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르켐은 전통적인 인간의 자연 인식(과학)을 논하면서 인간은 '관념을 통해 자연을 바라본다' 고 한다. 왜냐면 선사시대일적, 인간이 대자연 속에서 살아남으면서 그렇게 학습했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나를 잡아먹는다. 나쁜 짐승이다.' 라던가 '저 풀은 불에 구워서 먹으면 맛있어진다. 저 열매는 생으로 먹으면 달다. 좋은 것.'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런 형식의 관념을 통해 과학을 보는 건 종교를 대표적으로 예를 들 수 있겠다. 예를 들자면 종교가 사회를 지배했던 중세 유럽에서 동물학은 '펠리컨은 자기 먹이를 토해내어 새끼에게 주는데, 이는 예수님의 사랑과도 같다.' 나, '늑대는 양떼를 잡아먹는데, 이는 사탄의 행동과 같다.' 식의 해석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인식은 분명 어느 정도 사실에 영향을 받거나 논리의 전개에 사실을 사용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실보다는 학자 개인의 사상적 관점이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더 중시하게 된다. 본말전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뒤르켐은 특히 이러한 경향은 점성술과 연관이 깊었던 물리학에 더 깊이 나타났다고 덧붙이면서, 자연과학마저 이런데 사회과학은 또 어떻겠냐고 덧붙인다. 그러며 그는 그 당시 있던 사회학적 이론들을 비판하는데, 대표적으로 콩트와 스펜서, 그리고 애덤 스미스를 위시한 '정치 경제학' 을 비판한다. 뒤르켐은 우선 콩트를 논하며 그의 논리가 '역사 발전의 과정' 을 연구하면서 '진화의 질서' 를 찾는데 주력이 되어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질서' 를 찾는 과정은 결국 관념적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또한, 그의 이론대로면 모든 사회구조는 그 사회구조 전의 사회구조와 근본적으로 약간의 발전점만 있을 뿐 차이가 없어야 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역시 지적한다. 앞의 사회는 그 전 사회와 약간의 차이점을 공유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라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뒤르켐의 칼날이 향한 곳은 스펜서이다. 뒤르켐은 스펜서가 콩트의 개념을 거부했지만, 역시 그 조차도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사회는 병존과 더불어 협동이 있어야만 형성될 수 있다. ‘라는 논리로 모든 게 시작되기에, 논리를 진행하면 할수록 사회가 무엇인지가 아닌, 스펜서의 사회에 대한 관념이 더 명확해지는 결과만 낳아버리는 결론을 낳게 되어버린다. 그는 그 뒤 정치경제학 쪽으로 비판을 확대시켜 간다. 정치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대상이 ’사회적 사실이며, 그것의 목표는 부의 획득, 창출에 있다‘고 스스로를 자평한다. 그러나 이들의 부에 대한 욕망이 정말로 우세하게 작용하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증명하려면, 그것은 굉장히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논리를 전개하기에 앞서 '논리의 이유' 가 아닌 '논리가 전개되는 마땅함' 을 먼저 논하고 있다. '어째서 이러냐' 가 아닌, '마땅히 이래야 한다' 를 논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뒤르켐은 경험론자 들도 자신들이 그렇게 비판하는 합리론자들과 똑같이 '관념' 으로 세상을 정의한다며 비판하면서, 베이컨이 '우상' 이라는 개념을 통해 선입견을 비판했듯이 사회학을 연구하려면 이러한 편견을 먼저 버리라는 것이 첫 번째라고 지적한다.
에....그냥 학교에서 과제 겸 해서 써본 글인데 여기 분 들은 어찌 생각해볼까....해서 써서 올려봅니다.
도시가 무너져 가는데, 나는 여전히 살아있구나!-1453, 콘스탄티노플에서. 유언.
https://en.wikipedia.org/wiki/Constantine_XI_Palaiologos-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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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마드리갈
2018-05-30 12:45:12
포럼에서 다루어 보고 싶었던 주제 중 하나와 맥락이 닿고 있어서 반갑게 느껴져요.
사물에 대한 관찰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가능했고 실제로 이루어졌지만, 왜 자연과학이 동양에서는 더디게 발달했는가에 대해 동양에서의 관찰은 사물 그 자체와 보는 사람의 가치관을 제대로 분리하지 못해서라고 보고 있어요. 대나무라는 사물에 대해서 그 자체의 특징에는 천착하지 않고 "대나무=선비의 기개의 상징" 관념만을 보려고 했으니까 서양과는 달리 분류학이나 계통학 면에서는 거의 발전을 이루어내지 못했어요. 콘스탄티노스XI님의 글은 제가 생각했던 그 문제를 뒤르켐의 사회학적 방법론 비판으로 다루어 주셨구요.
사회과학은 자연과학에서만큼 연구대상과 연구자를 분리하기 쉽지 않고, 그래서 사회에 대한 연구가 정책명제로 귀결될 위험 또한 크게 높은 상태에 있어요. 물론 정책명제가 나쁜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정책명제는 연구결과에 따른 결론 중의 하나이지 그게 유일한 결론이거나 진리인 것은 절대로 아니죠. 이것을 명심하지 못하면 연구는 곧 도그마(dogma)에 빠지게 되는 것이고, 사회과학이 과학이 아닌 정치담론의 도구로 전락해 버리는 문제 또한 발생해 버리게 되어요.
운영진으로서 말씀드릴 게 있어요.
혹시, 이 글은 콘스탄티노스XI님께서 보존중인 파일에서 바로 복사해 붙이신 건가요? 서체가 가독성이 그리 좋지는 않은 문제가 있어요. 즉 인쇄물로 볼 때는 적합하겠지만, 웹페이지상에서는 간결하거나 미려하게 보이지는 않으니까 다음부터는 이런 점에서 주의해 주시기를 부탁드려요. 근거는 이용규칙 게시판 제12조.
서체변경을 직접 하시기 곤란하시다면 저에게 요청해 주셔도 좋으니 참고를 부탁드려요.
콘스탄티노스XI
2018-05-30 12:49:51
음...서체라...제가 적절한 서체가 무엇이 좋을지 잘 몰라서 그런데...마드리갈님꼐서 수정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마드리갈
2018-05-30 12:59:23
그러면, 곧 수정해 둘께요.
(추가)
수정을 완료해 두었어요. 이제는 미려하게 잘 보일 거예요.
SiteOwner
2018-05-31 20:42:50
좋은 소재로 글을 써 주셨군요. 재미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인류의 많은 지적활동이 사물과 그에 내재된 추상적인 개념을 얼마만큼이나 분리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었습니다. 하늘의 별 2개와 눈 앞의 산봉우리 2개, 그리고 나무 위 새집 속의 새알 2개에 공통적으로 2라는 수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 인류의 문명은 나날이 발전속도를 높여 왔습니다. 그리고 그 추상적 개념으로 무엇이 가능한지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문명의 발전은 또 대도약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동생이 말한 것처럼, 동양에서는 사물과 관념의 분리에 상당히 늦었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실 한자의 부수 개념에서 이미 훌륭한 분류학적인 요소가 서양 언어에서보다 훨씬 오래전에 갖추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린네(Carl von Linn?, 1701-1778)와 같은 분류학자는 나오지 못했습니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이 제시한 4가지 우상, 즉 종족, 동굴, 시장, 그리고 극장의 우상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설마 인간의 이성이 그것조차 판별하지 못할까 싶지만, 실제로 인간의 이성은 많은 경우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역선택을 합니다. 제대로 작동했다고 해도 그 결과가 당대의 중론이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 또한 많습니다. 언어는 관습의 산물이기에 잘못된 언어 사용으로 본질이 왜곡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진영논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널리 퍼져 있는 폐해이지만 정작 이것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는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지요. 이 4가지 우상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가 바로 과학 연구자의 소양을 판가름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 마르크스-레닌주의가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잘 논박했습니다.
원래의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의 고도화 다음 단계에 일어나는 계급혁명을 가정했지만, 실제로 계급혁명은 제정러시아에서 일어났고, 이것의 보완책으로서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나왔습니다. 저는 자본론에서 상정하는, 역사발전의 어떤 단계를 거치면 필연적으로 다음 단계로 이행한다는 것에 왜 의문을 가지지 않는가, 그리고 제국주의론에서 러시아가 외세에 핍박받는 약소국인 것처럼 전제하고 있지만, 사회구조가 후진적이었어도 당시 러시아는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열강 중의 하나였던 것을 생각하자면 러시아에서 계급혁명이 일어났어야 할 당위성도 만족되지 않지 않는가, 반증가능성 및 보편성이 이미 결여된 것을 과학이라고 주장하면 곤란하다 이렇게 논파했습니다. 할 말이 없는 사람들이 저를 극우반동분자, 강제수용소에서 굶겨 죽여야 할 놈 등으로 욕했지만, 말이야 뭔들 못하겠습니까.
콘스탄티노스XI
2018-06-01 14:43:57
음...전 뒤르켐의 정치 경제학 비판이나 당시 사회학에 널려 있었던 경험론인걸로 '위장된' 관념론의 비판에 좀더 집중하셨지만, 마드리갈님과 사이트오너님께선 되려 동양 내부에 있던 관념론의 내재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는군요. 서로 글에서 주로 보는것이 다른거겠죠. 흥미롭달까요?
베이컨의 우상은 여러모로 과학계에서 아직도 언급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의 마음에 안드는 학문을 두고 마음껏 우상이라 칭하며 주목을 받고자 하는 태도도 학계에서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대표적으로는 이덕일을 위시한 유사역사학쪽이?있겠네요.)?이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어느정도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사실 뒤르켐은 맑스에 대해선 어느정도 호의적이었습니다. '자본'을 두고 '이 사회의 논리를 설명하는 가장 위대한 서적'이라고 극찬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맑스주의자들에게는 비판적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들의 논리에서 관념론적 태도가 보인다는게 문제였죠. 실은, 맑스 자신도 자신이 맑시스트가 아니라고 했을 정도로 19세기 말에 형성되기 시작한 맑시즘은 굉장히 복잡한 사상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