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근 1~2년 정도 사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라이트노벨을 보면서 시대적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선호되는 캐릭터의 유형이나 장르 자체의 차이도 있지만 그보다도 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어서요. 바로 판타지물, 특히 이계진입 판타지물에서 RPG의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아래는 몇 가지 예시입니다.
- 작중 캐릭터의 강함이 레벨과 스테이터스를 통해 표현된다. (예시: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방패 용사 성공담”,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등)
- 주인공이 성장했을 경우 초월적 존재가 이 사실을 게임 속 알림음이나 NPC 마냥 알려준다. (예시: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Re : Monster”, “거미입니다만, 뭔가?” 등)
- 주인공은 레벨업이나 스킬습득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이렇게 배운 기술은 “스킬” 취급한다. (예시: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Re : Monster”, “거미입니다만, 뭔가?”,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등)
- 작중 직업(게임 상의 클래스)이나 “종족 레벨” 같은 것이 나오고 레벨 업을 통해 상위 직업이나 종족으로 전직할 수 있다. (예시: “전생했더니 슬라임이었던 건에 대하여”, “Re : Monster”, “거미입니다만, 뭔가?”,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
물론 이런 식의 묘사는 이전에도 제법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오버로드”나 “재와 환상의 그림갈” 같이 직접 게임이나 그와 관련된 설정이 붙어있는 경우였죠. 그렇기에 게임과 전혀 관련이 없는 판타지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묘사가 나온다는 것은 저로서는 좀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해당 매체의 주요 소비자층이 판타지 세계를 접하는 주요 루트가 “게임”이기에 생긴 변화겠지요?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4 댓글
파스큘라
2016-04-02 03:32:49
아무래도 일본의 JRPG는 대표적으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라는 양대산맥이 버티고 있는데다, 그외 테일즈 오브 시리즈나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 같은 다양한 작품들이 있기 때문에 게임으로 판타지 세계를 접하는데 친숙한 점도 있고(고전 작품인 에모토 히로유키의 만화 '마법진 구루구루'도 당초에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패러디 만화로 시작해서 RPG에 주로 쓰이는 레벨이나 속성, 보스같은 개념이 나오죠), 옛날 우리나라에도 게임판타지 소설, 이른바 약칭 겜판소가 유행이었듯이 유행이 돌고 돌아 게임 판타지 소설이 주도권을 잡은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Papillon
2016-04-02 03:48:06
확실히 국내의 겜판소와 일본의 최근 게임 요소를 사용한 이계진입물의 경우 그 기원이 비슷한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양쪽 다 그 이전에(혹은 비슷한 시기에) 유행하던 이계진입 판타지물을 쓰기 위해 처리해야 할 문제를 쉽게 해결해버린다는 장점이 있죠. 다만 양측이 해결하려고 한 단점은 여러모로 차이를 보입니다. 국내의 겜판소의 경우 "이계진입" 자체를 해결해버린 요소가 더 크죠. 그렇기에 "자신이 즐기게 될 세계가 게임이라는 것을 알고 본인의 의지로 새로운 세계에 진입(접속)"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최근 일본의 게임 요소를 사용한 이계진입 판타지물의 경우 "이계에 진입한 이후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것들이 많죠. 당장 언급한 레벨업이나 스킬 습득 같은 것은 기존 이계진입 판타지물의 이능습득 이벤트를 쉽게 해결해버릴 수 있으니까요. 물론 양쪽 다 예외인 작품들이 있긴 합니다만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역시 저런 묘사가 등장한 이유라고 볼 수 있겠군요. 개인적으로 저게 효과적인 해결법이냐고 묻는다면 좀 회의적이긴 하지만요.
마드리갈
2016-04-03 14:00:04
게임플레이 영상을 애니화한 감각으로 만든 것이라고 표현하면 간단히 요약될까요?
최근의 창작물이 미디어믹스화가 활발히 추구되고 있기는 하지만, 게임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같은 방식이 반드시 좋은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아요. 예시로 든 애니 중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의 두 편은 처음에 좀 봤다가 도중하차했어요. 표시되는 정보가 군더더기같아서 그 자체에 집중해서 보기에는 별로 안 좋았거든요.
SiteOwner
2016-04-05 21:03:10
말씀하신 현상은 최근 들어서 갑자기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 현상도 일종의 유행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만, 약간 우려가 안 될 수 없군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갑의 약은 을의 독(One man's meat is another man's poison)이라는 경구로 요약 가능합니다.
게임에서는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게임의 진행에 문제가 생기거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상이 생겨 버리고 말아 버리기에 정보 표시가 필수적입니다. 물론 모든 정보를 게임화면 모두에 다 표시해 내지는 못하니까, FPS같은 경우는 체력, 무기, 남은 탄약량, 미니맵 정도만의 최소한의 필수정보가 플레이 도중에 확인가능하고 나머지는 별도의 메뉴에서 확인가능한 형태로 설계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컨텐츠의 재생과 관람자가 엄연히 분리되어 있는 형태인 애니에서는 과연 그 시스템이 적합한지가 문제가 됩니다. 어떤 사람은 게임 감각으로 애니를 보고 싶어 할 수 있겠지만, 시청자가 상황을 보고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론하는 즐거움이 처음부터 박탈되어 버리고 마는 문제로 불만을 품는 시청자도 없다고는 단언못합니다. 또한, 게임과 애니를 모두 즐기는 사람들 중에서도 굳이 게임의 방식을 애니에 도입해야 할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방식이 확산되기에는 아무래도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