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낀 것이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에서 피로감이 느껴지는 몇 가지가 있어요.
오늘 특히 많이 생각나는 것은 개인을 못살게 구는 사회풍조라고 해야 할까요.
흔히 하는 말로 혼자 밥먹지 마라 운운하는 거라든지 고등학교 때 친구가 진짜 친구다 하는 것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말을 싫어하고 있어요. 대체 그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개인행동이나 교우관계의 형성시기 같은 것들은 최소한도로 제한되어야 마땅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 기분조차 좋아지지 않거든요.
대학생활 때는 같은 과목을 듣는 사람끼리 시간이 맞아서 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가 간혹 있긴 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것이 왜 죄악시되거나 이상하게 여겨져야 할까요? 게다가, 친구에 진정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가 있다는 전제 자체가 불쾌하기 짝이 없어요. 그리고 설령 그 전제에 동의한다 한들, 왜 고등학교로 한정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게다가 요즘 각지에서 잊을만하면 터져나오는 대학내의 군대놀이 등 학원폭력사태를 보니 무서운 생각까지 들고 있어요.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발전했고 자유로운 시대에 역으로 그 자유를 방패삼아 자유의 적들이 발호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운이 좋았던 것인지 저는 대학생활 때 그런 것들을 경험하지 않았고 당시 생활이 제 한 몸 추스리기도 바빴던 터라 세상 돌아가는 일에 좀 무관심하기도 해서 잘은 몰랐는데 여유가 생긴 지금은 저런 소식들을 접하니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를 않고 있어요.
왜 이렇게 개인을 못살게 굴고 누군가와 엮어 넣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중학교 및 고등학교에서 온갖 불합리한 규정 및 학교 차원의 자의적인 통제에 시달렸으면서 대학에 입학해서까지 그런 굴레를 유지하려는 것일까요? 어쩌면 전체주의를 희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 중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틀렸으면 하는 가정까지 하게 되네요.
제대로 보람있게 살아도 모자라는 인생이 이렇게 개인을 못살게 구는 사회풍조에 낭비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어요.
이 희망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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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댓글
안샤르베인
2016-05-14 16:55:17
극동 문화권의 공동체주의적인 특성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군요. 전 오히려 고등학교 친구는 요즘 연락이 안되고 중학교때 처음 안 친구랑 오래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말이죠.
Lester
2016-05-14 20:17:27
뜬금없지만 '극동'이란 표현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네요. 유럽을 근동, 서남아시아 지역을 중동(Middle East, 지금도 자주 쓰이죠), 동아시아를 극동(Far East)이라 부르는 식으로 서구 위주의 표현이라고 들었습니다.
마드리갈
2018-08-10 10:31:10
글쎄요. 관점의 차이에서 나온 용어를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시면 안되죠.
극동이라는 용어가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을 일본 군국주의 관점에서 부르는 용어)이나 조국해방전쟁(6.25 전쟁을 북한에서 부르는 용어) 같은 성격의 것도 아닌데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건 동의할 수 없어요. 그리고 지적하는 방법에도 예의와 근거가 필요한 법이예요. 이런 화법은 조심하세요. 회원간에 지켜야 할 것이 있고, 포럼에 등록되는 게시물은 운영진이 하나하나 다 보고 있으니까요.
마드리갈
2016-05-14 22:55:29
말씀하신대로, 동북아시아의 공동체주의가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지만 또 나름대로의 폐해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중국은 현재 공산주의 국가이고, 북한은 희대의 기괴하기 짝이 없는 폭압체제 괴물이고, 일본은 과거 전체주의가 득세하여 추축국의 일원이 되었던 역사가 있었던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데다, 서열, 연령 등에 집착하는 관행 또한 상당히 짙으니까요.
언제 교우관계를 형성하는가가 중요한 게 결코 아닐텐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쉽게 하는 걸까요.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는데다 그게 진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카멜
2016-05-17 03:36:55
집단이 편하기 때문이겠죠, 개인으로서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우니까 집단에 속해서 나쁜사람(?)을 자처하는 것 뿐.
뭐 대학까지 와서 그럴것까지 없다는걸 빨리 깨달아야 할텐데 말이지요.
참 말씀하신 혼자 밥먹기는 요새 '혼밥'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와있습니다, 허허 혼자 밥도 못 먹나..
마드리갈
2016-05-17 17:41:35
하긴, 집단은 개인과 또 다른 별개의 인격을 지니니까요. 도덕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집단이라고 하더라도 그 집단은 얼마든지 부도덕할 수 있고, 집단은 개인의 단순합계가 아니라 그 이상의 힘을 지니니까요. 좀 거칠게 말하자면, 교내 폭력조직에 가입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힘을 믿고 나대는 못난이같은 꼴이라고 할까요.
정말 그런 신조어 만들어서 뭐하자는 건지를 모르겠어요. 사람들마다 자기 사정이 있고 그런데 그걸 이해하기는커녕 어떻게든지 이상하게 보려고 악을 쓰려는 것같아요.
파스큘라
2016-05-26 01:51:01
저는 성격 문제도 있고, 혼자 지난 시간이 너무 많고 익숙해서 이제는 단체 생활이 오히려 껄그러웁네요.
나저나 일전에 오너님이 덧글로 언급하셨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사람을 강제적으로 어떤 틀이나 규격에 짜맞추려고 안달인게 딱 그짝입니다.
마드리갈
2016-05-26 16:08:29
결국 단체라는 것도 개인들의 집합인데, 개인을 제대로 존중해 주지 않는 단체가 과연 얼마나 존속할까요? 당장 역사에서 그런 게 증명되고 있어요. 전체주의 체제가 허망하게 몰락한 것만 봐도 이미 답은 나와 있어요.그리고 말씀하신 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만든 자인 프로크루스테스도 결국은 자신이 만든 침대에서 자신이 타인을 죽인 것과 같은 방법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정말 무엇을 얻으려고 그렇게 개인을 못살게 굴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은 건 얼마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