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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 쓰면 저 얘기 쓰고 싶고

Lester, 2018-06-02 00:37:37

조회 수
156

제목을 쓰면서 청개구리 본성에 대해 논문을 쓰려다 억지로 참을 정도입니다. 이번에도 하라는 연재는 안 하고 설정만 구상하거나 창작론에 대해 생각하고 있네요. 꼭 무엇인가를 표현할 필요는 없다는 걸 이전 글에서 깨닫기는 한지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요 없다 생각되는 이벤트나 설정은 계속 정리하고 있습니다. 신캐릭터의 부각을 위한 에피소드는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러고 보면 Meatbomb Sparkgetti 에피소드는 신캐릭터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네요. 리퀘스트에 초점을 맞춰서...)


헌데 이번에 창작을 하면서 맞닥뜨린 고민은 바로 "원래 이런 주제였던가?"하는, 기존 방침에 대한 재고이자 반감입니다. 제목을 고쳐가면서까지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써보기로 했는데, 문제는 이게 '범죄물'이냐 '일상물'이냐는 겁니다. 역시 이전 글에서 '범죄물 쓰고 싶으면 쓰고, 일상물 쓰고 싶으면 쓰지 뭐' 하는 임시적인 결론을 내려두긴 했지만, 계속 줄타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둘 중 하나로 명확히 방향을 정해야 이후 소재 선정이나 유머(있다면 말이죠)의 수준 등을 결정할 때 쉬워집니다.


연재될 내용의 일부를 예시로 삼아서 얘기할게요. 레스터가 주축이 된다고 하면 일상적인 내용(택시기사, 자유기고가 등)이 나오고, 존이 주축이 되면 범죄적인 내용(불법적인 해결 등)이 나올 것입니다. 이럴 거면 따로따로 쓰면 되기는 하죠. 하지만 저는 뭔가... 선악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약간 있거든요. 모든 문제를 선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지, 선과 악은 항상 대립하기만 하는지 등등... 직전 글에서 레스터를 '선인(?)'으로, 존을 '악인(?)'으로 규정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왜, 옛날 논리학 책에 그런 질문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가난한 엄마가 아이를 위해 우유를 훔쳤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류의...


이러쿵저러쿵 써내려가면서 정리한 바로는...

?- 범죄물의 요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 레스터와 존은 경우에 따라 협력하기도 한다.

?- 주인공 일행이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극적 내지 구조적으로(조직범죄) 하는 것은 아니다.

?- 궁극적으로 주인공 일행은 모든 범죄자와 싸우는 입장이다.


...흠,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범죄물의 비중이 매우 크네요, 생각보다. 오히려 "왜 일상적인 요소를 넣고 싶어하는가?"란 질문에 답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습니다. 그럼 다시 또 주절주절 생각해 봐야겠네요. 왜 일상적인 요소를 넣고 싶어하는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픈월드 게임을 할 때 스토리 미션보다 사이드 미션에 관심을 두는 거라든가, AAA 게임보다 특징이 두드러지는 고전게임을 좋아한다든가... 어쩌면 일상적 에피소드를 연재하는 이유는 짧고 굵게 끝나는 내용을 통해 빨리빨리 쾌감을 얻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허구한날 범죄물 구상만 하다보니 지쳐서 일상물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죠.


쓰면서 퍼뜩 생각난 거지만, '겉보기엔 일상물이었는데 알고보니 사실 모르는 곳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범죄물과 아주 미세한 연결고리를 두는 거죠. 하나부터 열까지 범죄물과 엮는 것 같아서 저도 좀 환멸이 느껴집니다만, 이렇게 덮어두고 연재하다 보면 뭐가 떡밥이 될지 모르니까요. 뭣보다 일상물의 주역인 레스터가 존의 공범(?) 역할이기도 하고...




이번에도 이래저래 써내려가면서 자문자답이 되었네요. 그런데 확실히 창작을 떠나서 이거 하고 싶으면 저거 하고 싶고, 저거 하다 보면 다시 이거를 하거나 다른 걸 하고 싶은 건 사람 심리인 것 같습니다. 뭔가 인간의 본질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만, 이건 얘기가 너무 길기도 하고 제 논리론 무리인지라 넘어가겠습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6 댓글

마드리갈

2018-06-02 18:23:18

제목에서부터 느껴졌어요. 저 또한 그런 성향이, 정도는 다르지만, 없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범죄물인가 일상물인가를 완벽하게 구분짓는 척도는 없고, 중첩되는 부분 또한 엄연히 있으니 굳이 나누어야 할 이유도 없어요. 우선 일상이 무엇인가가 정의되는 것에서부터 결정되는 거라고 보는데요. 


일상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해서는 공작창에 Papillon님이 올려주신 노트 4번째인 한 장 기획서 부분을 참조해 보시는 게 좋을 듯 해요. 링크를 소개해 둘께요.

Lester

2018-06-03 17:34:25

링크하신 글은 바로 요지를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이야기가 아니라, '범죄가 있는 비일상'과 '범죄가 없는 비일상'의 차이였습니다. 빠삐용님의 기획서에 비유하자면 '블라디미르의 입장에서 서술'하는지, '리카르도의 입장에서 서술'하는지의 차이인거죠.


구상을 하다가 침대에 누우면 계속 그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내가 정말로 쓰고 싶은 게 뭐지? 일상물을 쓸 때와 범죄물을 쓸 때 각각 얻는 (심리적) 이득은 뭐지?" 결국 돌고 돌아서 소설 집필의 동기까지 돌아왔는데... 다시 고찰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키

2018-06-03 15:24:27

쓰는 사람 마음이라고 봅니다.


언급하신 "겉보기엔 일상이지만 사실 모르는 곳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라는걸 역이용해서 작품의 큰 갈래가 되는 큰 사건을 메인으로 두고 A그룹과 B그룹이 같은 시간대에서 전혀 다른 시점으로 보는 것을 서술하는 것도 재밌죠. 가령 우주세기 0079년에?건담이 대활약하는 모습을 담은 기동전사 건담과, 같은 시기 지구 중력권에서의 육상전투를 담은 기동전사 건담 제08MS소대 처럼요.

Lester

2018-06-03 17:40:41

그런 장르를 군상극이라고 하죠? 수일배가 겁나게 좋아하던데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 팀과 범죄를 막는 주인공 팀으로 나누면 어떨까, 하는 구도도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 역시 일상물과 범죄물 중 어느 쪽에 집중하느냐와 얽히더군요. 아무래도 군상극은 대립이 중요한 만큼, 일상물에서는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활용할 기회가 적으니까요.


그냥 차라리 일상물과 범죄물 두 개의 작품을 별도로 연재하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지만, 그건 일을 만드는 격이라;;;

SiteOwner

2018-06-07 20:28:38

그런 경우, 저도 있다 보니까 이해합니다.

확실히 그게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랬는데, 마침 Lester님께서 이 취지로 말씀해 주셨으니 더욱 반갑게 여겨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이 밀접하게 이어져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느슨하게 이어져도, 아니면 직접 이어지지 않더라도 작품 내 상황의 묘사에 적합하다면 괜찮겠지요. 주객이 전도되지 않는 한.

Lester

2018-06-08 23:42:05

어쩌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이유가 '지능적, 논리적으로' 다른 쾌락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에피소드 구성은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하나 대책을 찾은 것 같긴 한데 확실한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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