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몇가지 시뮬레이션이라 불리는 게임들의 분류가 신경쓰입니다. 우선 시뮬레이션의 정의부터 알아볼까요?
시뮬레이션: 복잡한 문제나 사회 현상 따위를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실제와 비슷한 모형을 만들어 모의적으로 실험하여 그 특성을 파악하는 일. 실제로 모형을 만들어 하는 물리적 시뮬레이션과 수학적 모델을 컴퓨터상에서 다루는 논리적 시뮬레이션 따위가 있다.
라고 하네요. 저는 '미연시'와 '전략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 지적을 하고싶습니다. 우선 '미연시'. 미소녀(또는 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이라 불리는데요. 과연 이런 장르 게임들에 현실과 비슷한점이 하나라도 있을까요? 거의 없다시피 하죠.
그리고 RTS라 불리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과연 여기에도 실제 전략과 비슷한점이 별로 없죠. 대표적인 RTS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라던지요. 현실의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보급등의 요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시뮬레이션보다는 시뮬레이터가 적절한 단어 선택이 아닐까요?
애니는 잘 몰라요! 헤이트 시리즈, 네코파라, 코바야시네 메이드래곤등등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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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RY
2016-07-12 06:46:33
사실 텍스트형 게임을 싸잡아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라고 불러서 그렇지, 진짜배기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은 도키메키 메모리얼 시리즈나 러브플러스 같은 것들이지요. 심지어 러브플러스는 그 시뮬레이션의 정의에 가장 가까운 게임이기도 했고.
전략 시뮬레이션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잘못된 용어가 정착된 예라고 볼 수 있지요. RTS란 Real-Time Strategy의 약자로서 실제 서양권에선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분류하는 게임이 아닌데 이상하게 시뮬레이션으로 불리고 있지요.
다만 시뮬레이터가 적절하다는 데에는 조금 이견이 있는데, 실제 군대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모의 훈련을 "워게임(War Game)"이라고 부르고 있거든요. 이건 단순히 게임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엄연히 실존하는 단어입니다. 거기에 컴퓨터가 발달하기 이전부터 전략지도를 올려놓고 그 위에 아군 및 적군을 가정한 말들을 올려놓고 이 말들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토의를 하는 것 역시 매우 오래된 방식이죠.(여기서 유래한 것이 유명한 워해머 시리즈 및 월드 오브 다크니스 시리즈와 같은 미니어처 게임) 게임이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한 유희거리 등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워게임의 사례로 알 수 있듯 꼭 그렇지만도 않거든요.
또한 시뮬레이터라 함은 단순 프로그램 뿐만이 아니라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기구류까지 통칭하는 말이니까요. 비행 시뮬레이터라 함은 비행기 조종석을 재현해 놓은 것인데 실제 비행 훈련에 쓰이는 물건이랍니다. 이처럼 시뮬레이터라 하면 실시간으로, 옴 몸을 통해 체감할 수 있고 또한 특정 환경을 재현해 놓은, 이러한 기계들을 통칭하는 말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컴퓨터로 조작하는 것과 몸까지 써가며 조작하는 건 차원이 다르니까요.
혹시나 실제 워게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시거나 하다면 이 링크의 이미지들을 참조하시는 것도 좋답니다.
http://war-game-programming.com/gallery.html
마시멜로군
2016-07-12 16:18:33
물론 러브 플러스가 '연애 시뮬레이션'에 딱 들어맞는다는거는 저도 납득합니다.
첫키스는 액정필름맛개발 지망생중 한명으로서 다 싸잡아 미연시취급하는것도 저는 거부감이 들어요.
시뮬레이터가 적절하지 않을수도 있겠군요.
Papillon
2016-07-12 11:51:43
사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경우 HNRY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도키메키 메모리얼"이나 "러브플러스(특히 러브플러스)"과 유사한 게임들을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러브플러스와 달리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경우 약간 이견이 있기도 하죠. 이 중 도키메키 메모리얼을 예시로 들 경우, 주인공은 여성 캐릭터들과 호감을 쌓기 위해 스펙(패션센스, 성적, 운동능력, 사교성 등)을 키워서, 그녀들의 일정에 맞춰서 스케쥴을 짜고, 일정 이상 친밀도를 쌓은 뒤 데이트 신청을 해서 결국 원하는 히로인의 호감도를 최고로 올리는 형식이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만약 주인공이 특정 히로인과 가깝게 지내는 걸 보면(예를 들어 함께 하교하거나) 다른 히로인들의 호감도가 떨어지지만 동시에 다른 히로인들의 호감도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여자들 사이에 좋지 않은 소문이 돌아서 사귀고 있는 히로인과도 사이가 나빠지기도 하죠. 어떤 식으로 생각해보면 현실 이상으로 냉혹한 연애 관계를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텍스트형 게임이 미연시로 뭉뚱그려지는 이유는 미연시라는 것이 그리 시장에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 정착된 언어가 미연시이기 때문입니다. 장르의 표본 자체가 얼마 없다보니 유사한 걸 묶어 부르게 된 것이죠. 일종의 과거의 잔재입니다.
물론 단순히 과거의 잔재 뿐이라면 시대가 흐르고 인터넷을 통해 관련 장르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 후에는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었겠죠. 이 변화를 막은 건 이른 바 달빠라고 부르는 악질 타입문 팬덤의 준동입니다. 지금이야 조용하지만 당시 타입문 팬덤은 악질로 유명했거든요. 그런 타입문 팬덤은 Fate나 월희 시리즈를 미연시라고 부르는 호칭을 싫어했습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품은 싸구려 미소녀 게임과는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죠. 그래서 타입문 팬덤은 Fate나 월희는 미연시가 아닌 비쥬얼 노벨이며 비쥬얼 노벨에서 노벨은 소설이니까 Fate랑 월희는 문학이라고 주장을 하고 다녔습니다. 본래 타입문 팬덤들은 다른 작품들을 하등하게 취급했기 때문에 이런 "Fate는 문학" 류의 주장은 그리 좋은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Fate랑 월희가 장르상 비쥬얼 노벨이 맞는데도 불구하고 비쥬얼 노벨이라는 단어 자체가 "악질 타입문 팬덤이 타입문 작품을 높여 부르기 위해 만든 거짓 용어"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비쥬얼 노벨의 잘못된 정의는 더 넓어져서 "더러운 미연시 오타쿠들이 미연시라는 호칭을 부정하며 만든 헛소리" 취급을 받게 되었죠. 현대에 와서 타입문 팬덤의 행동을 모르는 사람들은 비쥬얼 노벨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위키 등을 통해 해당 부분의 정보가 퍼져나가기도 했고) 아직 타입문 팬덤에게 심한 거부감을 보이는 좀 나이가 있는 애니메이션&게임 팬덤은 여전히 비쥬얼 노벨이라는 용어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 저만 해도 단순히 장르 설명을 위해 비쥬얼 노벨이라고 했다가 경기를 일으키는 비슷한 연배의 사람을 보기도 했거든요.
Papillon
2016-07-12 16:56:40
1. Fate는 문학이라는 주장은 꽤 유명하니까요. 저는 해당 발언에 반쯤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Fate,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당 비쥬얼 노벨의 텍스트는 카테고리상 문학의 범주에 들어가죠. 하지만 이건 Fate가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시나리오라는 것 자체가 문학 내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문방구 불량식품도 음식이고 누더기도 옷인 것처럼요.
2. 지금이야 해당 주장이 그냥 헛소리 중 하나 취급이지만 당시에 타입문 팬덤은 거의 인터넷 공적 수준이었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무조건 비판 혹은 비난하는 것이 옳은 일로 여겨졌지요. 그래서 비쥬얼 노벨이라는 장르도 헛소리 취급 받게 되었습니다. 일부 고연령층이 사회주의 얘기만 하면 헛소리나 위험 분자로 취급하는 것처럼요.
3. 저 역시 해당 현상을 부정적으로 여깁니다. 저는 장르 별로 적합한 작법이 있다고 믿고 이를 탐구하고 나름대로 정리하는 것이 취미인데 그런 식의 장르 부정은 부정적 결과만 가져오니까요.
마시멜로군
2016-07-12 16:25:13
도키메키 메모리얼, 러브 플러스의 경우는 확실히 시뮬레이션이라 불릴만하네요.
Fate가 문학이라는 주장은 저도 알고 있어요. 제 의견은 그냥 에로게 1이다고요.
모든 비주얼노블을 미연시라고 싸잡아 부르는거에 대해 저는 개발 지망생중 하나로서 거부감을 가지고있습니다.
마드리갈
2016-07-13 01:14:26
시뮬레이터라는 용어가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의 Flight Simulator 시리즈 소프트웨어가 그러하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의 항공기 조종을 최대한 재현한 소프트웨어로, 실제 항공기의 내부는 물론 지형, 기상상황 등의 세부적인 데이터 또한 충실히 반영해 두고 있어요. 이런 경우라면 마시멜로군님이 말씀하시는 시뮬레이터의 정의에 가장 부합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시뮬레이터라는 용어는 HNRY님께서 이미 설명해 주셨듯이 마시멜로군님께서 언급하신 것보다는 광의의 개념이니까 의도하신 것을 정확하게 쓰려면 역시 Simulation Game/Software 등으로 표기해야겠어요.
마시멜로군
2016-07-13 16:29:39
사실 저는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등의 시뮬레이션 게임만 시뮬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된다고 생각해요.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SiteOwner
2016-07-19 21:16:00
흔히 말하는 연애시뮬레이션게임, 갸루게(ギャルゲ?) 등을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게, 사실 내용 자체는 이미 결정되어 있고 특정 선택지를 만족하면 내용이 분기되어 등장인물별 루트를 끝까지 가는 것이다 보니 확실히 마시멜로군님의 입장이 옳아 보입니다. 게다가 프랑스의 철학자 쟝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가 정의한 용어인 시뮬라크르(Simulacres), 즉 실존하는 것처럼 여겨지거나 그 이상의 비실재사물에 문제의 게임장르가 포함된다고 보기에는 비약이 많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확실히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같은 게임들이 협의의 시뮬레이션 게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시뮬레이터가 반드시 적절한지는 약간 회의적입니다.
코멘트에서 Papillon님께서 잠깐 언급하신 Fate는 문학이라는 발언에 약간 첨언해 보겠습니다.
아무래도 그 Fate의 팬덤에서는 문학이라는 용어를 잘못 정의한 것 같군요. 문학작품의 형태를 만족하면 문학이라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정의인데, 그 팬덤에서는 그런 정의가 통용되지 않으니 문제입니다. 그러니 대화가 안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군요.
Papillon
2016-07-20 00:12:54
으음, 해당 문제는 Fate 팬덤 만의 문제라기보다는 국내에서 문학이라는 것의 이미지가 굉장히 고고한 것으로 잡힌 문제라고 보고 있어요. 실제 당시 Fate 팬덤을 적대하던 사람들도 "Fate 따위가 무슨 문학이냐!"가 반박이었지 "문학이라는 것의 정의를 잘못 잡고 있다"라고 지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 라이트노벨이나 판타지 소설, 애니메이션 각본, 특촬물 각본 등의 소위 서브컬처 문화 관련 작품을 "문학"이라고 부르면 비슷한 반응이 나오는 걸 봐도 알 수 있죠. 이는 문학 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