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본에서 전쟁물을 만들때 나오는 클리셰중 하나를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말이죠... 전쟁과 별 관련없는 민간인이 여차저차 해서 군입대해서 전투에 나선다.>당연히 태생이 민간인인지라 PTSD에도 걸리고 망가진다> 그러다가 주위의 일갈로 멀쩡해지고 '성장'한다.
저 과정보고 생각난것이, 애초에 PTSD 극복하는게 너무 쉽다는건 둘째치더라도 그걸 극복하고 나서도 고생해야되는게 정상인데(ex: Z건담에서의 아무로)저런 류 클리셰 차용한 작품중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는게 참 아쉽더군요... 뭐...요즘은 중간에 고생하는 과정이 별로라는 의견덕에 원래 군인이거나(군인이더라도 안망가진다는게 우습지만) 아예 그런거 없는식으로 가는 경우도 많지만요.
이에 비교적으로 서양의 전쟁물 얘기를 하자면, 대표적인 예로 드라마 밴드오브브라더스에선 등장인물중 한명 전쟁에 지쳐서 하루종일 멍하니 하늘만 쳐다만보는 장면이 등장하며,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선 전쟁에 물들어가 지쳐가는 어느한 저격수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전개됩니다.
이렇듯이 등장인물이 전쟁에 물들어가 지치고 변하고 망가지는 모습이 전쟁물이라면 보여야 할것같은데, 이러한 모습은 최근 일본 전쟁물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고,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평면적인 모습이 많는게 참 아쉽더군요. 다만, 이러한 모습은 papillon님이 지적하셨듯이 어지간한 전쟁이나 기타 '싸움'을 주제로 하는 액션물에는 거의다 나타나는 모습이긴 합니다. 그러나 유난히 일본에서만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작품은 드문것같더군요.(그나마 들 수 있는게 Z건담정도려나요?)
2. 이하는 설정에 관한 이야기인데, 여기 공작창에도 정리하고 있던 설정쪽 이야기를 정립하다보니, 이야기 몇가지를 통째로 바꿔야될 상황이 오더군요...뭐, 작중 배경으로 부터 몇백년전 이야기라 이야기를 통째로 들어엎는 경우는 안올거 같지만요...사실 작중 몇백년전 이야기에 너무 집중하는 제가 문제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너무 재밌어서(...)
도시가 무너져 가는데, 나는 여전히 살아있구나!-1453, 콘스탄티노플에서. 유언.
https://en.wikipedia.org/wiki/Constantine_XI_Palaiologos-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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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illon
2017-02-12 11:28:51
1. 음, 해당 클리셰는 사실 일본에서 만드는 전쟁물의 클리셰라기보다는 전쟁을 배경으로 한 액션물의 포괄적인 클리셰입니다. 히어로물이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전쟁물인 '퍼스트 어벤져'가 대표적인 예시지요. 브루클린의 약골이었던 스티브 로저스가 비록 슈퍼솔져 약물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큰 트라우마 없이 전쟁영웅이 되며 그나마 중간에 혼자 술마시며 전쟁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도 히로인인 페기 카터의 한 마디에 금방 회복해버리죠.
이와 같은 전개가 나오는 것은 대중의 오락을 위한 문화 매체 자체가 고대 시절부터 큰 틀은 바뀌지 않았기 떄문입니다. 배경과 설정이 바뀌었을 뿐 본질은 영웅서사시에 가깝죠. PTSD 역시 영웅 서사시에서 영웅이 극복해야 할 고난이자 영웅을 성장시켜주는 벽을 현대적으로 바꾼 것일 뿐입니다. 영웅이 끊임없이 고난해서 방황하는 것을 보려고 영웅서사시를 보는 사람은 없죠. 그렇기에 음유시인들도 영웅의 끊임없는 내면적 방황에 대해서 노래하지 않습니다. 후대에 일부 철학자나 극작가들이 그에 대한 고찰을 해볼 뿐이죠. 마찬가지로 배경을 현대 전쟁으로 한 액션물에서도 PTSD는 깊게 다뤄지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시청자, 독자들은 이를 원하지 않거든요. 그렇기에 창작자들도 이를 다루지 않고요. 다만 비평가나 이에 대해 진지하게 논하고자 하는 일부 리얼리즘 계통의 감독들이 이를 다룰 뿐입니다.
Papillon
2017-02-14 11:14:20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람보(1편)', '밴드 오브 브라더스', '아메리칸 스나이퍼' 등의 작품과 '퍼스트 어벤져'. 그리고 언급하신 일본산 작품들은 장르 자체가 다르니까요. 흔히 '전쟁물'이라는 이름으로 묶고는 하지만 이 계통들은 전쟁을 소재로 한다는 것만 다를 뿐, 장르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람보'나 '퍼스트 어벤져'나 둘다 제가 말한 영웅서사시를 베이스로 한 구조라는 것은 같습니다. 차이점은 영웅이 최후에 쓰러트려야 할 거악이 무엇이냐의 차이지요. '퍼스트 어벤져'에서 영웅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가 쓰러트려야 할 거악은 하이드라,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 수장은 레드스컬입니다. 이 상황에서 영웅이 극복하기 어려운 진짜 시련은 레드스컬과의 싸움이지 PTSD가 아닙니다. PTSD는 영웅이 중간에 겪게 되는 단순한 시련이죠. 반면에 '람보'에서 '존 람보'와 적대하는 거악은 전쟁 그 자체의 아픔과 당시 미국 사회의 참전 용사 대우입니다. 이 경우 PTSD와 사회적 차별은 캡틴 아메리카에서의 '레드 스컬'처럼 그런 상황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렇기에 더욱 깊게 다뤄집니다. 그렇기에 둘은 같은 구조를 다루지만 본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죠. 이 둘을 함께 비유한다는 것은 따지고보면 '살인의 추억'과 '13일의 금요일'을 비교하는 것과 같습니다. 연쇄살인마가 등장한다는 공통점이지만 무엇을 위한 이야기인가에 대해서 심한 차이를 보이죠.
그렇다면 왜 일본산 제품 중에 이런 작품이 많아보이냐에 대한 내용인데……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현 세대의 젊은 미국인과 일본인이 전쟁에 대해 다르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요 (당장 해외파병으로 계속 실전을 겪고 있는 미군과는 다르게 자위대는 애니메이션 '아인'에서도 실전 경험 하나 없는 녀석들이라고 디스할 정도죠). 하지만 더 큰 것은 한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산 창작물은 애니메이션, 만화인데 이 둘은 솔직히 말하면 오락매체의 성향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 흔히 수입되는 심야 애니의 경우, 그 특성은 그런 전쟁의 리얼함을 부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팬덤 자체가 그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요. '에반게리온'의 대히트 이후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그런 식의 고증이나 오마쥬보다는 캐릭터 내면에 파고 들어가는 성향이 강해지기도 했고요. 여기에 더해서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문제가 있는만큼 한국의 비평가&리뷰어들이 일본산 매체 중 그런 '전쟁의 리얼함'을 배제한 작품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며 날선 비판을 한다는 것도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시너지를 이루어서 일본산 작품은 PTSD에 유별나게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거죠.
콘스탄티노스XI
2017-02-13 12:17:16
람보(1편한정)가 특이한 경우려나요...
마드리갈
2017-02-13 20:36:01
글을 읽어 보고 두 가지 의문이 떠올랐어요.
하나는 일본의 전쟁물 클리셰가 다른 나라의 것들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가 나와 있지 않은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여기서 끝인가? 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비교대조의 대상도 없고 글이 중간에 끊긴 것 같아요. 일단 형식상으로는 이용규칙 게시판 제11조를 만족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용이 보강되어야 할 것 같아요.
설정이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당장 폴리포닉 월드도 프로젝트 출범 초기와 크게 달라져 있고 지금도 계속 변형이 가해지니까요. 중요한 것은 그 외연보다도 설정을 통해 나타내고 싶은 주제의식 등일테니까요.
콘스탄티노스XI
2017-02-14 00:41:11
음...댓글을 보고 중간 내용을 추가해봤습니다. 혹시 더 추가해야 될 부분이 있나요?
마드리갈
2017-08-01 19:38:12
이 정도면 괜찮아요.
앞으로 글을 작성해 주실 때도 이렇게,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을 만족해 주시면 될 거예요.SiteOwner
2017-02-22 19:43:42
어차피 창작물이 현실의 미메시스(Mimesis), 즉 완벽한 재생일 수도 없고 그것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이것만 생각해 봐도 답은 간단히 나타나는 것이지요. 즉 창작물에서는 현실이 취사선택되거나 변용되거나 하지 그대로 재현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은 작가의 주제의식, 창작물이 팔릴 시장의 사정 등의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되기 마련이고, 그것이 어떠한 개별 감상자의 요구사항에 맞지 않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PTSD 등을 가볍게 여긴다고 비판할 여지도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을 다룬 창작물이 PTSD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야 할 의무 또한 없는 법입니다.
비판을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 비판이 번지수가 틀린 비판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콘스탄티노스XI님께서 하신 의문의 제기가 번지수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말씀드리고 싶으신 것은, 특정 대상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간혹 그 담론이 보편적인 결론과 멀어질 수 있다는 위험이 충분히 있기 마련입니다.
1992년작 미국 영화 파워 오브 원(Power of One), 1996년작 미국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에 대한 당시 국내 평론가들의 영화평을 보면 참 가관인 게 많았던 게 기억납니다. 파워 오브 원에서 주인공이 백인 남성이라고 백인 우월주의, 남성중심주의 영화라고 하지를 않나, 인디펜던스 데이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것에서 영화가 미국 중심의 제국주의 논리를 설파한다고 하지를 않나...이런 평론이 가능해서는 안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특정 정치담론에 의해 편벽된 논리를 펼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작품의 주제의식에 얼마나 부합할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몇백년 전의 역사를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게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그러니 최소한 포럼에서는 콘스탄티노스XI님의 취향이 비난받을 일은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역사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미 위에서 동생이 언급하기는 했습니다만, 폴리포닉 월드도 원안과는 크게 달라져서 원안과 남은 공통점은 거의 없어진 상태입니다. 설정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고, 이야기를 바꾸시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