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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주의] 끔찍했던 사건 몇 가지를 회고하면...

SiteOwner, 2018-11-19 20:00:43

조회 수
183

어릴 때 생활권 내에서 일어났던 사건, 트라우마가 된 사건 등이 몇 건 생각나길래 좀 써볼까 싶습니다.

잔혹주의라는 말머리가 시사하듯, 이 글에는 열람에 주의를 요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그러니 잔혹한 사항에 거부감이 있는 분에게는 추천드리지 않으며, 이 시점에서 열람을 중지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또한 이 글에 나온 사건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모방하거나 재현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이 글은 이용규칙 게시판 제19조 및 추가사항을 준수합니다.



1. 농약밥 사건

10대 때 살던 동네에, 19세기말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어느 노파가 있었습니다.

이 노파의 가족이 몰살당할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노파가 가족을 위해 모처럼 밥을 지었다는데, 밥이 녹색을 띠고 있었는데다 아주 역한 냄새를 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주방에서 농약이 발견되었고, 그 농약을 혼입해서 밥을 지은 것이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위험하다는 것 자체는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2. 무좀약 사건

지금도 생각나는 안타까운 사건 중의 하나가 이 무좀약 사건.

1980년대에는 상수도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고, 물을 자유롭게 쓰기 힘들어서 위생상태가 악화되는 가을, 겨울에는 눈병이 대유행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눈병을 옮는 일이 좀 있었습니다.

이웃의 어떤 아이도 눈병에 걸렸는데, 그 아이의 할머니가 아이의 눈병을 고친다고 한 게 그 아이의 양눈에 무좀약을 넣어 버린 것. 그 무좀약은 부작용으로 당시에 상당히 악명이 높은 제품이었는데 그것을 약하디 약한 각막에 넣었으니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그 아이는 완전히 실명하고 말았습니다.

아프다고 급하다고 아무 약이나 막 써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절감한 그 사건 이래로, 저희집에서는 무슨 목적으로 샀는지 불확실한 의약품은 절대로 쓰지 않고 폐기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이 30년 넘게 이어지는 것도 그때의 충격이 워낙 지대해서였습니다.


3. 낫을 들고 다니는 괴인

일본의 사회학자 무라야마 치쥰(村山智順, 1891-1968)이 조선총독부와의 공저 형식으로 1929년에 발간한 저서 조선의 귀신(朝鮮の鬼神)에는 당시 조선 전역의 각종 풍속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어린아이의 간이나 성기를 먹으면 한센병이 낫는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기록이 단지 옛날의 기록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경우 또한 있었습니다.

당시 살던 동네에, 행색이 몹시 추잡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입고 다니는 옷은 사계절 전혀 변하지 않은, 심하게 더러운 청색 바탕의 백색 줄무늬 체육복 상하의. 그리고 옷 밖으로 드러난 피부는 곪아 있었고, 늘 낫을 들고 다녀서 어린이가 혼자 다니면 노려서 습격하여 낫으로 찔러죽이고 배를 갈라 간을 꺼내 먹거나 아니면 성기를 잘라서 먹는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혼자 다니지 않고, 아버지의 출근에 맞춰 등교하고, 같은 동네에 사는 급우와 하교하는 생활패턴을 유지했습니다.

중학생 때 그가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것을 본 이래, 그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4. 강철이빨 소녀의 살인미수

이전에 대뜸 싸움을 걸던 강철이빨 소녀에서 말했던 그 여학생 J양의 이야기.

이상하게도 제가 남학생 L군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고, L군에게 비웃음을 당한 뒤에는 돌을 들고 저를 내리찍으려다가 미수에 그쳤습니다. J양은 저의 반격에 넘어진 이후로 저를 극력 피하게 되었고, 중학교 진학 이후로는 그 J양과의 접점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5. 이유없는 살인

지금은 고인이 된, 옆동네 살던 친척 형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1980년대 전반에, 불량배들이 이유없이 어떤 커플을 습격하여 그 커플 남녀를 죽였다고 합니다. 이유 따위는 없었고 그냥 죽였다는데, 시대가 시대였던터라 그 불량배들은 검거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전원 사형당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고 이렇게 들은 게 전부인데...

그 친척 형이 지금 살아 있다면 50대 후반일텐데...


6. TV를 보기가 무서웠던 그 때

고등학생 때에는 사고공화국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각지에서 대형사고가 빈발했습니다.

특히 1993년은 상반기의 구포 열차참사에 하반기의 서해훼리 침몰사고는 그 사고 자체도 사고지만, TV에서 여과없이 보여준 장면들이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트라우마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구포 열차참사 당시, 뉴스에는 상반신과 하반신이 뒤틀리고 피부 대부분이 손상된 시신이 바로 비춰졌습니다.

서해훼리 침몰사고 때에는 익사자의 시신을 방파제 위에 늘어놓은 모습은 물론, 수중수색 장면에서 여성 익사자의 시신이, 흔히 말하는 물귀신의 모습처럼 된 것이 그대로 방송을 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생각나는데다, 각종 사건사고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거나,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분들은 얼마나 그 충격이 클지...당시 단순 시청자였던 저조차도 이렇게 기억에 생생하게 남고 있으니...


7. 떨어진 사람과 날아온 주먹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의 일입니다.

어느 지하도 입구에서 어떤 남자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머리가 깨져서 피가 나오는 상황. 떨어진 남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조용히 떨어져서 그렇게 머리를 다치고 출혈상태라서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상황을 실제로 접하니 굉장히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다가, 핸드폰을 꺼내서 신고를 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여러 사람들이 오갔는데, 쓰러진 그를 보고 별로 놀라지도 않고 "어, 죽었나 봐?" 라고 하는 것에 할 말을 잃고 있었는데, 잠시 후 구급대가 왔고, 도착한 구급대원에게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구급대원의 말로는 죽은 것은 아니고 의식을 잃었다고 해서 그나마 안도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돌아가는 길에, 집 근처에서 갑자기 어디선가에서 날아온 주먹에 머리를 맞았습니다.

술에 취한 어떤 대학생이 주먹을 휘둘렀는데, 하필이면 그 주먹이 제 머리에 맞은 것.

아픔과 어지러움에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대학생의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은 저에게 사과하고, 그 주먹을 휘두른 자는 난동을 부리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저지당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일어난 일, 들은 일, 겪은 일 등을 회고해 봤습니다.

역시 그런 것 같습니다. 평범하게만 보이는 일상이 어쩌면 기적의 연속일지도.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완전히 무관한 외생변수로 인해 평온한 삶이 갑자기 송두리째 파괴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고 있습니다.

Site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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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18-11-25 01:31:15

하나하나 읽고 있으니 확실한 게 있네요. 당시는 너무나도 혼란의 시대였어요.

지금은 저런 일이 없는 걸까요? 혼란의 시대는 과거로 족한데...

SiteOwner

2018-11-26 18:25:21

그때는 참 무서운 일이 많았습니다. 교통, 통신 등이 그리 좋지 않다 보니 오늘날만큼 사건이 전국으로 세계로 알려지는 경우는 적긴 했지만, 지역의 고유한 사정과 얽힌 각종 괴기스러운 일이 지역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다 보니 다른 지역을 방문하거나 하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를 안고 있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은 그나마 좀 줄어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표면화되지 않은 사안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힘드니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겠습니다.


돌아보면, 국내한정으로도 좀 제대로 살기 시작한 때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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