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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동명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따오긴 했지만 내용상 큰 관계는 없습니다. (그래서 혼동방지 차원에서 부제를 붙여뒀죠) 최근 비마니(BEMANI) 팬덤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코나미 소속 작곡가들의 명의 비공개 정책에 대한 글이에요.


사건의 진행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 2017년 7월

BEMANI FAN SITE(이름은 이렇지만 코나미에서 비마니 관련정보를 올리는 공식 사이트입니다)의 아티스트 소개 페이지에서 전속 플레이어인 DOLCE.를 제외한 소개가 전부 내려갑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아래 사건으로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게 되죠.

이 사태에 대한 해명은 한 유저의 질문에 대해 이메일을 통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10월 19일에서야 공개됐는데, 요약하면 '회사의 내부사정으로 인해 비마니 공식 팬사이트에서 아티스트를 기재하지 않고 있으며 상세한 사유는 알려줄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10월 18일

?* BEMANI 좋아요 랭킹(スキ! MONTHLY RANKING) 차트 8월호 공개.

직전 회차인 7월호까지와 다르게 일부 아티스트 명의가 누락되어 있는데, 하필이면 전부 코나미 소속 작곡가들만 해당이 돼서 큰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습니다. 코즈키 카게마사 회장을 비롯한 코나미 경영진들이 이전부터 자사 게임 개발진이나 비디오 게임이라는 개념 자체에 호의적이지 못한 발언이나 행태를 보여서 팬들 사이에서는 비마니도 좋지 않은 취급을 받을지 몰라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브랜드 20주년(12월 10일)을 불과 2개월 앞두고 이런 모습이 나와 버리니 '비마니가 망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죠.


?* 노스텔지어 신규 이식곡 발표: KOUYOU, fallen leaves

비마니 생방송과 제작진 트위터 공지에 아티스트 명의가 빠진 자켓이 올라와 있었는데, 다행히도 게임 내에서는 이름이 정상적으로 표기되어 있어서 이 부분은 약간의 의심만 남긴 채 넘어갔습니다.


?*?The 7th KONAMI Arcade Championship (KAC) 개최 발표

이번 건과 직접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대상 종목을 직전인 6th 때와 비교해 보면 노스텔지어가 추가되고 뮤제카와 리플렉 비트가 빠져 있습니다. 6th 당시 가동 중이었던 비트스트림을 종목에 넣지 않았다가 대회가 끝나자마자 서비스를 종료하고 노스텔지어로 변경하는 키트를 발매한 사례가 있어서, 이 두 기종도 이런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4th 때에만?퀴즈 매직 아카데미(QMA)를 넣지 않았다가 5th에서 부활한 선례를 들어 서비스 종료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죠. 이후 한 유저가 제작진에게 문의한 결과로는 일단 리플렉 비트만큼은 대회 이후에도 계속 서비스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 10월 중·하순

?* 천하제일리겜축제(天下一音ゲ祭) 악곡 정보 일부 누락

제3회 천하제일의 사운드 볼텍스 부문 결승 대결곡이었던 極?이 이번 제4회 대회에서는 예선 과제곡으로 사용되는데, 이 곡의 작곡가 정보와 코멘트가 3회에서는 정상적으로 나왔다가 4회에서 dj TAKA 관련 정보가 전부 삭제돼 있어서 또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 대회는 코나미가 직접 주최하는 KAC와 달리 아케이드 게임 업계의 협의체인 '일본 어뮤즈먼트 산업 협회'에서 주최하는데,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코나미가 여기까지 손을 뻗칠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네요.

한편 같은 사이트의 다른 페이지에서는 dj TAKA 대신 코나미 소속의 다른 작곡가인 TAG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는데, 이후 4회 결승곡과 관련된 내용으로 밝혀졌습니다. 아래에 자세한 내용이 있습니다.


?* 광범위한 이름 지우기

히나비타 페이스북 페이지의 글 중 해당 프로젝트의 종료를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있어 '히나비타 폐지설'등이 잠깐 돌기도 했습니다. 이후11월 1일에 유튜브 라이브로 방영된 '히나비타 생방송'에서는 종료는 아니고 앨범과 굿즈 발매 이야기로만 채워졌지만, 프로듀서인 TOMOSUKE가 자기소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히나비타 아저씨'라는 이름으로만 나오고, '화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MC 정면에 앉아 있다'고 발언하며 방송 끝까지 화면에 나타나지 못한 점 등이 이번 사태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또한 코나미 채용정보 페이지의 사원 인터뷰 중 '6년차 사운드 크리에이터'인 Akhuta의 인터뷰만 삭제됐다거나, 사운드 볼텍스의 신곡 중 일부의 명의 표기가 작곡가 이름은 없고 보컬 명의로만 나오고, 신작인 DANCE RUSH의 로케이션 테스트 중 게임 내에서 아티스트 표기를 하지 않는 등 작곡가의 이름을 지우려 드는 느낌이 점점 짙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같은 시기 팝픈뮤직 스태프 트위터의 스코어 챌린지 대상곡 알림에 작곡가 이름 표기가 없어서 이것도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은 있었지만, 이는 제목과 명의가 모두 꽤 긴 곡이라 빠진 것이고 다음 회차에서는 명의가 정상 표기되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 10월 31일

?* 천하제일리겜축제(天下一音ゲ祭) 결승곡 정보 급(急) 수정 사태

갑자기 엉뚱한 위치에 올라온 TAG 사진의 정체는 바로 4회 결승곡인 GERBERA의 곡 코멘트 페이지에 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TAG로 표기되었던 아티스트 이름이 1시간쯤 후 BEMANI Sound Team으로 수정된 점이 발견되는데, 사운드 볼텍스?제작진 공지에서는 이름이 아예 표기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어 코나미가 작곡가들을 일선에서 빼려 한다는 추측이 점점 굳어져가는 계기가 되었죠.

한편 dj TAKA 자리에 올라온 그 사진은 결국 사용되지 않고 처음부터 사진 대신 비마니 로고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 11월 2일

?* BEMANI Sound Team 명의의 표면화

이 날은 팝픈뮤직 쪽에 신곡이 업데이트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올라온 4곡 중 3곡(DEEP BLUE STAGE, Dance to Blue (Respect Style), Mychronicle)의 명의가 BEMANI Sound Team으로 표기되며 이 표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1곡은 외주 곡인?Monkshood)

특히?Mychronicle의 경우 플레이 종료 후 결과 화면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특정 버튼을 누르면 Des-ROW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도록 설정되어 있어서 그의 반항아적 성격이 재조명받기도 했죠.


- 11월 8일

?* 이름이 적히지 않은 신곡: phantasmagoria

이 곡은 노스텔지어의 기본 해금 시스템인 '스테이지' 중 이 날 추가된 19장을 완료하면 해금되는 곡입니다. 그런데 라이센스 수록곡 중 음원 사용권을 얻지 못해 새로 연주해 수록한 '커버곡'을 제외하면 이렇게 이름이 빈칸으로 나오는 경우는 처음이어서(노스텔지어뿐 아니라 비마니 전체에서 유례가 없는 사안입니다) "코나미가 또 코나미 했다"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죠.


이상이 일련의 사건들이고, 여기부터는 그냥 제 생각입니다.


저는 비마니를 2013년에 처음 접했고, 그 후 3~4년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기분 전환용으로 찾는 등 꽤 애착을 가지게 됐습니다. 공식 발표의 분위기도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니만큼 플레이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즐거움을 주려는 모습이 보였고 말이죠.

하지만 2015년쯤부터 코나미가 코지마 히데오 해고 사태나 AAA게임 개발 중단 발표 등 게임 사업을 축소하려고 하면서 설마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고, 결국 비마니에도 손을 뻗치게 되는 걸 보면 참 씁쓸하네요.


이 사태 이전까지 공식 발표에서 소속 작곡가들을 통칭하는 표현은 'BEMANI 아티스트'였습니다. 이 표현이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거기에서 유래하는 곡들의 고유한 분위기를 존중해주는 느낌이었다면, 'BEMANI Sound Team'이라는 표현은 그런 것보다는 작곡가들을 단순히 '지나가던 음향 개발자 1'로 보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다른 사람으로 대체해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죠. 그도 그럴 것이?한때 비마니 생방송의 진행을 맡았던 '선전부 다나카'의 불량한 행실(연인관계이던 보컬리스트를 다른 작곡가가 보컬로 기용하자 해당 작곡가를 성범죄자로 매도한다거나, 코나미 소속 아티스트들과 마찰을 빚는 등) 때문에 비마니 팀이 연대책임을 지고 있는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고...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OBiN

TRICK || TREAT

6 댓글

마드리갈

2017-11-10 21:53:36

소개해 주신 사건을 읽어보니 영 개운치가 않네요.

말씀하신 것같은 생각, 저도 하고 있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고유 명의를 내걸고 활동하는 개별 아티스트의 정체성이나 자긍심 등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고, 회사의 편의를 위한 부품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닌가가 노골적으로 보여요. 단체로서의 활동이 전제인 관현악단의 경우도 개별 연주회나 공식 사이트 등에서는 개별 단원의 이름과 약력을 표기하는데...


문화산업계에서 들리는 여러 소식들이 여러모로 좋지 않은 것이 많네요. 게다가 그것들의 상당부분은 각종 부조리에 근거하고 있고...언제나 되어야 이러한 악관행이 근절될지...

OBiN

2017-11-12 21:56:53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비트의 아티스트 카테고리 폴더나 기타도라의 아티스트 이름순 정렬 같은 기능을 추가하고(특히 전자는 소속 작곡가 중심으로 진행), 사외(社外) 활동은 거의 하지 않던 아사키를 애니메이션 <오소마츠 상> 오프닝 작사에 투입하는 등 아티스트를 드러내는 쪽으로 진행했다가, 다나카 사건 하나로 이걸 몽땅 뒤집어 버렸다는 게 정말 황당하죠.


본문에는 빠졌지만, 다나카 사건의 여파로 이전까지 진행되던 비마니 생방송이 다른 게임 생방송과 합쳐져 '코나미 아케이드 채널'의 한 편성으로 격하되고 매주 편성에서 부정기 편성으로 변경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기존에 붙이던 회차 넘버링도 빠지고, 비마니만 놓고 보면 거의 한 달 간격으로만 나오게 됐죠.

SiteOwner

2017-11-11 19:51:19

아티스트의 이름을 지운다...

오히려 유능한 아티스트들을 부각시켜서 세일즈포인트로 활용하지는 못할망정 도리어 역행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게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인생과 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모욕적인 조치로밖에 생각하지 못할 듯하고, 저 분야에의 관여 자체가 하기 싫어질 것 같습니다.


일단 이렇게 보이네요. 내치기 전의 정 떼기. 그것 말고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OBiN

2017-11-12 22:27:02

일각에서는 '이름을 드러내지 못하게 함으로서 퇴사 후 네임밸류를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라는 추측도 나왔죠. 실제로 코나미 소속으로 있다가 퇴사하고 다른 활동을 하는 작곡가들도 많습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코나미 측의 취급이 다르다는 건 문제죠. 예를 들면 나구모 레오마에다 나오키처럼 경쟁업체로 이직한 사람의 경우에는 거의 광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흔적을 지우려고 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시미즈 타츠야사사키 히로후미 같은 경우에는 취급이 나은 편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2016년경에 비마니를 비롯한 아케이드 개발팀 전체가 게임 개발부인 '코나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서 슬롯머신을 개발하던 자회사 중 하나인 '코나미 어뮤즈먼트'로 옮겨진 일이 있었죠. 이때부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긴 했지만, 이런 일이 터질 줄이야....

조커

2017-11-16 17:13:55

코나미의 저런 행각은 이미 메탈기어 시리즈의 아버지인 코지마 히데오 프로듀서를 토사구팽할때부터 알아봤습니다.

이젠 저런 짓이 또 코나미 내부에서 터진들 너네들이 그럼 그렇지 라고 받아들일수 있게 되었죠.

제 아케이드 게이머 시절부터 코나미는 제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그저?사내 권력투쟁만?넘쳐나는 쓰레기 매립지?동네로군요.

OBiN

2017-11-16 20:38:23

최고경영자부터가 게임을 수치로 여기고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데 (그러면서 도박성이 더 강한 파칭코나 카지노로 진출하려고 들죠) 일선 현장에 사기가 날 리가 있을까요.


그나마 오늘부터 개방되는 신곡에는 사운드팀 표기는 있을지언정 개별 작곡가의 이름이 나오고[TWO-TORIAL?/ BEMANI Sound Team(PHQUASE vs DJ TOTTO)],?좋아요 랭킹 9월호에는 내부 작곡가들의 이름 표기가 돌아오는 등 희망적인 소식이 조금씩 들려오고는 있지만... 이번 일로 플레이어들의 반감을 산 건은 코나미 창립 이래 손꼽을 만한 악수(惡手)에 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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