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경로로 알게된 성우 분들과 관련된 일화 중에 아는 내용만 추려봤습니다.
이케다 슈이치 -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그 자체를 대표하는 최고의 인기 캐릭터 '샤아 아즈나블'의 전담 성우분 입니다. 본인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최고의 인기 캐릭터인데다, 본인도 애착을 가진 캐릭터인데, 그 일화 하나. 길을 가던 도중 길가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남자친구와 말다툼하다 끝내 울고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는 전화기를 빼앗아 남자친구에게 이리저리 쏘아붙이며 설교를 했다는데, 한참을 듣다가 황당해진 남자친구가 "근데, 당신 누구야!?" 하니까 이케다 씨의 응수 "샤아다!!"
와카모토 노리오 - 특유의 독특한 음색으로 팬들이 많고, 본래 와세다 대학 출신으로 경시청 기동대에서 근무하다 성우로 전업했다는 특이한 커리어를 갖고계시죠. 포럼에도 한번 조커 님이 소개해주셨던걸로 기억하고... 여튼, 드래곤 볼의 캐릭터 셀을 소화하기 위해 집에서 대본을 연습중이셨다고 하는데, 마침 밖에서 아이들이 드래곤 볼로 역할 놀이를 하고 있고, 일행 중 하나가 "셀 나와라! 내가 무찔러주마!"라고 하자 창가에서 "나에게 흡수되고 싶은 녀석이 대체 누구냐!!" 라고 고함을 지르며 일갈. 당연히 애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쳤다고(...).
타키가와 크리스텔 - 전직 후지TV 간판 아나운서이자 현재는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 중인 분이십니다. 본즈의 애니메이션 도쿄 매그니튜드 8.0에서 아나운서 역으로 출연하셨는데 캐릭터의 디자인부터 본인 생김새를 그대로 빼다박았고, 대사는 1화의 "도쿄에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따위의 짤막한 뉴스 멘트 한두줄에 불과합니다. 보통 이런 대사 한두마디 치고 퇴장하는 엑스트라 캐릭터는 주 배역중 누군가가 겸업하거나, 신입 성우의 데뷔역 등으로 떼우는 경우가 일반적인데(오히려 게임판 성우진을 그대로 들고나와 몇초도 안되는 대사를 읆게하는 모두 모여라! 팔콤 학교 라던가 주역 캐릭터 성우는 대부분 신인으로 배정해놓고, 예고편에 온갖 유명 성우분들을 총 출동 시켜서 괴상한 대사를 읆게하는 일상이 특이 케이스죠) 그리고 배정된 성우는 다름아닌 타키가와 크리스텔 본인. 캐스팅 이유는 이미 일본인에게 익숙한 사람이고, 또원래부터 본업이 아나운서 였기 때문에 본인을 직접 등장시켜 재해 상황을 전달하는 걸로 극의 리얼리티를 극대화시키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히야마 노부유키 - 용자왕 가오가이가의 시시오 가이, 용자특급 마이트가인의 센푸지 마이토,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비랄로 대표되는 이른바 열혈계 캐릭터로 절륜한 연기를 선보여 이쪽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물론 본인은 이미지가 그쪽으로 고정되는게 싫다는 눈치이지만... 그런 반동인지 기동전사 건담 시드에서는 무르타 아즈라엘 이라는 소위 말하는 지위와 권력으로 갑질하는 철없는 어린애 캐릭터를 담당했는데, 워낙에 열혈계 캐릭터로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건담 시드 작중에서 정의를 부정하는 대사를 치자 같이 녹음하던 성우들이 이구동성으로 딴지 걸기를... "그게 당신이 할 소리야!!?"
오오츠카 아키오 - 애니메이션 페이트 제로에서 통칭 4차 라이더(이스칸다르/알렉산드로스 대왕)를 담당하셨는데, 다른 배역의 성우들은 모두 철저한 오디션을 거쳐 섭외했지만 오오츠카 만은 나스 키노코와 우로부치 겐이 이구동성으로 역시 이스칸다르는 이 사람이지! 라면서 의기투합, 오디션 없이 즉석에서 바로 캐스팅 됐습니다. 본인은 처음 원작을 읽일땐 맡은 배역이 누군지는 몰랐지만 원작 1권을 완독할 즈음 라이더라는걸 짐작하셨다고. 한편, 같은 페이트 제로에서 라이더의 마스터인 웨이버 벨벳을 담당하여 함께 호흡을 맞춘 나미카와 다이스케와는 재밌게도 원작의 라이더와 웨이버의 사이와 똑닮았는데, 나미카와에게 원작을 다 읽었냐고 묻고는 아직이라고 답하자 "아직이라고!!? 얼른 읽으라고! 마지막에 웨이버의 모습에 눈물이 나왔어!"라고 갈구는(?) 모습이 그야말로 라이더와 웨이버의 모습 그 자체라면서 저 둘은 꼭 동시 녹음해야한다고 스태프들이 감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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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이올로고스
2016-07-15 09:44:33
근데 솔직히 로리콘질까지 하고다닌 샤아가 할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퀘스와 진심이었단 생각도 안들고;;) 와카모토 노리오씨의 경우는 확실히 읏기군요. 애들입장에선 진짜로 놀랬을겁니다.
파스큘라
2016-07-15 12:14:51
사실 퀘스는 부성애를 바랐지만 전쟁터에서 죽어라 청춘을 불태운 샤아나 방임주의 아버지 때문에 부모의 애정을 잘 모르는 아무로 같은 사람들이 부성애를 충족시킨다는건 애당초 무리였죠.
거기에 실상 아무로나 샤아나 퀘스에 대한 인식은 진지한 연애 대상은 커녕 어리광부리는 철부지 아가씨에 그마저도 샤아는 챙겨주긴 하지만 연애 대상으론 생각도 안하고 이용만 하다 버렸죠.
마드리갈
2016-07-18 23:17:13
타키가와 크리스텔을 기용한 것은 정말 다시봐도 놀랍기 그지없어요.
역시 리얼리티 극대화에 아주 충실한 사례라고 봐도 좋겠어요.
성우가 캐릭터로서 출연하는 다른 예도 몇몇 있는데, 크게 두 사례가 있어요.
용사가 못된 나는 마지못해 취직을 결심했습니다에서 스피어 멤버들이 실명 그대로 애니 속에 출연하는 장면이 있어요. 거기에서 토요사키 아키, 코토부키 미나코, 토마츠 하루카, 타카가키 아야히가 등장하고 있어요.
그것이 성우에서는 카미야 히로시, 호리에 유이, 코야마 리키야 등이 실명 그대로 나오고 있어요. 게다가 원작자이자 성우인 아사노 마스미도 등장하고 있어요.
히야마 노부유키라는 성우를 확실히 알게 된 계기는,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되어 있다의 자이모쿠자 요시테루. 그 특유의 내지르는 목소리의 인상이 정말 또렷해요. 그래서 시로바코, 그것이 성우 등에서도 바로 포착에 성공했죠.
파스큘라
2016-07-19 12:00:53
우리나라로 치면 매번 보는 뉴스 앵커가 본인 역할로 출연해 본업을 연기하는거니 확실히 설득력의 급이 다르겠죠. 본즈도 그것때문에 굳이 본인을 대려온거겠구요.
가끔 성우 본인이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하던데 요즘은 아예 성우 본인들이 나서는 경우도 드물진 않더군요. 안녕 절망선생에선 후지타 사키를 대려다 놓고 하츠네 미쿠는 아는데 후지타 사키는 누군지 모르겠다고 찬밥으로 만들기도 하고...(이미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하츠네 미쿠의 목소리 담당이 후지타 사키죠.)
히야마 노부유키는 개인적으로 로봇 애니메이션 쪽에서 자주 접해서 그쪽으로 익숙합니다. 물론 다른 작품에 나와도 그 특유의 목소리 톤 덕분에 누군지 금방 파악할수 있구요. 가장 최근에 들은 역은 아마도 동쪽의 에덴.
SiteOwner
2016-07-19 19:46:49
이케다 슈이치 하면 저는 바람의 검심, 고르고13 같이 연식이 좀 된 애니, 그리고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다같은 최근의 애니에 출연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건담 시리즈는 관심을 둔 적은 없어서 말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와카모토 노리오의 경력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경시청에서 근무하다 우여곡절을 거쳐 성우로...
타키가와 크리스텔 아나운서를 기용하여 리얼리티를 극대화한 것은 정말 엄청난 정성이 아닐 수 없군요. 보통 애니에서 등장하는 방송음성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 터라 단역 성우를 기용하거나 주역 성우가 겸임하는 게 일반적일 것인데, 그렇게 세심한 면에서 시청자는 감동하는 것이죠.
히야마 노부유키의 인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자이모쿠자, 시끄러." 라고 말하는 히키가야 하치만(CV. 에구치 타쿠야)의 대사. 마말레이드 보이, 바람의 검심, 체포해 버리겠어,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고르고13 등은 물론, 오늘부터 신령님, 역시 내 청춘러브코미디는 잘못되어 있다, 시로바코 등에도 나옵니다.
오오츠카 아키오의 배역 중 가장 잘 기억나는 것은 중화일번(한국명 요리왕 비룡)의 쵸유(한국명 장용 사부), 죠죠의 기묘한 모험 2부의 와무우 및 역전재판의 카루마 고우. 이것 말고도 바람의 검심,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체포해 버리겠어, 피아노, 고르고13, 듀라라라, 잃어버린 미래를 찾아서 등에도 출연했습니다.
파스큘라
2016-07-20 02:58:25
저는 반대로 건담 시리즈 이외의 출연작에 대해서는 기껏해야 명탐정 코난 정도만 알고있네요.
와카모토 노리오의 경력을 보면 참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르는 일 같네요. 아사노 마스미처럼 동화작가랑 작사가도 겸업하는 사람도 있고.
캐스팅 찾아보고 나서 실제 아나운서라는 사실에 엄청 놀랐죠. 이 외에도 그저 그런 엑스트라 캐릭터에 호화 성우를 붙이거나, 본래 하던 사람이라 역할이 없음에도 그대로 밀고가는 경우도 은근히 있더군요.
저는 제 취향에 맞는게 대부분 로봇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그쪽으로 익숙해서 역으로 그 이외의 연기는 거의 들어본적이 없네요. 끽해야 동쪽의 에덴의 단역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