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1960년에 결성되어 1961년 1월부터 발효된 산유국 국제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약칭 오펙(OPEC)은 20세기 후반부터 1973년과 1979년의 두 오일쇼크를 통해 국제정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어요. 이 오펙은 알제리, 앙골라, 에콰도르, 적도기니, 가봉,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리비아, 나이지리아, 카타르, 콩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및 베네수엘라의 15개국이 구성했고 그 중의 7개국은 아랍권이죠. 또한 초대 멤버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회원국내 생산량 1위 및 세계 생산량 2위, 베네수엘라는 세계최대의 확인매장량을 기록하고 있어요. 세계 연간 석유생산량의 44% 정도를 차지하다 보니 석유에 의존하는 현대문명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불패의 카르텔로 불러도 어떠한 의문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중 아라비아 반도 동부해안의 반도국 카타르(Qatar)가 석유수출국기구 탈퇴의사를 밝혔어요.
그리고 2019년의 시작과 함께 카타르는 더 이상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이 아니게 된다고 하네요. 이유는 현재 아랍 산유국들의 각종 압력을 극복하고, 오펙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스의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 카타르의 탈퇴는 여러모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어요.
카타르는 OPEC 회원국에서는 석유 생산량이 하위권인 9위로, 아랍 산유국에서는 알제리에만 근소히 앞설 뿐일 뿐이고, 그 외의 회원국인 이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및 앙골라에게도 뒤처지고 있어요. 게다가 석유 부존량도 하위권인 9위. 이래서는 영원히 다른 아랍 산유국들의 그늘에 가려질 뿐이고 운신의 폭을 넓힐 수도 없겠죠.
그런데 이게 가스 분야로 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죠. 카타르는 천연가스 생산에 대해서만큼은 세계 4위의 강국이고 점유율은 2017년 BP 세계 에너지통계 기준으로 4.8%로, OPEC 회원국 중 가스 생산이 앞선 국가는 이란밖에 없어요. 게다가 확인매장량은 이란에 이어 세계 2위. 그러니 가스에 대해서는 패권국으로서 입장을 달리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자체 석유 매장량이 OPEC 내에서 하위권일 따름이지 세계적으로는 주요 산유국에 속하며, 또한 천연석유가 아니더라도 카타르는 2007년부터 남아프리카의 합성석유 선두기업인 사솔(SASOL)과의 제휴로 피셔-트롭쉬 공법(Fischer-Tropsch Process)을 이용하여 가스에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고 자국의 국영항공사 카타르항공 등에서 이것을 사용하고 있어요. 즉 자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바탕으로 한 기술 및 산업기반 또한 오래전부터 충실히 다져 왔다는 것이죠.
카타르의 이러한 변화는, 과점 체제인 석유수출국기구가 반세기 넘게 유지되어 왔지만 그래도 카르텔 유지보다 카르텔 탈퇴의 이득이 더 크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불안정한 체제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임은 물론, 다른 강점이 있다면 이것을 이용하여 주어진 상황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이 유리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해요.
석유수출국기구가 계속 단일체제는 아니었고, 에콰도르와 가봉처럼 일시 탈퇴했다가 복귀한 사례도 있지만, 에콰도르와 가봉이 별로 국제적인 영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카타르의 탈퇴는 20세기 후반부터 급속히 진전된 자원민족주의의 근간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주시해야 할 큰 일이 될 것이 분명할 거예요.
사실, 셰일가스 개발과 그 사업의 부산물로 얻어진 석유 덕택에 배럴당 14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 석유 국제가격은 급락하여 많은 산유국들이 휘청일 수밖에 없었죠. 사우디아라비아는 건국 이후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하고, 왕족 내부에서는 낭비를 금할 방침이 도는 등 위기의식이 확산중이고, 러시아는 야심차게 추진한 군사력 증강 프로젝트가 좌절되어 버린데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최대의 석유 확인매장량을 자랑하면서도 국가가 파탄상태로 전락해 버린 등의 난항에 허덕이는 중인데, 카타르가 석유시장의 군소국가에서 가스시장의 패권국으로 등극하면 지금까지 일어난 것보다 더 큰 파장이 벌어질 가능성 또한 있을 거예요. 게다가 이란은 새로이 국제제재를 받기 시작했으니, 이 경우 카타르는 미국, 러시아에 이어 가스시장의 사실상 3대 패권국으로 성장할 수도 있겠죠.
에너지자원의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카타르의 이러한 행보를 마냥 방관할 수만은 없을 거예요. 좋든 싫든간에.
이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의 기사링크를 참조하세요.
Qatar is pulling out of OPEC to focus on gas (2018년 12월 3일 CNN,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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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댓글
대왕고래
2018-12-08 22:49:15
한 나라가 탈퇴하는 게 엄청난 일인가 했는데, 이건 의외로 엄청나네요.
그냥 "나 니들이랑 안놀아 안녕" 수준이 아니라, 이무기가 연못을 떠나 용이 되려는 거네요.
한국 입장에서는 정말로 무시할 수 없는 일...인데 왜 주변에서 이 이야기를 못 들은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시사에 관심을 잘 안 갖는 버릇이 있긴 한데 그냥 그거 때문인가...
마드리갈
2018-12-09 15:48:00
사실, 우리나라에서 국제정세에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한정된 것이 절대적이라고 봐요. 거의 미국, 일본, 중국 등에만 관심을 가지고, 서유럽에 대해서도 의외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든지 미국과 캐나다의 기질이 크게 다른 것에 무지하다든지 하는 것이 있거든요. 그래서 카타르의 석유수출국기구 탈퇴를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보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요. 다양한 외신을 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에 있어요. 국내의 주류시각의 부족함을 외신으로 보충할 수 있으니까요.
카타르가 가스시장의 패권국이 될 경우 가장 피해를 입는 국가는 의외로 러시아가 될 가능성이 높게 되죠.
현재는 아랍 산유국들이 예전만큼 단결하지 못하는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카타르의 노선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서 계속 견제를 해왔죠. 그런데 카타르가 그 정세를 오펙 탈퇴로 뒤엎었기에 아랍 산유국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예전만큼 못하게 될 게 뻔해요. 과거에는 이스라엘 축출을 위해 일치단결해서 아시안게임에서 이스라엘을 배제시킨다든지 이스라엘을 국가로 승인하지 않고 외교관계조차 갖지 않았지만, 요즘은 이집트를 제외한 아랍 국가들 중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화하지 않는다든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 대이스라엘관을 수정하는 움직임이 보이는 등 의견이 마냥 일치하는 것은 아닌데다 카타르가 오펙의 약소국에서 가스의 패권국으로 도약하면 아랍 산유국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되어요. 이 점은 OPEC과 보조를 맞추어 움직이는 러시아에 굉장히 뼈아픈 상처를 줄 수도 있어요.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가정해 볼까요?
만일 OPEC-러시아 연합이 담합으로 석유 산출량을 줄이거나 현물인도가를 올렸다 하죠. 그런데 카타르가 가스 패권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합성석유 원료 등으로서 가스 공급량을 늘려 석유수요량을 충족시켜버린다면 예의 연합은 오히려 손해를 입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서유럽에 가스를 대량판매하는 러시아는 쉽사리 가스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게 되어요. 카타르, 미국 등이 가스 공급량을 늘려서 러시아의 손실벌충 자체를 못하도록 러시아의 약점을 깊숙히 쳐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중동의 소국이라고 여겨진 카타르가, 세계적인 대국인 러시아의 심장을 겨누는 비수가 된 형국이니까 이게 상당히 무서울 수밖에 없어요.
마드리갈
2020-06-09 13:18:10
2020년 6월 9일 업데이트
카타르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가 더 생겼기에 추기해 볼께요.
이미 천연가스 최대생산국인 카타르가 천연가스 생산을 대폭 늘릴 계획이고, 그래서 LNG 수송선이 더욱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에 대규모 발주를 단행했어요. 금액 합계는 약 23조원 규모. 이것은 확실히 낭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한국 조선 3社, 23조원 카타르 LNG선 수주, 2020년 6월 2일 동아닷컴 기사
마드리갈
2021-11-01 16:25:03
2021년 11월 1일 업데이트
카타르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25% 삭감을 천명했어요.
세계최대의 천연가스 공급국가이고 LNG 생산을 2027년까지 1억 2700만톤 수준으로까지 확장하려는 카타르가 보이는 이 행보가 모순적일수도 있겠지만, 석유나 석탄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이행에 가스가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복안이 있고 또한 탄소포획 및 저장기술에도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하고 있기도 해서 카타르가 꽤 멀리까지 내다본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Qatar targets 25% cut in greenhouse gas emissions by 2030 under climate plan, 2021년 10월 28일 Reuters 기사, 영어
마드리갈
2022-05-24 17:28:52
2022년 5월 24일 업데이트
2년 전에 카타르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에 LNG 수송선을 100척 발주한 것이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위기로 급변하고 있어요. 특히 선박건조원가의 1/5를 차지하는 조선용 후판이 2년 전에 비해 2배의 가격을 기록하여 조선업체들이 일제히 적자전환했고 이 경우 1척당 손실이 3500만 달러에 이르게 되어요. 물량이 최소 100척이니 예상되는 손실은 1척당 손실의 최소 100배인 35억 달러. 여기에 별다른 해법이 없다는 것이 이 사안을 특히 어렵게 만들고 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한척당 400억 더 받아야하는데…” 악몽이 된 LNG선 100척 계약, 2022년 5월 24일 조선일보 기사
마드리갈
2023-06-04 16:32:13
2023년 6월 4일 업데이트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Sheikh Hasina, 1947년생) 총리가 카타르 및 오만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일단 방글라데시의 전력보급률은 대부분의 가정에 전력망을 놓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석유 및 가스는 가격이 폭등한데다 저렴한 에너지원인 석탄은 보다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어서 전력망의 건전성도 위협받고 있어요. 이렇다 보니 에너지보안의 제고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방법을 찾고 있고 그 방법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밖에 있었어요.
이미 카타르는 오펙 회원국이 아니고, 오만은 오펙 회원국은 아니지만 오펙플러스(OPEC+)에 속해 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Deals made with Qatar, Oman to buy gas: PM, 2023년 6월 3일 The Business Standard 기사, 영어
마드리갈
2023-07-19 16:39:20
2023년 7월 19일 업데이트
이란이 페르시아만 연안의 도시 아살루예(Asaluyeh) 산업단지에 러시아, 카타르 및 투르크메니스탄과의 협력하에 천연가스 허브를 설치할 것을 계획중에 있어요. 천연가스 가채매장량으로서 세계 2위를 기록하는 이란이 소국인 카타르를 필요로 할 정도로 이란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이러한 움직임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어요. 게다가 이란은 오펙플러스(OPEC+)의 창단멤버인 동시에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제재로 인해 가스의 판로 자체가 여의치 않고 한국 및 이라크에 동결된 자산이 많다는 것도 약점이다 보니 이란이 이렇게까지 달라지지 않으면 좋은 미래가 올 확률은 점점 낮아질 거예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Iran proposes new gas hub with Russia, Qatar, Turkmenistan, 2023년 6월 8일 The Cradle.co 기사, 영어
마드리갈
2023-11-02 17:22:44
2023년 11월 2일 업데이트
일본과 카타르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요. 특히 에너지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으로서는 에너지 공급선의 안정화가 급선무이고 천연가스 공급의 패권국인 카타르와의 관계는 "일본이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 라고 할 정도로 중시되고 있어요. 또한 키시다 후미오 수상은 1997년에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가 일본으로 배송되어온 것이나 도하지하철 및 하마드 국제공항 확장에서의 일본기업의 활동 등을 거론하면서 카타르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을 밝히고 있어요. 현재 카타르에서 활동중인 일본기업은 35개이고 2024년 3월부터는 하네다-도하간 일본항공(JAL) 직항편도 신규취항할 전망이예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日・カタール・ビジネス・レセプション岸田総理スピーチ
(일본-카타르 비즈니스 리셉션 키시다 총리 연설, 2023년 7월 18일 수상관저 웹사이트, 일본어)
마드리갈
2024-01-03 21:24:33
2024월 1월 3일 업데이트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앙골라가 탈퇴를 결정했고 2024년이 시작하는대로 유효해져 2024년부터 오펙은 12개국 체제로 시작했어요. 앙골라는 2007년에 가입한 이래 1일 110만 배럴(질량환산 150,068톤)의 원유를 생산해 왔지만 자본부족 등의 원인으로 오펙 및 외북국가들의 연합인 오펙플러스(OPEC+)의 증산요구를 충족할 수 없었어요.
이미 카타르는 2019년에 오펙을 떠났고 에콰도르는 다음해인 2020년에 탈퇴했어요. 인도네시아는 이미 2016년부터 회원자격이 정지중인 등 오펙의 운영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아요. 2016년에 가봉이 재가입했고 2017년에 적도기니가, 2018년에 콩고가 신규가입했지만 그 국가들의 영향력은 기존 산유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아서 별 도움이 되지 않아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Angola to quit OPEC, reducing membership to 12 countries, 2023년 12월 22일 Reuters 기사, 영어
마드리갈
2024-01-10 22:12:38
2024년 1월 9일 업데이트
2023년 12월의 석유수출기구(OPEC) 회원국의 석유생산량은 전월대비 일평균 7만 배럴(질량환산 9,549톤) 증가한 일평균 2788만 배럴(질량환산 3,803,547톤)으로 나타났어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감산을 주도했지만 이라크, 앙골라 및 나이지리아가 증산하는 바람에 감산이 상쇄되고 오히려 더욱 증가하는 역효과가 나 있어요. 게다가 이미 2024년이 시작하면서 앙골라가 오펙을 탈퇴한 덕분에 오펙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떨어지고 생산량 증가를 견인했던 3개국이 증산에 보다 속도를 가하고 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12月のOPEC産油量、前月比日量7万バレル増=ロイター調査
(12월의 오펙 산유량, 전월대비 일일 7만 배럴 증가 - 로이터 조사, 2024년 1월 9일 Reuters 기사,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