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언론은 양날의 칼을 마주하고 있어요.
과거와는 달리 반드시 중후장대한 시설을 갖추지 않고도 인터넷에 힘입어 1인 미디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주력언론 말고도 각종 대안언론이 상당히 발달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언론이 보다 다양해지게 되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언론에 대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아요. 누구나 각종 대안언론을 만들 수 있다 보니 함량미달의 언론이 난립하고 있고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 각종의 파렴치한 수법이 판을 치고 있어요. 정작 기사내용과는 관련없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다든지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을 무단전재하여 기사화한다든지 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보도대상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왜곡 내지는 거짓보도를 하는 것도 횡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런 기사를 양산하는 기자를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말인 기레기라고 부르고 있어요. 게다가 이러한 보도행태가 고쳐지지 않다 보니 여러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어요.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보도대상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마구잡이 기사를 쓰는 행태인데 어제 KBS에서 보도된 철도관련 기사가 특히 문제가 되어요. 공영방송인 KBS조차도 이렇게 나쁜 기사를 양산한다는 데에서 이미 자정능력은 상실한 것 같지만요.
그러면 문제의 기사를 보기로 할까요?
위의 기사에서 가장 한심한 것은, 최고속도(最高速度) 및 표정속도(表定速度)의 개념이 전혀 잡혀있지 않다는 거예요.
최고속도는 어떠한 교통수단이 가장 높게 낼 수 있는 속도를 말해요.
그리고 표정속도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할 경우 두 지점간의 전체 거리를 전체 소요시간으로 나누어서 표현한 값으로, 도중의 가속, 감속 및 정차 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요. 만일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갈 때 그 사이의 500km의 거리를 이동하면서 A지점을 출발한 시각에서 2시간 30분 후에 B지점에 도착했다면 500km를 2.5시간에 달렸으니 표정속도는 200km/h가 되어요. 어차피 최고속도에 도달하기 위해서 가속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데다 모든 구간에서 항상 최고속도로 달릴 수는 없어서 표정속도는 최고속도보다 낮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개념을 분명히 이해하지 못한 저 기사에서는 마치 제 속도를 낼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만일 이런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사를 썼다면 기사의 작성자가 메이저언론 종사자로서 함량미달인 것이고, 일부러 알고도 그랬다면 모종의 불순한 목적을 위한, 혹은 비판을 위한 비판을 위해 전혀 건설적이지 못한 기사로밖에 볼 수가 없게 되어요.
그리고, 아무리 직선으로 선로를 부설하고 해도 계속 최고속도로 달릴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해요.
대개 많은 상업운전 열차들은 제원상의 성능보다 낮은 속도로 운행을 하고 있어요. 운영비용, 신뢰성, 수송밀도 등을 고려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즉 고속화에 대해 연구는, 보다 안정된 상태로 고속 상업운전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거예요.
저렇게 생각없는 기사를 양산하면 스스로 자충수를 두어서 대체 얻는 게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결과가 언론에 대한 불신을 더욱 자초하는 것이라면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을텐데요.
최고속도와 표정속도의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고 일단 글만 던지면 된다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보니 앞으로 갈 길이 참 먼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씁쓸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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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대왕고래
2014-10-28 21:16:00
용어도 모르고 기사를 쓴다는 거군요.
그러니까, 최대전송률과 평균전송율을 햇깔린 것과 같은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문제구나 하고 떠올렸어요.
"어어 난 기자니까, 나 저거 전공 안했어. 그냥 쓰면 되는거잖아?"하고 생각한걸까요? 그건 그것대로 문제있어보이는데...
대왕고래
2014-10-28 21:27:10
기자는 알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직업의 사람이 모르는 걸, 제대로 알아두지도 않고 쓴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사 하나가 여론을 만들고, 그 여론이 큰 사건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조금 책임감을 가지고 썼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네요.
마드리갈
2014-10-28 21:22:48
맞아요. 최대전송률과 평균전송률을 혼동한 것과 똑같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어요.
어떤 사안을 알고 모르고 자체가 죄가 되는 건 아니지만, 특정사안을 보도할 때 그 사안에 관련된 개념도 모르고 쓴다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무책임한 폭거이자 무식함을 폭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그리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교육과정을 이수했으면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는 것도 전혀 안 하고 있으니 정말 답이 없어요.
TheRomangOrc
2014-11-17 01:28:31
정말 자격이 없는거죠.
이런 문제가 너무 많아서 참 걱정도 많고 짜증도 많이 나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란 말이 있지요?
요즘은 점점 강 속이 미꾸라지로 가득 차가는 느낌이에요.
덕분에 강물이 아주 진흙탕으로 보이는 수준이죠.
덕분에 다른 선량한 동업자들도 피해와 스트레스가 굉장히 클 거에요.
정말 골치아픈 문제라고 생각해요.
마드리갈
2014-11-19 20:39:25
함량미달은 가공식품에만 있는 게 아니라 유비쿼터스, 즉 어디에나 존재하는 듯해요.
모르는 분야나 이전에 다루어 본 적이 없는 분야라면 공부를 하지, 전혀 노력도 안하고 그냥 저렇게 헛소리만 늘어놓아서 대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특히나 파급력이 큰 언론의 특성상 한번 잘못된 보도가 나오면 수습하기가 극히 곤란하니까 처음부터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하는데, 기본적인 직업윤리도 버린 것 같아요.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