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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롭슨이 꿈꾸고 노래했던 소련

마드리갈, 2019-04-24 21:49:13

조회 수
166

미국의 수많은 인재 중 폴 롭슨(Paul Robeson, 1898-1976)이라는 만능인이 있었어요.
그는 흑인에 대한 제도 차원의 차별이 횡행했던 20세기 전반에 흑인으로서 럿거스 대학과 컬럼비아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서뿐만 아니라 미식축구 선수, 성악가 및 사회운동가로서도 대활약한, 놀랄만한 재능을 발휘했던 만능인이었어요. 그리고, 흑인 인권운동으로도 잘 알려진 말콤 X(Malcolm X, 1925-1965), 마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 목사의 시대에 앞서 흑인 인권운동가로서도 활약했던 인물이기도 해요. 그래서 오늘날에도 출신지 뉴저지주 프린스턴, 졸업한 럿거스 대학 등의 여러 곳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는 식으로 기념되고 있어요.

그의 성악가로서의 이력 중 특기할 만한 것은, 영어 가사로 부른 소련의 국가.


공산주의에 대한 신념과 소련에 우호적인 성향이 강했던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렇게 영어 가사로 된 소련 국가의 독창자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나중에는 이것이 문제가 되어 미국 정부로부터 여권발급조차 거부당할 정도로 배척받게 되지만요.


인민의 손으로 세워져 항구히 이어질 위대한 나라, 레닌, 스탈린의 영도로 침략자를 물리친 나라.

적어도 그가 꿈꾸고 노래했던 소련은 그런 나라였어요.

하지만, 그가 타계한 후 15년 뒤에 소련은 역사에서 사라졌고, 침략전쟁의 지원, 강제수용소, 인권탄압, 경제파탄 등의 온갖 추악한 모습이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어요. 그가 꿈꾸고 노래한 소련은 허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

생전에 인권운동가로서도 활동한 그가, 만일 소련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면, 자신의 성향을 어떻게 봤을까요. 이게 궁금해지기도 하고, 또한 씁쓸해지기도 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4 댓글

마키

2019-04-24 22:47:33

때론 모르는게 약일 때도 있는 법이죠.

마드리갈

2019-04-24 22:55:48

아마도 그럴 확률이 아주 높겠죠.

만일, 알게 되면 자신의 인생이 상당 부분 부정당하는 효과가 바로 나타날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문인 키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 1885-1942)가 있었어요. 그는 시인이자 작사가로서 당대에 명성이 높았고, 일본의 근대에 작곡된 여러 노래들의 가사를 많이 지었어요. 그런데 그의 작사가 이력에는 굉장히 큰 흠이 하나 있었어요. 1938년 나치독일 히틀러유겐트의 일본방문을 기념하여 만세 히틀러유겐트(万?ヒトラ?ユ?ゲント)라는 노래의 가사를 썼어요. 그가 패전후에도 살아 있었더라면 미군정하에서 곱게 살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실제로 일본의 많은 문인, 음악가, 미술가 등이 군국주의 미화 활동을 했다고 체포되어 강도높게 수사를 받고 활동 또한 상당기간 금지되었으니까요. 심한 경우는 처벌을 받기도 했어요.

앨매리

2019-04-25 21:27:09

그러고 보니 영국 케임브리지 출신의 5인방이 비밀리에 소련의 공작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던 사건이 있었죠. 고학력자를 배척했던 공산주의 국가가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대학교 출신의 지식인을 공작원으로 쓰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겉보기로는 신분제를 철폐한 이상적이고 평등한 국가로 보였겠지만, 그 실체는 추악하기 그지없었죠. 실제로 수용소 생활을 겪은 적이 있었기에 더욱 생생하게 묘사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만 봐도 공산주의가 그토록 부르짖는 '인민'들의 실제 삶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적나라하게 잘 드러나 있었으니까요...

마드리갈

2019-04-25 21:39:29

말씀해 주신 영국인 고학력자 간첩단은,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게도 볼 수 있어요. 공산주의의 허상, 그리고 소련의 기만술은, 고학력 지식인들조차도 능히 속이고 부릴 수 있었던 무서운 것이 아닐까 하고. 게다가 많은 사람들을 이상향으로 인도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역으로 사람들을 대거 불행으로 몰아넣어서 결과적으로 가장 나쁜 선택이 되었어요. 지성이 반지성에 휘둘리고, 선의가 악의로 바뀌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나 싶네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묘사된 상황은 부조리 그 자체.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물론 많은 수감자들의 죄목이 아주 어이없었죠. 게다가 죄목이 증식해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역시 같은 작가의 작품인 암병동 또한 이게 그 지상낙원의 진짜 모습인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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