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학생답지 않다" 라는 비난을 회고해 보면...

마드리갈, 2018-10-12 21:14:13

조회 수
275

학생 때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은 게 있어요. 학생답지 않다고.
그런데 학생다운 게 대체 뭔가는 누구도 어디에서도 표준을 제시하지도 않더군요.
게다가 소위 학생다움을 평가하려면 학생의 본분이 무엇에 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서 그걸 바탕으로 판단을 해야 할건데, 주변에서 저를 학생답지 않다고 비난하는 것은 대부분 외모에 치우쳐져 있더군요.

이를테면 이런 것이죠.
갈색머리인 저를 보고 모발색이 그러니 불량학생이다, 가슴이 크니까 성격이 음란할 것이고 그러니 불량학생이다, 인상이 차갑고 인간관계가 별로 넓지 않으니까 불량학생이다, 이전 경력을 알 수 없는 타지역 출신이니까 불량학생이다 등등. 이런 평가가 입학 때부터 탁 찍히니까 저는 그런 학교 내에서 인간관계를 넓히거나 이미지를 개선할 노력조차 하지 않았어요. 저라는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 하지 않으면서 처음부터 낙인을 찍는 사람들을 이해시켜가며 살아야 할 필요도 뭣도 없었어요.

그저 그 알량한 편견으로 타인을 멋대로 낙인찍고 비방중상하는 건 학생이나 교사의 본분이 아닐텐데요. 그런 사람들이 학생다움을 운운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처음부터 정의도 명확하지 않은데서 이미 아웃인데다, 학생이나 교사의 본분에 비방중상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니. 게다가, 그들은 그렇게 할 일이 없는 것인지, 자기의 삶도 영위하기에 바쁠텐데 자세하게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관심은 왜 그렇게 있었던 것일까요. 생각해 보니 정말 큰 자가당착이네요.

학생다움 어쩌고 하는 말에 전제나 기준이라도 좀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타인의 사정에 대해서 멋대로 말하는 건 좋지 않아요. 알면 알수록, 그리고 모르면 모를수록.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11 댓글

Lester

2018-10-13 02:04:38

저는 '학생답지 않다'는 얘긴 아니지만 '이상한 놈이다'란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한바탕 엎어버리거나 (그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저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똑같이 보복하거나 하는 방법으로 벗어나긴 했는데... 별 효과는 없었고, 그냥 환경을 잘 만나서 풀렸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대인배이셨고 '문제아'들이 이과로 다 가버렸거든요. 지금은 사회인이 되니까 '강제로 마주칠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좋습니다. 친구가 없어서 외롭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단골 가게(라고 해봐야 집 앞 편의점이나 PC방, 바 정도...)에 가는 걸로 만족합니다.


기준 말인데, 나이부터 예절까지 '뚜렷한 논리를 댈 수 없으니까' 막연한 걸로 "트집"을 잡는 게 많더군요. 남들이 그러니까 너도 그래라, 라는 흔한 군중에 호소하는 오류죠. 정작 자신은 지키지 않으면서요. 결국엔 뒤에서 까일지언정 환경을 벗어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어짜피 그런 사람들은 새로운 희생양을 찾아나설 테니까요.

마드리갈

2018-10-13 15:43:10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싫으니까 싫은 것, 이러한 사고방식이 정말 싫죠. 사실 명확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이유의 전제, 논리전개방식, 결론 등에 흠결이 있으면 그것 자체로 안되겠지만...


그리고, 그 환경을 벗어나면 된다는 게 씁쓸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 또한 현실이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자 본문에서 열거한 비난은 없어졌으니까요. 대학에서는 또 다른 이상한 인간들이 있었지만 그들 또한 저에게 뭔가를 어떻게 하진 못했고 졸업한 지금은 더더욱 마주칠 일이 없어요.

앨매리

2018-10-13 16:03:10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주고 그걸 잘 살리게 유도해서 본인의 능력을 잘 살리게 유도하는 것이 참 중요한데, 자기가 보기에는 모나 보인다고 무조건 깎아내리고 고치라고 강요하고... 그냥 양산하듯이 가르치면서 창의력이 없다고 운운하는 거 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마드리갈

2018-10-14 14:41:15

별로 유쾌하지 않은 모순적 담론들이 근래에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이 아니라 오랜 인습의 현대적 변용이 아닌가 싶어요. 과거에는 조금만 다르게 생기면 학생답지 못하다, 혼혈이다 등등 온갖 이상한 이유로 매도하고 주류사회에의 편입을 거부하고 그랬는데, 그게 오늘날에는 경력있는 신입사원, 처녀비치 등의 괴상하기 짝없는 담론의 조상이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그래서 여러모로 떨떠름해요.


게다가 요즘 각계각층에서의 대립과 반목이 격화되고 있으니 개선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도 모르겠어요.

조커

2018-10-13 21:23:51

읽다보면 참 학생답지 못한 점을 아무거나 생각해서 만들면 다 되는구나 라고 느낄정도로 제멋대로인 이유들뿐이군요...

사람이 어찌되었건 배움의 의지 그것하나만 있으면 남녀노소 나이고하를 막론하고 학생인것을...


학생이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다 갖춰야 학생이 되는거냐? 라고 되물어보고 싶어지는 사람들의 향연이군요.

그런 교양없고 나 부모님께 어린시절 가정교육과 관심을 제대로 못받았소 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말에 일일히 신경쓸 가치는 없습니다. 저는 마드리갈님이 예전부터 지식많고 교양있는 대단한 분이라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

마드리갈

2018-10-14 14:44:48

저에 가해진 비난 중 학생답지 못하다는 것 이외에도 혼혈 의혹이 있었는데, 이런 것도 있었어요. 제 모발색을 보고 한다는 말이 "부모님 성기가 녹이 슬어서 모발색이 그 모양인가?"

덕분에 인종차별 예행연습은 제대로 했어요.


그들의 비난이 저의 삶을 방해하거나 좌절시키지는 못했으니, 이젠 그냥 그런 일이 있었지 그렇게 생각할 뿐이예요. 조커님께서 칭찬해 주신만큼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조커

2018-10-14 15:24:11

진짜 사람이 할말이 있고 못할말이 있지. 저런 패륜적인 발언으로 사람을 찍어누르면 자기는 높아보이나...정말 한심의 극치로군요.

저럴수록 자기 밑바닥을 드러내는 건데 말이죠...

 

하하 처음에 마드리갈님의 지식 수준을 보고 진짜 가방끈이 Super shorty한 저는 어떻게 저런 지식이 한 사람에게서 술술 나오지 하고 지식인 리얼리티 쇼크를 느끼고 Aieeeeeeeeeeeeeeeeeee!!!를 외칠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참으로 몰랐던 사실을 많이 배워 감사했습니다.

카멜

2018-10-14 02:49:59

학생답다 라는것은 과연 무엇인가...

마드리갈

2018-10-14 15:00:38

그것의 정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문제죠.

그런 허구의 것에 기반한 담론이 제대로 된 것일리도 만무해요. 그러니 학생답지 못하다 어쩌고 하는 비난은 제대로 된 것일 수가 없는 그저 비난을 위한 비난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그때의 영향인지 "학생답다" 라는 개념에는 일단 회의부터 느끼고 있어요.

대왕고래

2018-10-14 21:58:26

쓰잘떼기 없는 부분에 태클을 거는 부류들이 꼭 있어요. 괜시리 스트레스만 가하고 도움은 전혀 안 되는 부류!

하여튼 어쩔 수가 없어요. 신경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쓸 수 밖에 없죠, 그런 비방은.

마드리갈

2018-10-14 22:25:10

그렇죠. 제 청소년기에 그런 자들이 많았죠.

어떤 자들은 원조교제녀 운운하는 헛소문을 퍼트리기도 했어요. 그때 정말 살의를 느꼈을 정도...

그런 소리를 떠드는 자를 잡아서 따져 물었더니, 건너들었다고 책임회피를 하는 것을 보니, 남을 중상하고는 싶었고 책임은 지기 싫었던 게 바로 보였죠.

그렇게 하나하나 헛소문의 진원을 파악하고 나니, 이유 따위는 없었다고...


결국 그 소문은, 그 헛소리를 한 자들에게 "다시 그런 헛소리를 하면 너부터 죽이겠다" 라고 협박하니 급격히 사라졌어요. 이렇게라도 대응하지 않았다면 그 다음에는 임신했느니 몰래 출산했느니 비밀결혼했느니 등등 별 괴상한 소리가 수습이 불가능할만큼 꼬리에 꼬리를 물었겠죠.

Board Menu

목록

Page 120 / 292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new
SiteOwner 2024-09-06 57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update
SiteOwner 2024-03-28 147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63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48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835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7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42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5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1060
3451

(저도) 작품 관련해서 이것저것 변경사항.

4
Lester 2018-10-15 140
3450

작품 관련해서 몇 가지 생각해 본 것.

6
시어하트어택 2018-10-14 158
3449

잔폰과 따오샤오미엔과 가락국수를 파는 국숫집의 문제

2
마드리갈 2018-10-14 176
3448

[황금의 바람] 갱스터를 동경하다?

4
시어하트어택 2018-10-13 153
3447

게임에서 적의 패턴을 본다는건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6
조커 2018-10-13 192
3446

"학생답지 않다" 라는 비난을 회고해 보면...

11
마드리갈 2018-10-12 275
3445

목요일인데 금요일같은 기분 그리고 일상 이야기

4
SiteOwner 2018-10-11 176
3444

"당신은 아이의 안전을 단속 시간에만 지키나요?"

6
SiteOwner 2018-10-10 265
3443

차는 좋아하지만 다도 등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4
SiteOwner 2018-10-09 188
3442

간단히 써 보는 음악관

8
마드리갈 2018-10-08 230
3441

[황금의 바람] '그'와의 만남

2
  • file
시어하트어택 2018-10-07 133
3440

아니 이렇게 빠를 필요는 없는데...

4
  • file
마키 2018-10-06 144
3439

갑자기 긴장이 풀어졌어요

2
마드리갈 2018-10-05 130
3438

태풍의 영향에 내리는 가을비 속에서...

4
SiteOwner 2018-10-04 144
3437

실용화를 앞둔 진공튜브열차 하이퍼루프에의 의문

2
SiteOwner 2018-10-03 152
3436

디톡스라는 이름의 독 - 3년 뒤의 후일담

2
마드리갈 2018-10-02 141
3435

자동차 관련의 짧고 가벼운 이야기

4
SiteOwner 2018-10-01 186
3434

꿈에서 본 기묘한 이론과 정치병

2
마드리갈 2018-09-30 159
3433

군장비의 능력에 관한 의외의 척도 하나

4
SiteOwner 2018-09-29 198
3432

[작가수업] 공들여 쓴 최근 연재분을 그냥 지웠습니다

5
Lester 2018-09-28 171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