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시사현안들을 보면 아무리 좋은 취지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우려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현실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김영란법으로 통칭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에 관한 법, 야스쿠니신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끔찍한 재해에서 배울 생각 없이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 현실의 3가지가 있습니다. 이 현안에 대한 걱정이 사실로 다가온 것을 보니 담담하면서도 동시에 좀 걱정됩니다.
우선 김영란법부터 보겠습니다.
저는 올해 3월 초순에 21세기에 드리워진 금주법의 그림자, 김영란법 제하의 글로 해당 법의 도덕주의적 발상과 이상하게 상정된 공직자의 범위로 인해 이 법은 시작하기도 전에 누더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20세기 전반 미국의 대표적인 실패한 정책인 금주법의 재림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이런 기사가 있군요.
이제는 대한변호사협회는 물론이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조차도 해당 법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이나 해당 법의 위헌성 여부가 특정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도 아니고, 일단 만들어 놓은 상태이지만 아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법을 갖고 이러는 게 어이가 없습니다. 이런 생각도 안 하고 법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법 자체가 상당히 허술한데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에는 김영란법 말고도 다른 여러 법도 많이 필요한 실정이다 보니, 공정하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최대한으로 투입되어야 할 에너지가 낭비되는 게 그대로 보입니다.
그 다음은 야스쿠니신사 문제.
최근에 일어난 폭발사건의 용의자가 한국인이라고 합니다.
야스쿠니신사는 아예 영어권에서는 Controversial Yasukuni Shinto Shrine이라고 칭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장소입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추모시설인 치도리가후치 전몰자묘역과는 달리 야스쿠니신사는 독립적인 종교법인으로, 일본 정부와는 별개의 상태입니다. 하지만 도쿄군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일본의 정치인 및 군인의 위패가 안치되어 있다 보니 일본 정치인들이 참배할 때마다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특히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일부로서 전쟁을 강요당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좋게 볼래야 좋게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의 일처럼 폭발사건 등을 일으켜도 되는가 하면 그건 또 그렇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악인에게 사과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가 될 수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예전에 읽힐만한 글을 쓰는 몇 가지 간단한 팁 제하의 글에서, 회원 코멘트에 대한 답변으로서 "유언비어를 만들고 퍼뜨려서 수사를 받거나 소송에 휘말리는 것같은 사안이나 악인을 인신공격했는데 그 악인이 합법적으로 대응을 하는 바람에 그 악인에게 굴복해야 하는 상황" 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게 현실로 드러난 것같아서 여러모로 우려되고, 이게 한일외교에 상당히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안전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욕설을 하고 싶은 기분이지만 포럼의 이용규칙을 준수해야 하니 지금 억제중입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안전을 외치면서 총선만 생각하고 있다는 조선닷컴의 보도를 보면서, 작년에 전국을 침통하게 만든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배운 것은 아무것도 없고, 앞으로 또 어디선가 대형사고가 터질 것이고 그때의 대책은 또 관피아 운운 하면서 퇴직공무원의 재취업을 막고 공무원 공채를 줄이는 식이 되겠지요. 그리고 국민들은 다음 참사에서 희생되지 않을까 불안에 떨어야겠지요.
1990년대에 일어났던 육해공을 망라한 각종 대참사가 일어날 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이야기했는데, 2010년대에도 여전히 똑같이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도 여기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는지 안전예산을 삭감했으니 뭐라 할 말이 없어집니다.
이렇게 우려하던 것들이 속속들이 현실로 부각되니 하루하루가 두렵습니다.
얼마 후에 시작할 2016년도 이렇게 되려는 걸지 걱정되는 동시에 이 현실을 바꿀 힘이 없는 것에 다시금 씁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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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2015-12-11 20:11:38
야스쿠니 신사에서 벌어진 예의 사건을 보면 문제가 많다한들 원한이 있다한들 항의는 신사적으로....이게 갖춰야 할 자세라고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조상님들이 당한 수모를 생각해서라도 신사적으로 할수 있냐 라고 감정적으로 나서겠지만...어쩌겠습니까...국제관계에서 이성적인 자세가 앞서지 않는 이상 손해는 우리에게 되돌아 오리라는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서 명심해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중입니다.
설령 일본의 과거사 문제로 사과는 받아야 할 지언정 역사관이 희박한 일본의 국민들에게 있어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자명한 사례가 아닐까 해요. 오히려 이 문제가 넷 우익들에게 좋은 꼬투리 거리가 되었다는것만큼은 확실해 보이네요...
SiteOwner
2015-12-12 06:52:25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인의 이미지가 폭력에 의존하는 성향으로 고착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일본 내의 지한파의 입지도 상당히 약해지고, 일본 내에서는 "이왕 한국에게는 나쁜놈으로 찍혔으니 앞으로의 관계개선도 필요없다" 라는 식의 냉소적인 관점이 퍼질 위험도 높아집니다.
외교라는 것은 외국을 설득하여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정치행위인데,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외국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자국에 손해를 안겨주는 악수가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