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앞선 주의사항
- 본 게시물은 가짜 백수오 사태에 대한 언론보도자료를 인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본 게시물은 예의 사태에 대한 대응이 잘못되었다는 판단하에 문제점과 함의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 본 게시물의 본문 분량은 2,745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정불량식품 문제는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 올해에는 백수오니 이엽우피소니 하는 것이 말썽이 되어서 연일 말썽이 되는가 봅니다.
지금까지의 보도내용에 의하면 시중의 백수오 제품의 대부분은 진짜 백수오도 아닌, 비슷하게 생겼고 더욱 싸긴 하지만 약효가 검증되지 않은데다 독성 문제까지 보고되어 있는 이엽우피소로 만들어져 있는 명백한 하자있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매장판매보다는 TV 홈쇼핑 광고나 인터넷 등의 통판에서 주로 팔렸는데 환불 등의 후속조치에 판매업체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매일매일의 식사를 부실하게 하면서 어쩌다 특별한 것 몇 가지를 먹는다고 건강이 좋아질 리도 없으니, 저는 백수오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관심조차 두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알고 나서도, 갱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라니까 관심을 가질 이유가 더더욱 없었습니다.
그런데 가짜논란이 사실로 판명되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분노한 소비자들은 환불요구 및 집단소송의 움직임까지 벌이고 있고, 통판업체들은 소극적이고 졸렬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관련 뉴스를 하나 보겠습니다.
[조선일보 2015년 5월 9일 보도] 백수오 반쪽 보상안...소비자들 뿔났다
상당수 업체가 현재 소비자의 보관물량만 보상하겠다는데, 이 표현을 바꾸어 말한다면 이렇게 됩니다.
"이미 당신이 돈 내고 먹은 부분은 당신의 책임이니 회사에 따지지 말라."
이런 결정으로 통판업체는 보상비용을 꽤 아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이미 소비한 분량에 대해서는 보상을 안 해 줘도 되니 이 분쟁에서는 통판업체가 이긴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판업계가 자충수를 두어 버렸습니다.
이 뉴스도 같이 보겠습니다.
[조선일보 2015년 5월 16일 보도] '백수오 파문'...출범 20년 된 홈쇼핑, 호된 성인식
문제의 제품에 대한 방침의 여파가 제대로 무섭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이미 올해 4월 하순부터 매출액이 급감하고 있고, 웃어른에의 효도상품으로서 건강기능식품의 매출액이 높아지는 5월에조차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반전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가짜 백수오가 만든 파장은 통판업계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이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까요?
이 사건이 통판업계에 던지는 문제는 크게 2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속이고도 책임지지 않는 판매자의 등장.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국사회의 신뢰수준을 낮추는 본격적인 트렌드의 시작.
현재 백수오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이 사건으로 일확천금을 잡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브랜드파워를 신뢰하고 구입했던 제품이, 실제로는 가짜원료로 만든데다 위해성도 우려된다는데 어찌 이 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그 부정불량식품에 의해 손상되었을 자신의 몸의 상태를 이유로 최소한 소비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라도 보상받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일텐데 통판업체가 백수오 제품으로 돈을 많이 벌어놓고 처음부터 중대하자가 있는 제품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지려 하지 않으면 그 다음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모 남자연예인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함량미달식품의 경우는 그래도 먹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을 팔아놓고는 그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려 하지도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갑의 횡포가 더욱 진화한 것입니다.
제가 속이 꼬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난색을 표하는 통판업계를 보니, "한국은 1945년 8월 15일에 일본에서 독립했으니 한국인은 일본인으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일본인으로서의 전쟁책임은 져야 한다." 라고 일관된 입장을 견지한 일본 정부의 방침을 그대로 복사해 놓은 것 같고, 아무래도 앞으로 그런 일본 정부를 비난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한국 통판업계는 자국민 소비자에게 못 먹을 것을 팔고도 책임을 지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이 사건은 한국사회의 신뢰수준의 바닥을 새로 뚫는 폭약이 될 것 같습니다.
보통 한국사회에서는 배달음식으로 장난치지는 않습니다. 허위주문 같은 건 천하의 몹쓸 짓으로 여겨지고, 배달사고 같은 것도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것입니다. 이 정도의 신뢰수준이 확보된 것을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해외의 경우는 상식이 아닌 경우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장 중국만 해도 휴대전화의 요금납부가 후불제가 아닌 선불카드식이지 않습니까.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판매업체가 물품대금을 받고 물품을 발송하지 않는 이런 사기가 개인간 거래에서 횡행하는데, 이러한 수를 통판업체가 쓰지 말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특히 영업비밀을 내세우면서 각종 결제자료 등을 조작하고, 항의하는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아서 침묵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소비자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통판업체의 전산망을 해킹하는 식으로 갈 수도 있고, 아예 통판업체를 외면하여 분쟁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외면은 이미 두번째 기사에서처럼 매출감소로 그 경향이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우수한 통판업체라도 결국 소비자가 없으면 존립이 안되는 것이고, 소비자의 이탈로 인해 그 콧대높은 백화점업계까지 각종 떨이판매에 나설 정도로 유통업 시장이 무섭게 재편되는데, 거기에 한국사회의 신뢰수준이 저하한다면 유통질서는 정당한 상거래 대신 속고 속이는 공방전으로 어지럽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통판이 출범한 지 20년이 되는 올해, 무책임 판매자의 등장과 한국사회 신뢰수준의 저하라는 두 가지 문제가 던져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따라 유통질서가 크게 바뀔 것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 변화가 부정적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P.S.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하루유키
2015-05-21 10:47:51
일단 가짜를 납품한 업체는 말할 것도 없으니 생략하고 통판업계들도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는 하지만 우선적으로 사실상 소비자들은 중계자인 통판업계, 소위 말하는 홈 쇼핑 업체의 이름값을 믿고 물건을 구매하는 만큼 납품받는 물건이 제대로 검증된 물건인지 검사도 안해보고 일단 팔기 시작한 점에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SiteOwner
2015-05-21 18:44:19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보가 없으니까 반드시 그렇게만 되지도 않습니다. 정보가 없으면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고,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면 거래 자체가 발생하지 못하기에 우선 생산자가 무엇을 얼마나 만들어서 팔 것인가, 그리고 소비자가 무엇을 얼마나 살 것인가가 파악되어야 합니다. 바로 그 둘을 이어주는 인터페이스가 유통업계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유통업체는 생산자에 대해서도, 소비자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 전제로서 요구됩니다. 이게 안되면 유통업계가 있을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말씀하신대로, 이름값 내세우는 회사들이 상품이 어떤지 정확히 검증도 안 해보고 일단 팔기만 했으니 해당 문제에서 자유로울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본문에서 말한 것처럼 무책임 판매자의 등장, 한국사회 신뢰수준의 저하라는 문제를 야기할뿐만 아니라, 유통업계의 존재가치를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밖에 되지 못합니다.
안샤르베인
2015-05-22 14:26:05
경우가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예전에 배웠던 타이레놀 사태가 생각나네요. 최대한 정중하고 빠르게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기업의 생존에 훨씬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사례를 여러 가지 배웠는데, 전혀 그런 걸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SiteOwner
2015-05-22 22:04:45
타이레놀 독극물 혼입사건과 그에 대한 존슨&존슨의 대처는, 말씀하신 것처럼 경영학에서 좋은 위기대처사례의 대표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식료품, 의약품 등 사람이 섭취하는 것은 성격상 문제가 발생하고 나면 신뢰회복이 상당히 힘들기에 특히 저 사례를 깊이 본받아야 하는 건데, 국내 통판업계는 그것을 전혀 배우려 하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안그래도 이전에 동생이 기업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5가지를 지적해 둔 적이 있습니다. 같이 읽어보니까 더더욱 이 사건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