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써야 글을 잘 쓸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러려면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가 질문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구사가능한 몇 가지 간단한 팁이 있기에 포럼의 회원 여러분들과 공유해 두고자 합니다. 유용하게 활용하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첫째,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만한 주제와 소재를 택하십시오.
자신이 제대로 다룰 수 없는 것을 쓰면, 글이 당신을 쓰게 됩니다. 이런 러시아식 유머가 결코 유머가 아니게 느껴질만큼 자신이 그 글로 인해 곤혹스러워질 수 있으니 이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둘째, 쓰기 전에 주제와 결론을 어느 정도 특정해 놓으십시오.
이것이 정해진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은 쓰면서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학부생들이 제출하는 과제물 중 특정 공식을 적용해야 하는 것이 동일한 과정 및 결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은 에세이조차 그런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주제와 결론이 특정되어 있지 않는 채로 마구잡이로 쓰다가 그럴싸한 것을 고르다 보니 듣기 좋은 말로 그냥 휘갑치고 마는 경우도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셋째, 누구에게 읽힐 것일지를 반드시 전제하십시오.
상대를 전제하지 못한 채 쓰여진 글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역효과까지 낸다면 없는 것보다 더 못합니다. 모처럼 노력해서 쓴 글이 그런 취급을 받고 자신의 이미지까지 손상된다면 그건 슬픈 일이 아니겠습니까. 독자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이것은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넷째,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십시오.
정당한 근거가 설득력을 높여준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각종 학술논문에 왜 그 많은 참고문헌 표기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사는 현재는 모두 과거로부터 쌓여 온 유산이 바탕이 된 것이고, 바꾸어 말하자면 그것들에 근거하여 현대문명이 있는 것입니다.
다섯째, 악마의 변호인의 관점에서 검토하십시오.
어떠한 글을 쓰더라도 반대자는 있을 수 있습니다. 글 자체 및 인용한 근거에 허점이 있을 수 있으니, 자신의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만일 반론이 제기된다면 어디에서 가능할까를 검토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단 맹목적이고 감정적인 반대에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런 반대를 일삼는 자 자체의 문제는 그냥 신경쓰지 않는 것이 답입니다.
이 정도만 명심하면 읽힐만한 글을 쓰기에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주장이 빛을 볼 수 있도록, 이러한 팁을 적극 활용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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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대왕고래
2015-03-29 17:13:20
주장문이라거나 그런 걸 쓸 일이 잘 없었어요. 뭐 접하기는 많이 접했지만...
그래서 나중에 주장문같은 걸 쓸 일이 생기면, 이게 꽤나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맨 앞의 세 내용은 어떤 글에서도 유용하겠어요. 자기가 다룰 수 있는 주제, 미리 주제와 결론을 정해두기, 읽을 사람 전제하기.
근거 제시와 검토는 당연하지만 상기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죠.
유용한 글 감사드립니다.
SiteOwner
2015-03-30 23:19:06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면서 매번 느끼는 건데, 글쓰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하고 준비도 많이 해야 합니다. 그게 안 되어 있으면, 그저 듣기 좋은 말로 채워넣었지만 영양가없는 글이 양산되기 좋습니다. 대표적인 게 남북분단문제에 대해서는 대화와 타협으로 화해해야 한다, 종교를 이유로 한 병역거부에 대해서는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여 대체복무제를 합법화한다 내지는 국민으로서의 의무가 더욱 중요하다 등의 판에 박힌 결론인데, 사실 이런 식으로 쓸 것 같으면 안 쓰는 것만 못합니다.
앞으로 쓰시는 글에 많이 도움이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샤르베인
2015-03-30 10:16:04
확실히 아무 목적없이 글을 쓰게 되면 중구난방이 되는 경험을 자주 한 적이 있다보니 글이 날 쓰게 된다라는 유머가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SiteOwner
2015-03-30 23:25:34
러시아식 유머를 보면 정말 목덜미가 서늘해지게 만드는 것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하면 됩니다. 유언비어를 만들고 퍼뜨려서 수사를 받거나 소송에 휘말리는 것같은 사안이나 악인을 인신공격했는데 그 악인이 합법적으로 대응을 하는 바람에 그 악인에게 굴복해야 하는 상황, 이것이 바로 글이 필자를 쓰는 경우입니다. 정말 이 정도까지 가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그래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글을 써야 합니다.
좋은 조언으로 받아들여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하루유키
2015-03-30 23:07:57
안그래도 오늘 소설을 쓰는데 참고 자료로 본다는 목적으로 위키백과 항목 하나 번역해 올리는 중인데(그래서 검색 비허용으로 업로드) 애초에 소설 자료로 쓴다고 했으면서 뭣하러 역자 주석은 붙이고 있고 본문 내에 단 한마디 언급되는(혹은 아예 본문에서 그 한마디 언급되는 항목에서도 한마디 언급되는) 항목을 세세하게 자료 찾아다 주석 붙이고 있자니 이게 뭐하는 건가 싶더라구요. 열심히 쓴다고 누가 돈주는 것도 아니고말이죠;;
일단 다른 항목들도 어딘가 쓸데가 있을까 싶어서 번역중이긴 한데, SiteOwner님의 조안에 따라 글의 방향을 제대로 확립해서 써야겠습니다.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SiteOwner
2015-03-30 23:31:44
정확한 사실 고증이 작품의 성립근거로 필수적인 전제가 된다면 하루유키님처럼 그렇게 조사를 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도 지적활동은 하는 보람, 알아가는 기쁨이 있으니까 좋은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번역프로젝트가 잘 추진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제 조언이 도움이 되어 영광입니다. 고맙습니다.
TheRomangOrc
2015-03-31 23:36:54
글을 잘 쓰는건 역시 운동과 마찬가지로 훈련과 경험이 있어야 하죠.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것에 대해 소홀하곤 하고 심지어는 그에 대해 자만도 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기본조차 안지키는 경우가 무척 많아요.
저도 그런 경우를 아주 많이 보았죠.
그런 사람들이 이러한 수칙들을 반만 숙지하고 있어도 훨씬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지침 감사드려요.
SiteOwner
2015-04-01 22:18:10
맞습니다. 글쓰기는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쓰고, 고치고 하는 과정에서 다듬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만하거나 기본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글쓰기를 취미활동으로 삼든 직업활동으로서 수행하든, 부실하게 설계되고 시공된 구조물이 절대 오래 가지 못하거나 원하는 목적대로 쓰일 수 없듯, 전제를 무시하고 쓰여진 글이 좋을 리가 없는 것이니까 처음부터 위의 사항을 명심해야 합니다.
좋은 지침으로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