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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진영논리란 여러모로 무섭습니다 제하의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 문제의 표면화를 보면서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 문화예술계에 만연했던 성폭력 문제가 공공연한 비밀 차원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있고, 관련자들의 추악한 이면이 폭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인권과 정의를 말하는 쪽에서는 이 사안을 외면하려 하거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면피성 발언으로 넘어가려고 하거나 등등의 행태가 보이길래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인간의 심리에 자기합리화 성향이 강하고, 우위를 보이는 분야와 열세인 분야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는 우위를 자신의 자질, 열세를 외부 요인에 돌리고 타인에 대해서는 그 역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데, 그런 것도 좀 조절을 해야 인간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요즘 드러나는 사례에서는 그런 것도 기대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천안함 폭침 주범의 방한을 추진하면서 그 이유가 웃기지도 않습니다. 대승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는데, 그 논리로는 이른바 적폐청산의 근거도, 과거사문제 관련의 문제제기의 정당화 근거 자체가 소멸한다는 건 알고 그러는 것인지. 만일 모르고 그러면 무식하고 무능한 것이고, 알고 그러면 악질적인 것임에 다름아닙니다.
무역분쟁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해서는 굴종, 미국에 대해서는 결연히 대응하겠다는데, 독재국가에 스스로 머리를 조아리면서 자주, 민주 등을 말한다는 게 언어도단이 아니라면 대체 뭐라는 것입니까. 이미 오래전에 용도폐기된 제국주의론에 경도되어 세계를 보는 눈이 반미에 머물러 있으니 그런 진영논리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니 이해는 하겠습니다. 단, 그렇다고 해서 찬성한다는 건 아니지만요.
좀 오래 전의 토론이 하나 생각납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의 일본은 절대악이었으니 누구든지 그 일본에 저항했으면 친한파이고 우리의 편이라고 주장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중앙정부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사이고 타카모리(西?隆盛, 1828-1877) 또한 그렇게 봐야 하냐고 물었는데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이고 타카모리는 대표적인 정한론(征韓論) 주창자. 한국 침략을 주장한 자가 친한파가 되는 결론에 이른다고 말하니 침묵하는데...그 때의 토론이 다시금 떠오르는데, 그때보다 훨씬 발전한 현재도 여전히 진영논리만큼은 살아 있으니 참 미묘합니다.
요즘 문화예술계에 만연했던 성폭력 문제가 공공연한 비밀 차원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있고, 관련자들의 추악한 이면이 폭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인권과 정의를 말하는 쪽에서는 이 사안을 외면하려 하거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면피성 발언으로 넘어가려고 하거나 등등의 행태가 보이길래 참으로 어이가 없습니다.
인간의 심리에 자기합리화 성향이 강하고, 우위를 보이는 분야와 열세인 분야에 대해서 자신에 대해서는 우위를 자신의 자질, 열세를 외부 요인에 돌리고 타인에 대해서는 그 역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데, 그런 것도 좀 조절을 해야 인간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요즘 드러나는 사례에서는 그런 것도 기대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천안함 폭침 주범의 방한을 추진하면서 그 이유가 웃기지도 않습니다. 대승적으로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는데, 그 논리로는 이른바 적폐청산의 근거도, 과거사문제 관련의 문제제기의 정당화 근거 자체가 소멸한다는 건 알고 그러는 것인지. 만일 모르고 그러면 무식하고 무능한 것이고, 알고 그러면 악질적인 것임에 다름아닙니다.
무역분쟁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해서는 굴종, 미국에 대해서는 결연히 대응하겠다는데, 독재국가에 스스로 머리를 조아리면서 자주, 민주 등을 말한다는 게 언어도단이 아니라면 대체 뭐라는 것입니까. 이미 오래전에 용도폐기된 제국주의론에 경도되어 세계를 보는 눈이 반미에 머물러 있으니 그런 진영논리에서 못 벗어나는 것이니 이해는 하겠습니다. 단, 그렇다고 해서 찬성한다는 건 아니지만요.
좀 오래 전의 토론이 하나 생각납니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의 일본은 절대악이었으니 누구든지 그 일본에 저항했으면 친한파이고 우리의 편이라고 주장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중앙정부에 대해 반란을 일으킨 사이고 타카모리(西?隆盛, 1828-1877) 또한 그렇게 봐야 하냐고 물었는데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이고 타카모리는 대표적인 정한론(征韓論) 주창자. 한국 침략을 주장한 자가 친한파가 되는 결론에 이른다고 말하니 침묵하는데...그 때의 토론이 다시금 떠오르는데, 그때보다 훨씬 발전한 현재도 여전히 진영논리만큼은 살아 있으니 참 미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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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대왕고래
2018-02-26 22:13:43
이슈가 되는 미투운동에 대해서는 억눌러져있던 피해사례들을 꺼낼 수 있어 좋은 운동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그런 고발을 무시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정말로 잘못을 저질렀는데 자기는 절대로 잘못한 것이 없다고 버티는 사람들도 있죠. 반대로 죄도 없는 사람을 "아님 말고" 식으로 고발하는 사례도 있다고 해요. 실제로 이전에 박진성 시인 관련 사건의 경우처럼 무고한 사람을 고발해서 그 사람에게 피해를 준 경우도 있으니 어느 쪽이든 이 운동이 좋게 가고 있다고 하기가 힘들어보여요.
북한에서 천안함 사태의 배후인물이 오는 것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고위층이 오는 것이니 막았다가는 "북한과 대화를 끊어버리는" 사태가 되어버리니 허용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북한하고 대화를 하지 않을 거 같으면 북한을 압박하는 것 외에는 북한을 막을 길이 없는데, 그랬다가는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고... 그럼에도 저 인물이 남한 땅을 밟게 한 상황 자체가 우리한테는 저들에게 너무 내주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네요.?
중국에 대해서는 굴종? 단어 선택이 확실히 이상하네요, 그것은. "굴종"이라는 단어는 써서는 안 되는 것이죠. 진짜 그렇게 말했나요? 그러면 진짜 이상한데...
SiteOwner
2018-02-27 20:51:04
성추문 폭로공방이 여러모로 희한한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도 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은, 정의를 독점하던 자들이 얼마나 이중적이고 편의주의적인지 백일하에 드러났다는 것일까요. 그렇다 보니 그 목소리 큰 세력들이 이상할 정도로 침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인물을 대화상대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주권국가는 평등하니까요. 물론 남북간은 현행헌법상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특수한 관계라지만 사실 이게 국내문제도 아니고 국제문제이다 보니 주권국가 평등의 원칙 또한 이 사안에 예외일 수 없습니다.
사실 이게 마냥 새로운 문제도 아닌 게, 2000년에 북한 측이 이산가족방문단의 단장으로서 류미영(柳美英, 1921-2016)을 파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인물이 왜 문제인가 하면, 월북인사 최덕신(崔德新, 1917-1989)의 부인이라서 그렇습니다. 최덕신은 미국 유학파로서 한국군 장성, 외교관, 장관 등을 거친 후 자진월북한 인물로, 고위직에 있으면서 고등간첩의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이 인물의 부인을 파견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우리를 우습게 여기는 증거. 이번의 김영철 파견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들이 누구를 파견하든 그들의 마음이든, 우리가 그 인물을 거절하든지 말든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하고, 설령 수용한다 하더라도 우회도로를 내어주고 특별열차를 편성하는 등의 특혜는 주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천안함 폭침 문제 및 핵실험에 대한 입장표명도 요구했어야 했습니다. 그게 없다면 아무 의미없는 것에 다름아닙니다.
중국에 대해서 굴종하자는 표현은 그 자칭 진보인사들이 직접 쓰지는 않지요. 단지 사실상 그런 태도를 갖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모 자칭 통일인사 중에서는 김일성의 서울 입성을 희망한다고는 썼지만요. 입성(入城)이란 적의 도시를 함락시켜 들어간다는 의미, 본의이든 본의 아니든 그들의 속뜻은 그렇게 드러난 셈입니다. 예전에 쓴 글인 뜻모르고 쓰인 말에의 떨떠름한 기억에도 이것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대왕고래
2018-02-28 00:36:00
확실히 그렇네요. 대화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가 기어가면서 굽신대면서 대화를 할 이유는 없죠.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굽신대면서 대화신청을 하게 된 건지... 어쩌다가 이런 풍토가 생겼는지 모르겠네요, 대체.
보통 그렇게 굽신대면서 들어가는 자세는 여기서 시작이 되죠. "이렇게 띄워주지 않으면 절대 저들이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주변 국가의 중간에 있는 나라기에 그런 자세가 생긴 것일까요? 뭔가 당당하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하는 강단보다는 끌려가는듯한 자세를 내내 취하게 된 것이 그래서라고 생각되네요.
그게 아니라면 "통일에 어떻게든 한발짝 다가서야 한다"는 욕심때문일수도 있죠. 그것이 저렇게나 '간절한' 자세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자세가 많은 것을 잃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죠. 어쨌든 "우리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굽혀야 한다"는 자세네요. 계속 동어반복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된 대화의 자세는 그게 아니라 "이건 이거, 저건 저거" 하는 강단있는 자세죠.
다른 나라에 굽신대지 말고 당당하게 허리 쫙 펴고서는 손을 내미는 그런 나라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