 오랫동안 그 이념적 근거를 '반공'이라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이념에서 찾았으며, 그 이념적 근거에 대한 주체적인 탐색 없이 자유민주주의나 사유재산권을 마치 그 의미가 자명한 '성스런'이념처럼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수준의 이념적 위상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보수 세력에는 대중적 논객들은 많이 었어도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주의 사상가나 이데올로기는 발견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그러한 이념적 빈곤의 반영일 것이다.

-중략-

 현실 정치의 맥락에서 한국 보수 진영의 그와 같은 무 이념성의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서부터이다. 그 정부가 소위 '햇볕정책'의 이름으로 친북한적인-그러한 정책의 실체나 정책 입안자의 실체적인 의도를 떠나 그렇게 '보이거 믿어진다는' 것이 현실 정치의 맥락에서 중요하다.- 정책을 추구하고, 이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이고 인위적인 개입 정책을 통해 경제적 분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우 한국 보수 진영의 정신적 태도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나는 것이다. 이념적 빈곤이나 무이념성 문제를 떠나, 북한과의 대립이나 적대 관계가 오랫동안 정치적 존쟁성의 핵심적인 요소였던 남한의 보수 세력에게 김대중 정부의 정책은 단순히 보수정당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의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협하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친북 좌파,시장경제,신자유주의,포퓰리즘 등의 정치적 수사들이 보수 진영의 이념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주의들'로서 점차 정치,사회적 담론 구조에 정착하기 시작해싿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김대중 정권의 그러한 정책이 과거사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50년 이어진 보수정권의 역사 및 그러한 보수 정권의 역사와 동일시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존재 가치 자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보수 세력이 취해야 하고 취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태도 변환의 핵심이 무엇인가는 권력 정치나 지배 체제의 노린상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한국 보수주의 이념화 과정의 시작인 것이다.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이학사,양승태 엮

/한국의 보수주의, 무엇을을 지킬 것인가? - 김명하

히타기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수 있는 원리를 가지지 못한 이념은 단순히 감정적인 구호에 그친다. 

2 댓글

마드리갈

2014-01-18 04:21:36

일신상의 이유로 생각을 좀 더 가다듬어야 했고, 그래서 코멘트가 늦어진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려요.

쓰신 글은 보수주의의 가야 할 방향을 잘 짚어 주셨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지켜야 하고, 무엇에 대한 안티테제가 아닌, 그 자체로 설 수 있는 보수주의로 정립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보수주의처럼 잘못 정의되고 오용된 용어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저는 보수주의를, 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변화와 끊임없이 대응하는, 항상성을 지닌 유기체라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보수주의는 정체되고 구태의연한 것이 아니라, 활발하고 적극적이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상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봐요.

HNRY

2014-01-18 05:14:02

아무래도 conservatism 할 때의 conserve와 달리 번역명인 보수주의 할 때의 보수(保守)의 어감이 달리 느껴지니까요.(보수는 보전하여 지킴이란 뜻도 있지만 묵은 그대로를 지킨다는 뜻도 있고 후자의 의미가 좀 더 강하게 느껴지지요.) 본래 보수주의도 개혁을 급진적이 아닌 점진적인 것을 추구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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